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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 ㅣ A Year of Quotes 시리즈 2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1월
평점 :
"나는 확고하고 완결된 가르침을 대변하지 않아요.
나는 만들어져가는 사람이며, 변화해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내 책들엔 '누구나 혼자다'라는 이야기 말고도 또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지요.
예컨대 《싯다르타》는 전체가 사랑 고백입니다.
같은 고백이 나의 다른 책들에도 나오고요."
- R.B. 에게 쓴 편지, 1931년 5월 4일 (34p)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기쁘고 즐거워요. 제게 있어서 좋은 문장이란 정신을 깨우는 힘이 있거든요. 얼른 밑줄을 긋거나 다이어리에 적어 놓는데, 그냥 넘겨야 할 때도 있어서 아쉬워요. 제대로 된 문장수집 노트를 준비할 걸, 생각만 했네요.
2023년은 헤르만 헤세 사망 61주기이자 탄생 146주기,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데미안』 을 발표한 지 104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네요. 니케북스에서 A Year of Quotes 시리즈로 헤르만 헤세의 작품 속 명문장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냈어요.
《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 는 헤르만 헤세의 주옥같은 작품 속 명문장 365로 구성된 책이에요. 일단 책이 아담하고 예뻐요. 나만의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랄까요. 원래 하루 10분, 한 문장씩 365일 동안 읽을 수 있게 구성된 책인데, 일 년이 아니라 평생 쭉 곁에 두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네요. 이 책에는 헤세의 시와 소설뿐 아니라 비평, 편지와 일기, 메모 속 글들이 담겨 있어요. 전문 편집자 폴커 미헬스가 헤르만 헤세의 작품 외에 다양한 편지와 메모, 일기 등을 모아 직접 선별한 명문장을 엮은 것이라고 하니 그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 것 같아요. 헤르만 헤세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소중한 문장수집 노트를 얻은 것 같아서 행복해요.
한 문장만으로도 《데미안》,《싯다르타》,《황야의 이리》,《유리알 유희》 등 작품을 떠올릴 수 있고, 편지와 일기 속 문장들은 헤세의 개인적인 속내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아요. 카를 이젠베르크에게 쓴 편지에서,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단 하나의 문화적인 문제는 바로 학교예요. 이 생각만 하면 흥분하곤 하지요. 학교는 나의 많은 부분을 망가뜨렸거든요. 거기서 배운 거라곤 라틴어와 거짓말밖에는 없어요." (291p)라고 했는데, 1904년 헤세의 생각을 2023년에 반박할 수 없다는 현실이 씁쓸해요. 하지만 G.D.에게 쓴 편지에서, "삶이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결정할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 하는 건 내 책임이라고 봐요." (308p)라는 문장과 시 <행복> 에 나오는 "그대가 행복을 좇고 있는 한, 그대는 아직 행복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에요. 그대가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고 애석해한다면, 그대는 아직 평화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에요." (319p)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네요. 의미 있는 삶,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게 뭔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요. 인생에서 의미든, 행복이든 결국 자기 내면에서 찾지 못한다면 다 부질없어요. 나이들수록 현명해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중심을 찾아가고 있구나라는 걸 요즘 느끼고 있어요. 헤세의 문장을 매일 읽으며, 어제보다 조금 더 지혜를 채워가는 오늘을 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