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
소향 외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평점 :
"유령보다 무서운 게 있었다. 새 학년, 새 학기." (138p)
사람마다 무서움을 느끼는 대상이 다를 거예요. 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에겐 공통적인 두려움이 하나 있는 것 같아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물론 활발한 아이들의 경우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아서 남들은 모를 수 있지만 본인은 알고 있어요. 친구와 싸웠다거나 친구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생기면 급격히 우울해지거나 예민해지는데, 사춘기 무렵에는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중학교 입학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되다 보니 설렘과 함께 불안감도 큰 것 같아요.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는 청소년 소설집이에요.
네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네 편의 이야기 속에는 중학교 1학년생들의 복잡미묘한 마음이 담겨 있어요.
어른들은 미처 몰랐던 혹은 다 안다고 착각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신기하게도 이번 작품들은 중학교 1학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더라고요. 늘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보다가 나 자신이 아이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랄까요. 소향 작가님의 <하나중 도시농부 고백 사건>은 피식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였다면, 범유진 작가님의 <거울은 알고 있다>는 뭔가 묵직한 한 방을 맞은 느낌이었어요. 그때 그 시절, 학교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세상에 나쁜 사람은 많지만 나쁜 선생의 존재는 최악이에요. 그 피해자는 아이들이니까요. 소설 속 사건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진 몰라도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었어요. 제대로 된 어른이라면 적어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라면 올바른 판단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다는 게 한심하고 화가 나더라고요. 어쨌든 거울은 모든 걸 알고 있으니 어떤 마음인지 이해할 거예요.
가끔은 답답하기도 해. 거울 앞에 섰을 때 마음으로 하는 생각들,
그걸 서로 솔직하게 털어놓기만 해도 풀릴 오해가 아주 많거든.
그런데 올해의 1학년 3반 교실은 조금 달랐어.
입학하고 고작 한 달인데, 교실에서 살벌한 '범인 찾기'가 시작된 거야. (78p)
"친구끼리 장난친 거잖아. 이게 뭐 큰일이라고?"
"이게 왜 큰일이 아닌데요? 그럼 저도 선생님들 순위 매겨도 돼요?"
한수지의 당돌한 말에 담임의 미소가 사라졌어.
담임은 한수지에게 버릇없다고 화를 내고, 자리로 돌아가 앉으라고 소리쳤지.
한수지는 입을 꽉 다물고 자리에 앉아, 종이를 구겨 자신의 책상 서랍에 쑤셔 박았어. (80p)
상담실에 앉아 반성문을 쓰는데, 교감 선생님이 복도를 지나가는 것이 반쯤 열린 문틈으로 보였다.
여자애 한 명이 교감에게 인사를 했다. 교감은 그 애에게 "너는 살만 빼면 정말 예쁘겠다."라고 말했다. (97p)
이필원 작가님의 <유령 짝꿍>은 유령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너무 착한 유령 덕분에 소중한 걸 깨닫게 되는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임하곤 작가님의 <나라는 NPC>는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메타버스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오롯이 나를 향해 빛나는, 그것이 뭔지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이 날 것 같아요. 풋풋하고 아름다운 중학교 1학년생들의 이야기, 정말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