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불 선진국 - 연대와 공존,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제언
조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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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 선진국》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법학자이자 연구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이자 문재인 정부 공직자로 활동해왔어요.

이 책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이야기하면서 한국이 단기적인 선진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선진국에 들어설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어요. 저자는 선직국이 되었다고 시쳇말로 "국뽕이 차오른다!"라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며,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그대로 두면 선진국 한국의 지속 가능성은 약해진다고 경고했어요.

 

"한국은 '자유권 선진국'이다. 

그러나 인권의 다른 축인 '사회권'은 그렇지 못하다.

나는 2017년 《사회권의 현황과 과제》라는 책에서, 

[사회권은 왜 필요한 것인가? 시민의 육아, 교육, 주택, 의료 등에서 기본적인 보장을 받지 못하면 그의 삶은 언제든지 불안하고 피폐해질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 보장이 없으면 시민은 자신의 삶을 주도하기 어렵고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 참여하고 주체적 선택을 하기 힘들다. 불법하거나 부당한 국가권력의 행사 앞에서도 침묵하거나 굴종하기 쉽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회적, 경제적 민주화다. 정치적 민주화의 요체가 자유권이라면 사회적, 경제적 민주화의 요체는 사회권이다. 이제 연대와 공존의 원리가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었고, 그 법률적 표현이 사회권이다.]라고 썼다.

... 법철학자 존 롤스 John Rawls 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등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새로운 '반성적 평형'을 이뤄내야 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의와 형평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새로운 규칙과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216-217p)

 

2022년 3월 출간된 이 책의 본래 목적은 연대와 공존,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제언인데, 현재 우리의 모습은 우려했던 문제점만 더욱 심화되었고 작년 무역적자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어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자마자 된서리를 맞고 있는데 현 정부는 모든 책임을 지난 정권에게 미루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으니, 각자도생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네요. 책의 마지막 문장이 예리하게 훅 들어오네요. "칙칙하고 암울한 장면을 보고 견뎌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간이다." (2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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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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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꼭 용기를 내주세요." (7p)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는 김승섭 교수님의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가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천안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9시 22분 서해 바다에서 폭침으로 가라앉은 배와 순직한 46명의 군인이 있다는 언론기사 내용으로만 기억하고 있어요. 그 폭침에서 살아남은 생존장병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어요. 저자가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고 해요. 2016년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에서 발주한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6개월 동안 생존학생과 그 부모를 만나 그 목소리를 기록하고 정리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참사 생존자들이 가지고 있던 연구자들에 대한 불신이었다고 해요.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은폐하고 왜곡했던 걸 고려한다면 참사 피해자들의 적대감은 당연한 결과일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연구를 끝낸 뒤,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했던 인터뷰 내용을 『한겨레 21』에 연재했다고 해요. 그때 연재 작업을 함께 하고 있던 정환봉 기자가 천안함 생존장병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연구를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했고,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를 책으로 출간하게 된 거예요.

천안함 폭침 사건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어요. 군사적 충돌의 관점에서 보면 적과 어떻게 교전했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중요한 안보 사건이 될 것이고, 침몰하는 배에서 동료를 잃고 살아남은 사람들에 주목한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 생존자 사건이지만 이 두 가지 관점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천안함은 산업재해 사건이라는 것.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군인들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고 다친 일이므로 공무상 순직인데, 일하다 발생한 사건으로 노동자가 고통받게 되었다는 본질은 같기 때문에 산업재해 사건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은, 천안함 생존장병은 국가유공자에 선정되지 않았을뿐 아니라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 2018년 당시까지 전역 이후 PTSD 치료비를 사비로 지불했다고 해요. 사망한 46명의 장병은 화랑무공훈장을 받으며 숭고한 희생을 한 존재가 되었지만, 살아남은 58명의 장병은 패잔병이라는 부당한 낙인과 싸워야 했고, 폭침 이후 얻은 PTSD로 병원 치료를 받으며 국가유공자가 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계속 했다는 거예요. 이런 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스스로가 실망스럽다고 답한 생존장병이 45.9% (11명/ 24명)라는 결과가 씁쓸하네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피해자 모욕을 합리화하는 진영 논리예요.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참사는 서해 바다에서 4년의 시차를 두고 생겨난 가슴 아픈 사건인데 이 두 사건을 조롱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이슈로 몰고 가며 상처를 곪게 만들었어요. 세월호 피해자에게는 '빨갱이'나 '시체팔이'라는 욕이, 천안함 피해자에게는 '얼마 받았길래 이명박한테 그렇게 충성하냐?'라는 근거 없는 비난이 가해졌는데, 소름끼치게도 작년 10.29 참사 때 똑같은 조롱과 모욕이 반복되었어요.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게 어떤 일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는 이 비극을 기억하며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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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
이다지 지음 / 서삼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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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 는 메가스터디 사회탐구 및 한국사 영역 일타강사 이다지 선생님의 책이에요.

"여러분, 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아요." 라며 십대 수험생부터 이삼십대 공시생, 사오십대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생까지 감동시킨 저자는 세상의 모든 슬로스타터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어요. 자신만의 꽃을 피우기 위해 달려가는 모든 사람들이 지칠 때마다 이 책을 통해 힘을 얻는 '햇빛과 물'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 마음이 아름답네요. 학생들이나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겐 하루하루가 고비의 연속일 텐데, 저자의 강력한 응원이 진심으로 힘이 될 것 같아요.

이 책은 이다지 선생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응원이 담겨 있어요.

수능 전까지 한 번도 3등급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던 저자가 수능 시험에서 처음으로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를 슬로 스타터라고 이야기해요. 세상의 모든 슬로 스타터들에게 딱 한 가지만 기억하라고, 그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역사적 주체라는 거예요. 역사라고 하면 거창한 왕조나 세계적인 사건을 떠올리겠지만 개개인은 각자 자신의 역사를 이루어나가는 존재라는 거예요. 영국의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37-38p)라고 말했대요.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현재의 내가 끝없이 대화하면서 나의 역사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오늘 하루를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는 동력이 될 것 같아요. 역사 선생님다운 값진 조언이에요. 역사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의 특징은 통찰과 지혜가 있어요. 그래서 역사를 모르면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실수 때문에 자존감이 확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는 실수를 교훈 삼아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면 되는 거예요. 학생들이 종종 저자에게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데, 그 방법은 간단해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낼 것, 버티기 힘들 때는 내려놓을 것, 모든 내 모습을 좋아해줄 것. 단 주의할 점은 욕할 때 자신의 전체를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거예요. 본인 못나 보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에 푸념은 하되 '나의 전체'를 대상으로 한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 같은 발언은 금지예요. 잘못한 부분만 바로잡으면 돼요. 덤벙거리다가 핸드폰을 두고 왔다면 그 부분만 자책하고, 다음에는 꼼꼼하게 챙기면 되는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면 실수하고 실패했던 과거의 나에게 벗어나 긍정적인 '나'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요. 우리 모두는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될 운명이라고, 그러니 '나의 역사'를 새롭게 써보라는 말이 큰 힘과 용기를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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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수업 -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에 대하여
김민식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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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라고 내뱉을 때마다 이 노래가 생각나요.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땐 내 마음속에 조용히 찾아와줘~ "

싫지만 떨어질 수 없는 사이랄까요. 오랫동안 곁에 머물러 있는 외로움, 잘 지낼 방법이 있을까요.

《외로움 수업》은 김민식 PD의 인생 서핑기이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은퇴기라고 하네요.  저자는 2020년 예기치 않은 일로 MBC를 퇴사했고 SNS 활동을 비롯해 10년간 매일 써온 블로그마저 닫는 등 스스로를 유폐시켰다고 해요.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잘못과 부끄러움을 인정하고 물러나면서, 오십의 나이에 실직과 그로 인한 불안, 외로움이 엄습했다는 고백에 숙연해졌어요.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한순간 모든 게 무너졌다면, 살면서 그런 고비가 몇 번쯤 오는 것 같아요. 문득 외로움이 찾아올 때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이 책은 저자가 2년 동안 외로움을 마주하며 스스로 위로했던 기록이며, 어떻게 그 외로움이라는 파도를 넘나들며 다독였는지 나름의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어요. 외로움의 수업에서 첫 단계는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것,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마음이에요. 저자는 고교 시절 자살의 유혹을 이겨냈던 어느 날 이후의 삶은 스스로에게 준 상이라고 표현했어요. 고통을 견디고 나니 삶의 고마움을 더 잘 알고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대개 가라앉지만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고통은 우리를 과거에 가둔 채 지속적으로 괴롭혀요. 외로움이라는 고통이 첫 번째 화살이라면 원망이라는 고통은 두 번째 화살이라고, 첫 번째 화살은 맞아도 두 번째 화살은 꼭 피하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에요. 외로움에 사로잡혀 타인을 원망하며 살아가지 않으려면 나의 오늘 하루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 무엇이 당신에게 지속 가능한 즐거움을 주나요? 저자에겐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산에 오르는 일이라고 해요. 각자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 몰두해보는 거예요. 책 속에 '셀프 쓰담쓰담'은 '이럴 땐 이렇게 해봐요!'라는 저자만의 솔루션이 나와 있어요. 상처받기 싫어 마음이 닫힐 때는 상대의 관심사에 마음을 열어보라고, 오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을 생각해보라고 하네요. 최영미 시인의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 실린 <밥을 지으며>라는 시가 참 좋았어요.

"밥물을 대강 부어요 / 쌀 위에 국자가 잠길락말락 / 물을 붓고 버튼을 눌러요 / 전기밭솥의 눈금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 밥물은 대충 부어요, 되든 질든 / 되는대로 / 대강, 대충 살아왔어요 / 대충 사는 것도 힘들었어요 / 전쟁만큼 힘들었어요 / 목숨을 걸고 뭘 하진 않았어요 / (왜 그래야지요?) / 서른다섯이 지나 / 제 계산이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답니다!" - <밥을 지으며> 전문 (195-196p)

대충 살아도 힘든 삶인데 너무 아둥바둥댔나 싶어요. 시를 읽으며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떠올려보니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네요. 외로움을 지우는 절대적인 방법은 없지만, 《외로움 수업》을 통해 외로움이라는 파도를 어떻게 타야 할지 조금 감을 잡았네요. 서핑하듯 삶을 살아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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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역습 - 금리는 어떻게 부의 질서를 뒤흔드는가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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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자이언트 스텝...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이 왜 중요할까요. 작년부터 연준은 기준 금리를 단계별로 올렸고, 2023년에도 금리 인상은 계속되고 있어요. 지속적인 금리 인상 예고로 미국 금융시장, 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까지 들썩이고 있어요. 그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달러 값 상승을 부추기고, 달러를 쓰지 않는 나라의 생필품 값을 올리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물건 값의 80%를 달러로 치르기 때문에 이미 값이 오른 물건 상당수가 또 오를 거라는 우려를 하게 되는 거예요. 원유가 그렇듯 빚도 대개 달러로 갚아야 해서 달러 값이 오르면 큰 빚을 진 나라들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어요. 스리랑카, 이집트,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 위기에 몰린 나라가 많아요. 우리도 예외는 아니죠.

" 금리는 어떻게 부의 질서를 뒤흔드는가.

자이언트 스텝을 예견하며 다음 위기를 경고한 첫 번째 책!" 이라는 문구에 끌렸어요.

《금리의 역습》은 에드워드 챈슬러의 책이에요. 저자는 모두가 저금리에 열광할 때, 곧 찾아올 경제 위기를 예견해 미국과 영국에서 화제를 모았어요. 실제로 저자의 주장대로 신용 거품은 세계 경제 위기로 이어졌고, 마침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자이언트 스텝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금융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숫자만 보면 머리가 아픈 사람이라면 '금리'라는 단어와는 친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 책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은 '금리'의 모든 것을 비교적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금리의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금리 정책이 만든 현재와 미래 경제를 알려주고 있어요. 솔직히 '금리'라는 주제가 이토록 흥미로울 거라는 예상은 전혀 못했어요. 실용적인 지식과 재미를 갖춘 경제서적이네요.

일단 이 책의 원제는 'The Price of Time' 예요. 이자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관점은 '이자'를 '돈의 시간 가치' 또는 단순하게 '시간의 가격'으로 보는 것이라고 해요.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인 "시간은 소중하다. 시간은 돈이다. 시간은 생명을 만드는 물질이다." (15p)라는 문장이 '이자'의 개념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다니, 새삼 놀랍네요. 대출업자는 시간 판매자인 거죠. 시간의 가치가 널리 퍼지면서 이자의 개념이 바뀐 거예요.

역사적으로 이자를 탐욕의 상징이자 도둑질로 보는 부정적 견해가 있었지만 현재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자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돈을 빌려주는 대출자는 채무자에게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자본을 제공하므로 이 시간에는 가치가 있어요. 이자는 자연스럽고 정당하며 합법적인 동시에 유용하며, 이는 이자를 내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요. 이자율, 즉 금리는 동산 같은 실물 경제 요인뿐 아니라 통화 정책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는 요인이에요. 따라서 이 책에서는 현대 경제에서 이자가 담당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루고 있어요. 이자는 절제에 대한 보상으로써 저축을 장려하는 수단이고, 레버리지 비용이자 리스크의 대가이며, 금융 시장 규제 상황에서 은행가나 투자자들이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도록 해주고, 금리는 외환으로 나라 간에 오가는 자본 흐름의 균형을 맞춰주면서 소득과 부의 분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저자는 자본 배분의 방향을 감독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필요하고, 금리가 없다면 투자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미국의 불평등은 1980년대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이후 나타났고,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이지 머니는 부의 거품을 부풀려 불평등을 악화시켰어요. 불평등의 증가로 경제 성장 전망이 낮아졌고, 경제가 정체되면서 노동자들의 소득도 정체되었어요. 저금리는 불평등을 낳고, 불평등은 저금리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된 거죠. 마이너스 금리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던 경제학자는 자신이 틀렸음을 지금은 알겠죠. 세계화 추세가 역전되고 중국의 노동력 감소로 물가상승은 가속화될 것이고 이를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네요.

흥미로운 부분은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해석이에요. 캐럴은 소설의 세계에서 시간과 게임을 벌이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어요. 모자 장수 매드해터는 티 파티에서 음정에 맞지 않는 노래를 불러 '시간을 살해했다'는 비난을 받는데, 이는 시간의 가치를 강조한 거예요. 《실비와 브루노》에서 아웃랜드 교수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장치가 달린 시계를 소유하고 있어요. 캐럴은 시간의 가격이 무로 설정되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거나 중앙은행들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면 금융이 무의미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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