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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토멕과 신비의 물 ㅣ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정혜승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4월
평점 :
"우린 자매다. 나비 날개처럼 부서질 듯 여리지만,
그래도 우리는 세상을 사라지게 할 수 있지. 우리가 누굴까?" (165p)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처럼 여기에도 요괴 할멈의 수수께끼가 나오네요.
정답이 뭔지 궁금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요. 그것이 정답보다 더 중요해요.
수수께끼에 숨겨진 의미를 찾을 것.
《거꾸로 흐르는 강》은 장클로드 무를르바의 소설이에요. 이 작품은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있어요. 아이들을 위한 책인 거죠. 그리고 마음 속 아이를 품고 있는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어쩌면 그 기억을 잃었을지도 모르니까, 모든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아이들에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환상 동화로 느껴질 테지만 어른들에겐 거꾸로 기억을 되살리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저자는 2021년 스웨덴의 아동문학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기념해 만들어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을 받았는데, 린드그렌 기념상 배심원들이 무를르바를 "가장 어려우면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고전적이면서 혁신적인 작가"라고 소개했다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완전 수긍이 가네요. 장 클로드 무를르바는 독일어 교사였고, 배우, 감독으로도 활동했고, 연극을 하면서 처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해요.
다들 살면서 한 번쯤 멀리 떠나는 꿈을 꾼적이 있을 거예요. 어릴 때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멋진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했는데, 어느 순간 잊고 말았어요. 모험은커녕 일상에 쫓겨 살고 있으니...
주인공은 열세 살 소년 토멕이에요.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혼자서 작은 잡화상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웃에 사는 이샴 할아버지가 가족 같은 존재예요. 어느 날, 잡화상에 열두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짙은 갈색 머리의 소녀가 들어와 막대사탕을 찾았어요. 토멕은 커다란 유리병에서 막대사탕을 하나 꺼내 줬고, 소녀는 사탕값으로 동전 하나를 건넸어요. 사실 토멕은 예쁜 소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고, 소녀에게 이 가게에는 모든 게 다 있다고 큰소리를 쳤어요. 하지만 소녀가 원하는 건 크자르강의 물인데 토멕은 그게 뭔지도 몰랐어요. 소녀는 그 물을 구해서 물통에 담아 올 거라고 했어요. 소녀는 떠났고, 토멕은 고민했어요. 이샴 할아버지의 말로는 소녀가 찾는 건 신비의 물이며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해주는 물이라고 했어요. 크자르강은 거꾸로 흐르는 강인데 강물이 도달하는 지점에 '성스러운 산'이라고 불리는 산이 있대요. 지금까지 그 물을 가져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대요.
지루한 나날을 보내던 토멕은 드디어 고향을 떠날 수 있는 이유를 찾았어요. 이샴 할아버지를 위해 크자르강의 물을 담아오겠다고, 물론 소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몰라요. 토멕은 여행길에서 마리와 당나귀 카디숑을 만났고, 망각의 숲, 무시무시한 곰들, 돛이라 불리는 펄럭이는 푸른 꽃밭을 거쳐 바다 위를 항해하는 용맹호를 타고 존재하지 않는 섬 등 이상하고 신비로운 것들을 경험했어요. 과연 거꾸로 흐르는 크자르강과 예쁜 소녀 한나를 만날 수 있을까요. 토멕의 여행, 아니 모험에서는 아주 중요한 순간들이 존재해요. 기억을 잃었다가 다시 생각나고,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순간, 토멕은 떠날 수 있었어요. 누구나 떠날 수 있지만 아무도 떠나지 않았던 건 믿음과 용기가 없어서예요.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사랑인 것 같아요. 소년의 첫사랑, 예쁜 한나에게 반했던 그 마음 안에는 삶에 관한 본질이 숨어 있어요. 찾았나요?
"토멕, 난 네가 숲을 가로지르겠다는 걸 굳이 막지 않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내일도 우리는 거기 그 자리에 있겠지.
결국 모든 건 자신의 결정에 달린 거란 걸 너도 곧 깨닫게 될 거야." (61p)
"그래, 가장 크고 무서운 병은 습관에 안주하는 거야, 익숙해져 버리는 거지." (159p)
"얘들아, 즐겁게 살아야 해!" (21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