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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흑역사 -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이 저지른 실패의 전쟁사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5월
평점 :
"내가 생각하는 장교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멍청하고, 게으른 장교다.
대다수 장교는 두 가지 특성이 결합되어 있다.
...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람은 멍청하면서 부지런함을 갖춘 자다.
그는 무엇을 하건 간에 조직에 해를 끼칠 뿐이므로 어떤 책무도 맡아서는 안 된다." (4p)
정곡을 찌르는 이 명언의 출처는 1933년 10월 17일 발표된 독일군 '부대지휘교본'이라고 하네요.
군대에서 유능한 자를 요직에 앉히고 무능한 자를 걸러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이유는 한 명의 지휘관에게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을 뿐 아니라 전쟁의 승패와 국운마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전쟁사 연구가인 저자는 앞서 인용한 네 가지 유형의 장교 중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에게 주목했어요. 위대한 명장이나 영웅이 아닌 패자들을 살펴봐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별들의 흑역사》는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이 저지른 실패의 전쟁사를 다룬 책이에요.
이 책에는 패장 열두 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로돌프 그라치아니와 이집트 침공, 무다구치 렌야와 임팔작전, 모리스 가믈랭과 프랑스군, 하나야 다다시와 하호작전, 클리멘트 보로실로프와 겨울전쟁, 피에트로 바돌리오와 이탈리아 패망, 나폴레옹 3세와 스당전투, 오레스테 바라티에라와 아두와 전투, 로이드 프레덴들과 횃불작전, 조지프 워런 스틸웰과 버마작전, 로베르 니벨과 니벨 공세, 유재흥과 현리전투를 만날 수 있어요. 이 가운데 유재흥은 자신이 맡았던 부대마다 매번 해체되고 수많은 병사를 적의 포로로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명예인데 문책은커녕 스스로 도의적인 책임도 지지 않았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선으로 돌아가 군단장을 맡았고,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는 교육총장과 합동참모의장, 제1군 사령관을 역임했으며 이승만이 하야하자 군복을 벗고 민간인 신분이 되어 외교관으로 활동했고, 1971년에는 국방장관에 올랐다고 하네요. 헉, 충격적이네요. 이런 인물이 대한민국 정부 요직에 올랐다는 건 우리 사회가 지닌 심각한 고질병이자 시대적인 불행이라고 봐야겠지요.
전쟁사에서는 최선을 다했으나 운이 따르지 않아서 진 경우가 얼마든지 있어요. 하지만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최고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는 전쟁의 승패를 따지기 이전에 국가 재난으로 봐야 해요. 그들의 독단과 이기심, 잔혹함 때문에 수많은 병사들이 처절하게 깨지고 극심한 후유증을 남겼다는 점에서 역사의 실패자로 이름을 남겨야 해요. 여기에 등장하는 패자들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려 했어요. 무능함, 무책임, 몰염치까지 최악의 인간들이에요. 저자는 이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여겨 진정한 명장의 자질이란 남들보다 특출한 천재성이 아닌 자신의 두 어깨에 놓인 책임의 무게를 깨닫는 것임을 알려주네요. 패자들을 주목한 것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진정한 승리를 하기 위해서예요. 사실 패전의 역사라서 달갑지 않았는데 패자들의 실체를 알고나니 더 이상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경각심이 들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