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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키퍼의 딸
안젤린 불리 지음, 김소정 옮김 / 문학서재 / 2023년 3월
평점 :
굉장히 놀라운 작품을 만났어요.
2022년 ALA 마이클 프린츠 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거창하게 수상 이력을 나열하는 건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것일뿐.
이미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치 미-그웨치." 예요. 아주 고마워요.
이토록 훌륭한 작품을 읽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저자 안젤리 불리는 수 세인트 마리의 오지브웨 인디언 부족의 등록 시민이며, 미국 법무부 인디언 교육국 국장이었이며 미시간주 남서부에 살고 있지만 슈가섬을 영원한 고향으로 여기는 작가예요. 《파이어키퍼의 딸》은 안젤리 불리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해요.
그동안 많은 영미소설을 봐 왔지만 현재 시점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정말이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미국이라는 나라에 원주민, 인디언 부족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마치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 취급을 해왔던 게 아닌가 싶어요. 백인과 흑인, 그밖의 유색인종이라는 범주에 속해 있었던 거죠. 미국 내에 인디언 부족과 집단, 마을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아예 관심조차 두질 않았어요. 그러나 소설을 통해 차별과 폭력을 목격했고, 그들이 겪는 고통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주인공 다우니스 폰테인은 열여덟 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요.
인디언 아빠와 백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다우니스에겐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비극적인 과거가 있어요. 혼혈이기에 그 어느 쪽에도 완벽하게 속할 수 없는 존재, 이방인으로 살아온 그녀지만 영혼 깊숙한 곳에는 파이어키퍼, 불을 지키는 사람이 살고 있어요. 그래서 아빠의 고향인 슈가섬을 우주만큼 사랑하고 있어요. 원래는 미시간 대학교에 가려고 했는데, 외삼촌의 죽음, 뒤이어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계획이 변경됐어요. 할머니의 뜻대로 집에서 가까운 레이크스테이트 대학에서 1학년을 보내기로 했어요. 덕분에 절친 릴리는 기뻐했죠. 남동생 리바이는 축하파티를 열자고 했고요. 리바이는 하키 팀에 새로 온 친구인 제이미를 소개시켜줬고, 여자친구가 있는 제이미가 워낙 매력적이라서 다우니스에게 방패막이용 앰버서더를 부탁했어요. 다우니스는 매일 아침 제이미와 달리기를 하며 친해졌고 자신의 속이야기까지 털어놓게 되었어요. 여기까지는 즐거운 청춘의 이야기였는데 절친 릴리가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 뒤 모든 게 달라졌어요. 믿었던 제이미마저...
저자는 소설 속 인디언 부족이 겪는 사건을 상상해서 만든 것이며, 자신의 이야기가 연방이 인정하는 574개 인디언 부족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걸 밝히고 있어요. 다만 한 가지 정확한 진실은 원주민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하다는 거예요. 원주민 여성은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살면서 폭력을 경험하고, 절반 이상은 성폭력에 노출된다고 해요. 거의 대부분의 원주민 여성은 비원주민 가해자를 적어도 한 명은 만난다는 거예요. 드러내기 힘든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세상에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해요.
원주민 혼혈이지만 백인의 외모를 가진 다우니스를 통해 미처 몰랐던 상처와 비극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놀라웠어요. 무엇보다도 아니시나-베, 미국 토착민의 언어 속에서 그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미-그웨치!
"나의 뿌리는 이토록 깊은데 나는 언제나 이곳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지만......,
그 누구도 나를 전체로서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는 설명하기 힘들었다."
(35p)
"우리 부족의 역사를 알고 우리 조상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아는 게 좋아.
진실을 아는 건 중요해. 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해도 말이야.
그 누구도 너희를 의식에서 멀어지게 하지 말아야 해." (508p)
"내 아가씨들, 배들은 강에서 다니게 만들어진 것도 있고
바다를 향해 만든 것도 있어.
집으로 가는 길을 절대로 잊지 않기 때문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배도 있지." (511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