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들 잇 - 사계절 캔들 레시피
박현미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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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일렁 흔들리며 빛을 내는 향초, 은은하게 뿜어내는 향기도 좋지만 작은 불꽃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요.

신기하게도 향초를 켜면 그 순간이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것이 향초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아이 캔들 잇》 은 사계절 캔들 레시피북이에요.

저자는 캔들 창업 전문 교육원인 '아이캔들잇 I Candle it' 캔들 공방을 5년째 운영하면서 자신만의 완성도 높은 레시피와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대요.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재료를 구해 집에서 만들어볼 수 있는 캔들 레시피가 자세히 나와 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어울리는 캔들 제작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필요한 도구로는 핫플레이트, 전자 저울, 온도계, 히팅툴/ 히팅건, 몰드, 스테인리스 비커, 다부치가 있어요. 예전에 천연화장품을 만드느라 구비해둔 도구들을 그대로 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캔들 재료는 향료, 염료, 심지, 왁스가 있는데, 원하는 캔들의 종류에 따라 재료를 준비하면 돼요. 몰드에 따라 왁스 용량이 달라질 수 있고 왁스와 향료는 제조사마다 사양이 다를 수 있어서 제조사 기준을 확인해야 돼요. 유리나 세라믹 등 용기(컨테이너)에 담긴 컨테이너 캔들, 피라미드 모양의 필라 캔들, 기본적인 막대 모양의 테이퍼 캔들, 물에 띄울 수 있는 플로팅 캔들, 작고 귀여운 일회용 티라이트 캔들까지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요. 봄에는 꽃 모양, 여름에는 조개나 아이스크림 모양, 가을에는 차분한 분위기의 컨테이너 캔들,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한 트리나 산타 모양의 캔들 등 계절적 특성이나 개성에 맞춘 캔들 제작이 가능해요. 특히 아이스크림 콘 모양의 캔들과 청량한 에이드 한 잔을 연상시키는 에이드 캔들은 선물용으로 최고인 것 같아요. 시원한 이미지를 담은 캔들, 반전 매력이에요.

천연화장품이나 비누 만들기보다 캔들 제작이 약간 더 섬세한 기술이 요구되는 것 같아요. 컨테이너에 왁스가 들떠서 유리 용기 표면이 얼룩덜룩해지는 웻 스팟 현상이나 터널링, 머시루밍, 프로스팅 같은 문제를 막으려면 미리 알아둬야 할 것들이 있어요. 예쁜 모양뿐 아니라 심지를 잘 넣어야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실리콘 몰드는 처음 구입했을 때 심지 구멍을 직접 뚫어줘야 하는데 구멍 크기 조절이 관건이에요. 작으면 심지가 잘 안들어가고, 너무 넓게 뚫으면 구멍으로 왁스가 새어 나와 다부치를 붙일 수 없어요. 플라스틱 몰드는 몰드의 윗부분 1cm 정도 남겨놓고 왁스를 부어줘야 쉽게 탈형이 가능하다는 것. 꼼꼼하게 설명대로 만들면 OK! 물론 개인마다 솜씨, 능력치가 다르니 디테일에 차이가 있겠지만 온전히 나만의 취미활동으로 캔들을 만든다면 만족스러운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향초, 삶의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나겠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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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 융 심리학으로 다시 쓴 어린 왕자
로베르토 리마 네토 지음, 차마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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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거울을 보다가 불쑥 '낯설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나'라는 존재는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으니,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그 이면의 것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낯선 나, 그렇다면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요.

《내 마음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는 브라질 태생의 미국 작가 로베르토 리마 네토의 책이에요.  저자는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어린 왕자를 다시 썼다고 해요. 이 책에 등장하는 화자는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예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비행사는 생텍쥐페리 자신이라서, 저자는 그를 '앙투안'이라고 불러요. 그가 우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어요.

어린 왕자는 저로서는 드물게 여러 번 읽은 책이에요.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어린 왕자는 의미 있는 순간마다 만났고 매번 새로운 걸 배웠어요. 사실 많은 작가들이 어린 왕자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는데, 그토록 자주 언급된 내용이 한 번도 질리거나 싫었던 적이 없어요. 그만큼 어린 왕자는 아주 오랫동안 제 마음 속 친구로 자리해 있었고, 늘 많은 도움을 줬어요.

이 책에서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신이 등장해요. 여기서 신은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고, 모든 인간 존재에게 언제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융은 진아라고 부른 개념이에요. 융 심리학에서는 모든 인간이 무의식에 거주하고 있는 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봤어요. 저자는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썼을 당시에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린 왕자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앙투안을 등장시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인 인격의 성장과 발달을 융의 심리학 언어로 풀어내고 있어요. 앙투안에게 어른이 되는 의미를 알려주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방황했던 거예요. 생애 발달 단계마다 위기를 겪을 수 있는데, 합리적 마음으로 위기를 인지할 수 있어야 극복할 수 있어요. 앙투안은 서툰 어른들을 대신해 질문해주고 있어요. 어린 왕자의 사막, 그 어딘가에 숨겨진 아름다운 것을 찾는 일, 그것이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길인 것 같아요.



어둠 속에서 신 만나기

앙투안 : 아직도 제 질문에 답해주지 않으시네요. 저는 어떻게 사막을 에덴의 낙원을 바꿀 수 있을까요?

노인 : 나는 그 방법을 보여줄 수가 없네.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야. 오직 자네의 방법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해서 자신의 낙원을 발견했던 몇몇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거야.

십자가의 성 요한이 한 사례지. 그는 자기의 사막을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는 시로 표현해서, 그것을 신에게 더 가까이 가는 기회로 만들었어.

그가 자신의 체험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세나.

...

노인 : 과제는 우리 모두에게 똑같아. 신에거 더 가까이 다가감, 너 자신을 알아야 함, 좀 더 많은 의식을 얻는 것.

그 어떤 이름을 붙이더라도 과제는 성취되어야 해. 아니면...

(지혜로운 노인은 말을 하다가 중간에 멈췄다.)

앙투안 : 아니면 뭐요?

노인 : 한 해에 실패하면 다음 해에 다시 반복할 거야. 다른 모습을 하고서, 네 배움을 완성하기 위해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야 할 거야.

(181-1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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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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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눈에 띄지 않게 있는 것에 아주 능숙하다.

모든 OO이 그렇다." (13p)

빈 칸에 들어갈 단어는 무엇일까요. 아직 이 책을 모르는 사람에게 퀴즈를 낸다면 다양한 답이 나올 거예요.

영국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유독 그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그동안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단어인데, 페기 스미스 덕분에 새로운 시각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세상은 참 신기해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그리고 상상도 못한 것들로 가득차 있으니까요.

《살인 플롯 짜는 노파》는 엘리 그리피스의 신작이에요. 2021년 골드 대거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라고 하네요.

노인 보호 주택에 살고 있는 노부인 페기 스미스는 창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며 기록하는 취미가 있어요. 간병인 나탈카는 창가 의자에 앉은 채 죽어 있는 페기를 발견했으나 전혀 놀라지 않았어요. 협심증이 있는 아흔 살 노인의 죽음이라 담담했던 거죠. 다만 페기 옆에 매우 이질적인 뭔가를 발견했어요. 전문적인 느낌을 풍기는 명함, 거기엔 "M. 스미스 부인. 살인 컨설턴트."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그리고 페기가 소장한 수많은 범죄 소설의 맨 앞이나 맨 뒤에는 감사의 말과 함께 페기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는 거예요. 작가들이 페기 스미스에게 보내는 추신(PS)과 살인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의 의미는 뭘까요. 정말 이상한 건 페기의 장례식 이후에 벌어진 살인 사건들이에요. 그건 페기가 자연적인 죽음을 맞이한 게 아니라 살해 당한 것일 수 있다는 실마리인 거예요.

간병인으로 일하는 젊은 여성 나탈카와 페기의 이웃이자 과거 BBC 라디오에서 일했던 여든 살 노인 에드윈, 카페 주인이자 전 가톨릭 수도사인 청년 베네딕트는 어쩌다 보니 탐정 삼인조가 되어 페기를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서게 돼요. 모든 힌트는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페기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책과 작가들을 둘러싼 미스터리로 인해 놀라운 추리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앞서 빈 칸에 넣을 단어는 '노인'이에요. 조용히 암호 십자말풀이와 범죄소설을 즐기던 노부인에게 이런 반전이 숨겨져 있어서 놀랐고, 그 충격이 어쩌면 편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문득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노인에 대한 글이 떠올랐어요. 어찌됐든 우리는 살다보면 언젠가 노인이 될 텐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해야겠죠. 가능하다면 잘 살다가 편안하게 가기를.

"아프리카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보다 노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노인은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부족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갓난아이는 세상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자기의 죽음조차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을 슬퍼한다. 살았더라면 아주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었을 아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노인은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아흔 살 노부인의 비밀과 범인을 추적해가는 아마추어 탐정들을 통해서 짜릿한 열정을 느꼈어요. 따뜻한 스릴러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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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우리들의 날
이호성 지음 / 모든스토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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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 되었는데 왜 또 그놈에게 우리가

고문을 받아야 합니까?" (3p)



《지워진 우리들의 날》은 이호성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이 소설을 일제 강점 하에 이름 모를 낯선 타국에서 조국의 해방을 위해 스러져간 이 땅의 모든 독립 영웅들과 그 후손들에게 바친다고 했어요. 책의 수익금 중 일부는 독립유공자 후손돕기를 위해 기부된다고 하네요.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은 전 재산을 쏟아붓고 고문당하며 희생으로 나라를 찾았지만 남은 건 가난뿐, 그 후손들은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빈곤한 삶을 살고 있는데,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의 후손들은 정치인과 재벌이 되어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작년에 정부가 친일파 후손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어요. 누군가는 독립운동가 후손의 허름한 시골집과 친일파 후손의 으리으리한 저택 사진을 비교하며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이라며 비하하는 글을 올렸어요. 도대체 누가 누구를 부끄럽게 여겨야 하는 걸까요. 일제에 부역하여 모은 돈으로 후손들까지 풍족하게 살고 있다면 최소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아무런 반성이 없는 것이 지금 일본의 태도와 똑같네요.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왜인들과 토착왜구가 한국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어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이자 저주는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 우리나라 정부가 친일국방 발언에 이어 일본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고, 강제징용 피해 보상까지 일본을 대신하겠다고 나섰으니 통탄할 일이네요. 한반도 위기를 막기는커녕 핵전쟁 발언을 쏟아내는 국군통수권자라니 끔찍하네요. 이래도 되는 건가요. 바로 이러한 시점에 나온 소설이라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네요. 소설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실감나는 현실을 그려내고 있어요. 시나리오 작가였던 저자가 대사를 많이 넣어 감정을 전달하고 읽기 편하게 가독성에 치중하여 집필했다고 해요. 술술 읽히는 소설이지만 가슴 한 켠이 무거워지는 이야기였어요. 우리는 "지워진 우리들의 날"을 기억해야만 해요. 그래야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날이 올 테니까요.




"프랑스는 전후 6,700여 명의 민족 반역자들이 사형선고를 받았고,

그중 760명이 실제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하지만

광복 이후 새로 생긴 대한민국은

단 한 명의 친일 반역자도 처벌하지 못하였다

아니, 오히려 친일 반역자들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독립투사를 빨갱이라 부르며 고문하였다." (2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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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불행 - 사람은 누구나 얇게 불행하다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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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드라마, 로맨스 영화를 즐겨 보고 있어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뜻이죠.

《얇은 불행》 은 김현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계절을 닮은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첫사랑, 그 시절, 그 계절을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

근데 왜 제목에는 불행이라는 불길한 단어를 선택했을까요. 그건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에요.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로맨스가 아니라 평범한 누군가의 사랑, 그리고 삶을 보여주고 있어요. 현실은 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라 사랑 역시 쉽지 않아요. 사랑도 미리 배울 수 있다면 덜 아플 텐데,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은 스무 살이 된 소영의 봄으로 시작해 스물셋의 여름, 스물여섯의 가을, 스물아홉의 겨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찬란한 청춘의 시기라고 부르는 이십대, 물론 서른이 된다고 청춘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 시기야말로 인생의 봄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에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어서 그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어떤 경험이든 계절에 비유하면 찰떡 같이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심리학과 신입생이 된 소영은 개강 첫 날에 먼저 말을 걸며 다가온 사랑이와 친구가 됐어요. 그리고 늘이, 처음엔 셋이서 어울렸지만 어긋난 짝사랑으로 끝나버렸어요. 소영이는 늘이를 좋아하는데, 늘이는 사랑이를 좋아하고, 사랑이는 딱 잘라 거절했어요. 늘이는 친구일 뿐, 사귈 순 없다고 말이죠. 우정과 사랑 중 어느 것이 더 소중하냐는 질문은 애초에 잘못된 질문인 것 같아요. 사람 사이에 나누는 좋은 감정은 모두 소중하니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해맑게 웃던 소영은 점점 편하게 웃을 수 없게 됐어요. 마구마구 웃는 일은 철부지 학생일 때나 가능한 거라고, 괜히 이유 없이 웃다가는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대학 생활 내내 제대로 배운 건 튀지 말 것.

조금씩 한국 사회에 알맞은 사회인으로 변해가는 소영, 그러나 사랑은 딱 경험한 만큼 배우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두근두근 빨라지는 심장은 속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 감정은 언제든지 변한다는 것,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바뀌는 게 아닐까요. 첫눈에 반했다가도 현실을 마주하면 뜨겁게 달아올랐던 감정은 서서히 식어가게 마련이죠. 화산처럼 들끓는 감정은 주변을 녹여버리니까 위험한 거예요. 평범하게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러한 삶의 변수가 사랑인데, 현실의 조건에 맞추다 보면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얇은 불행이 끼어드는 게 아닐까요. 이십 대의 소영은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이게 진짜 사랑일까.'라고 묻고 있어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어요.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 않다면 진짜 사랑이 아닌 거예요. 여름엔 덥고, 겨울에 추운 것처럼 사랑은 바로 느낄 수 있어요. 부디 마음에 드는 계절을 닮은 사랑을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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