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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스테이시 리 지음, 부희령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월
평점 :
품절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는 1890년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열일곱 살 소녀의 이야기예요.
가난한 중국인 소녀 조는 모자를 파는 상점에서 일하며 2년 내내 하루에 50센트,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며 일했어요.
조는 올드 진과 함께 인쇄소 밑에 숨겨진 지하실에서 몰래 살고 있는데, 마부로 일하는 올드 진과 조의 월급을 합쳐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요. 거의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어요. 그래서 잉글리시 부인에게 월급 인상 이야기를 꺼내려고 맘 먹었는데, 출근하자마자 해고를 당했어요. 그 이유는 조를 불편하게 여기는 숙녀분들 때문이라는 거예요. 최악은, 솜씨 좋은 조가 다른 모자 가게에서 일할 기회도 막아버렸다는 것.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야. 너는 건방져. 너는 아무 때나 네 의견을 말하는 참견쟁이잖아.
어쨌든 요점만 말하자면, 너는 이 가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야. 오늘이 네가 마지막으로 일하는 날이다.
쓸데없이 일을 어렵게 만들지 마. 부인들 일을 거드는 하녀나 그 비슷한 일을 구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물론 모자 가게 수습생은 안 될 일이지. 이미 열여섯 명에게 이야기했고, 모두 너를 고용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어." (15-16p)
노동착취와 인종차별의 현장이 낯설지 않아서 더 씁쓸했어요.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취업 석 달만에 해고된 사례도 있고, 난민,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정 자녀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은 아직도 인종차별을 겪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나네요.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요. 피부색은 핑계일 뿐, 가난하고 힘 없는 약자를 향한 비열한 범죄예요.
소설의 배경이 된 19세기 중반, 미국에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이들의 주류 사회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이민법을 마련하면서 아시아인을 미개하고 열등한 존재로 보는 부정적 편견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트럼프 정부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인을 중국의 탓으로 돌리면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부정적 편견이 더 악화되었고, 그 결과 미국 내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이전보다 확연히 증가했어요. 100여 년이 흘렀는데,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인종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인쇄소 아래 비밀스러운 은신처 지하실에서 열일곱 살 소녀 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는 노력을 했어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요. 작은 물방울도 계속 끊임없이 떨어지면 바위를 뚫어내듯이, 조는 해냈어요.
선명한 피가 주홍빛 바지를 적시고, 나는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G로 시작하는 단어는 오직 하나만 말할 수 있다.
열세 살의 나를 떨게 했지만 이제 내 길을 가리키는 단어는 단 하나만 남았다.
가자 GO. (411p)
"한 걸음 내딛지 않으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423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