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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
메리 카 지음, 권예리 옮김 / 지와인 / 2023년 6월
평점 :
"삶을 견뎌낸 사람들은 누구나 할 이야기가 있다." (15p)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는 메리 카의 책이에요.
저자는 30여 년 동안 대학에서 작가 지망생들에게 자전적 글쓰기 수업을 했는데, 바로 그 내용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어요.
이 책에는 저자가 가르친 책들과 자신이 쓴 세 권의 책 사이를 오가며 전개되고 있어요.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들이 자신만이 말할 수 있는 본인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가장 진실하고 가장 아름답게 말할 수 있는 최적의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것이라고 하네요. 작가 지망생이라면 반드시 써야 할 인생록이며, 아직 글쓰기를 망설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도전해봐야 할 인생록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려주고 있어요.
우선 저자는 인생록 쓰는 일은 "어떤 면에서 자기 주먹으로 자기를 자빠뜨리는 것, 특히 제대로 잘 썼을 때 더욱 그렇다." (20p)라고 이야기하네요. 빼어난 인생록을 쓴 작가들은 하나같이 쓰는 과정이 고약하고 끔찍했다고 전하는데, 그만큼 사람을 뒤흔드는 창작 분야라는 거예요. 자기를 아무리 잘 아는 사람이라도 자기 이야기를 쓰다 보면 속이 뒤틀릴 수밖에 없다고 해요. 이미 틀을 잡아 놓은 멋진 자아와 본연의 자아가 싸워야 하기 때문이에요. 저한테는 그 싸움이 늘 어려웠고, 굉장한 걸림돌이어서 아직도 해결 못한 과제이기도 해요.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할 것 같아요.
위대한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의 가장 내밀한 약점마저 보여주는데, 누구나 꾸밈없이 발가벗은 인간을 보면 조금은 감동하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저자는 자전적 글쓰기의 진실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을 지켜내려면 정신적 대가를 치러야 해요. 과거를 샅샅이 헤아려보는 과정에서 고통, 괴로움을 목격하게 되는데 종기를 째고 고름이 흘러내릴 때까지 악취를 견뎌내야 비로소 과거를 과거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자신이 실제로 겪은 경험을 똑바로 바라봐야 꼭꼭 숨어 있는 삶의 의미들이 빛날 수 있어요. 직접 경험한 것을 쓰는 글은 사실관계 오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오류의 본질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기 때문에 훌륭한 글이 되는 거예요.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있어요. 성장하는 동안 모든 상황이 괴로워서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믿지 않으며 자랐는데, 어른이 된 뒤에 어머니에게 처음 과거를 캐물었을 때 자살하겠다며 위협했지만 결국엔 두 손을 들었다고 해요. 다행스러운 건 진실을 밝혀내는 작업이 가정파탄 대신 부서질 위기에 놓였던 가족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줬다는 거예요. 『거짓말쟁이들의 클럽』을 썼을 당시에는 그 내용이 진실이었지만 사실은 가족에 대한 애정어린 착각 속에서 가족을 미화하고 싶었다고 고백하네요. 지금 그 이야기를 다시 쓴다면 가족에게 덜 관대하게, 어린 자신에겐 더 집중할 거라고 하네요. 진짜 자아에 눈을 맞출 용기가 생긴 거예요. 자신의 심리를 올바르게 인지하고 진실의 힘을 믿기에 자신이 찾은 것을 드러낼 용기를 낸 거죠. 나만의 이야기는 나를 구원할 뿐 아니라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다는 것, 바로 그 점이 인생록을 써야 할 이유인 것 같아요. 메리 카의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은 단순히 글쓰기 방법을 뛰어넘는 감동이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