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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식회 필사노트 - 햇빛을 받은 꽃처럼 마음이 건강해지는 시 모음
김재우 엮음 / 테크빌교육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수요시식회 필사노트》 는 '나'를 위한 책이에요.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사'를 제안하고 있어요.
요즘은 손글씨로 써야 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맘 먹고 쓰지 않으면 쓸 일이 없어요. 쓰는 게 뭐 별 건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직접 써보면 특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우연히 필사를 시작한 뒤로 그 매력을 알아버렸으니, 필사할 수 있는 책이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저자 김재우님은 국어 교사인데, 시를 필사하는 모임 '수요시식회'를 열어 수요일마다 좋아하는 시를 나누고, 시와 문장을 필사해왔다고 해요. 이 책은 수요詩식회에서 필사했던 시와 문장 가운데 52편을 엄선하여 만들었대요. 이 한 권의 책 속에는 52명의 작가, 시인의 글이 담겨 있어요.
이 책으로 수요일마다 필사를 하면 52주, 일 년이면 다 쓸 수 있어요. 실제 수요시식회를 참석하는 건 아니지만 혼자 시를 낭독하고 좋은 문장을 음미하면서 필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필사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제 경우에는 수요일에만 필사하는 게 아쉬워서 매일 쓰고 있어요. 하루 한 번, 나만의 시간을 정해 필사를 했더니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요.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답답한 일이 있어도 필사를 하는 동안은 아름다운 문장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손으로 직접 한 글자씩 정성을 다해 쓰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신기하게도 마음 상태에 따라 글씨가 달라져요. 일기처럼 일일이 마음을 적지 않아도 글씨를 통해 제 마음을 다시 볼 수 있으니 자신을 좀 더 알아갈 수 있어요. 자신과의 대화를 가질 수 있고, 이전에 몰랐던 시인과 시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워요. 각 시와 문장의 출처가 나와 있어서 끌리는 작품을 찾아볼 수 있어요. 나희덕 시인은 <배추의 마음>이라는 시를 통해 좋아하게 되었는데, 여기에서는 <속도, 그 수레바퀴 밑에서>의 일부가 소개되어 있어요. 나무 그늘에 앉은 시인의 모습과 그 깨달음이 깊은 여운을 주네요. 나는 무엇을 하는가, 스스로 답하면서 부끄러워지네요.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만든 햇님처럼 좋은 시 덕분에 따뜻한 마음 공부를 했네요.
저녁 무렵 나는 한 나무 그늘 아래 오래오래 앉아 있었다.
유채밭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농부들 말고는 모든 게 정지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앉아있어 보는 게 대체 얼마만인지...
지상의 모든 걸 녹여버릴 것 같던 뜨거움도 그 그늘 아래에선 천천히 식혀지고 있었다.
"나무는 뜨거운 햇볕을 받지만 우리에게 서늘한 그늘을 준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는 나에게 간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는가...
나는 몇 번이나 그 말을 나직하게 되뇌어보았지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내 한 몸 쉴 그늘을 찾아다니며 살아왔을 뿐
스스로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주지 못한 내 모습이
거기서는 잘 보였다.
그동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이리저리 그늘만 찾아다녔을 뿐
제 뿌리와 그늘을 갖지 못해서라는 걸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 《반 통의 물》 , 나희덕, 창비, 1999 (3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