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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은 정구학 인터뷰집이에요.
저자는 '걷는 자만이 생각할 수 있다' (7p)라는 명제를 생각하며 한국의 최고 지성들과의 산책 인터뷰를 책으로 엮었다고 해요.
정구학이 만난 인생철학자 6인의 공통점은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어른들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뷰가 곧 인생 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망망대해에서 풍랑을 만난 돛단배처럼 삶의 고비를 겪을 때, 그런 순간에 길잡이가 되어 줄 어른들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이시우 천문학자는 천문학을 불교적 관점에서 자연 그대로의 별처럼 살아가라고, 별이 부처라고 이야기하네요. 평생 별을 연구하면서 본인 스스로 별처럼 자연에 순응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았다니 감동적이에요. 가치를 충분히 발휘한 뒤에는 생과 사가 같으므로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가는 거라고, 그래서 지나온 인생길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는 거예요. '별처럼 살라'는 말이 진심으로 와닿네요.
"별은 무위無爲적으로 살아갑니다. 즉 조작을 하지 않아요. 자연적인 상태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다 수용하고 적응하면서 살아갑니다. 반면에 인간은 조작을 많이 하죠. 인간의 욕심 때문인데, 조작은 대체로 자기중심적이에요. 유위有爲적인 것을 버리고 무위적인 세계로 나아가려면 별을 봄으로써 별의 세계를 이해해야죠. 탐욕을 버리고, 남과의 경쟁을 버려야죠." (21p)
치과의사에서 의철학자로 변신한 강신익 교수는 완벽한 몸이나 건강한 몸이란 없으므로 병을 그냥 받아들이자고 이야기하네요. 인간의 무병장수는 헛된 욕망일 뿐, 우리가 신경써야 할 건 공존과 공생이라는 것. 사회생물학에서 출발하여 생명인문학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경쟁과 불평등을 줄여가야 좀 더 평등한 사회로 갈 수 있고 삶의 질과 평균수명이 올라갈 수 있대요.
조장희 뇌과학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신용과 정직을 중요하게 꼽았어요. 흥미로운 건 뇌과학적으로 봤을 때도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거예요. 거짓말을 하면 뇌가 벌겋게 달아오르는데, 그건 뇌가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증거래요. 학생들이 성공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그 사람이 없으면 힘든데, 안 되는데" 이러면 성공한 거라고 답해준대요. 대통령이 된다고 성공한 게 아니라 자기가 어느 한 분야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성공이라는 말, 진짜 그렇네요.
백종현 칸트철학자는 아들에게 '떳떳하게 살아라!' (168p)라면서, 보람을 강조했대요. 유치원 때 아들이 체육관에서 큰 원을 뛰는 게임을 하는데, 앞서가는 아들 뒤에 다른 애가 선 안으로 넘어 추월할 때 아들이 끝까지 선을 지키며 뛰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인생을 그렇게 살아라. 2등이면 어떠냐?' (168p)고 했대요. 인간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얼마나 인간답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거라고, 등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윤석철 경영과학자는 인생도, 경영도 생존 부등식으로 경영하라고 조언하네요. '너 살고 나 살자'라는 공생과 상생의 주고받음 마음이며, 생존 부등식 '가치 > 가격 > 원가'를 인생에 적용하면 '실적 > 월급 > 생활비'로 대치할 수 있어요.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단순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세상을 단순화하게 사는 방법은 삶의 문제를 목적함수와 수단 매체로 이원하는 거래요.
이어령 문학평론가는 예술의 세계에는 과학으로 해석할 수 없는 생명감, 존경감, 신비감의 공감대가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인터뷰에서 우리가 아는 똑똑한 지성인이 아닌 딸의 죽음과 부녀간의 스토리를 들려주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버지였다는 부분이 마음 아팠네요.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 철학을 지녔다고 해도 상실로 인한 슬픔과 고통에 흔들리지 않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살아있는 생명체가 흔들림을 갖는 게 아름다움이에요." (24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