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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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는 왜 숲으로 들어갔는가.

《월든》은 월든 호숫가 숲 속의 조그만 오두막에서 살았던 2년 2개월 2일 동안의 삶을 기록한 책이에요.

젊은 청년이 혼자 숲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으니 주변에서 어지간히 궁금한 게 많았나봐요. 무엇을 먹고 사는지, 외롭거나 무섭지는 않은지 등등 이런저런 질문 공세에 시달렸던 소로는 이 책을 통해 답해주고 있어요. "내가 월든 호수에 간 것은 보다 싼 생활비로 살기 위해서라거나 화려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 방해 없이 나만의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32p) 그때나 지금이나 자연인의 삶은 보통의 사람들에겐 호기심을 자아내는 면이 있어요. 도시를 벗어나 문명 세계와 단절된 삶을 선택한 이유가 체념이나 도피가 아닌 본인의 일을 하기 위해서라는 점이 중요해요. 소로가 살았던 19세기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재산을 모으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자신의 집 한 채를 마련하느라 인생의 절반 이상을 고스란히 바쳐야 했는데, 소로는 문명이 인간 조건의 진보라고 주장한다면 문명 속에서 더 큰 희생을 치르지 않고 보다 나은 집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할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미개인이 이런 조건으로 자신의 오두막과 궁전을 바꾼다면 그게 과연 현명한 선택이냐고 되묻고 있어요. 문명은 주택을 개선시켰지만 그 안에 거주하는 인간을 그 정도로 개선시키지는 못했다는 거예요. 문명인이 추구하는 것이 미개인이 추구하는 바에 비해 더 가치있는 것이 아니라면, 문명인이 조악한 필수품과 안락을 얻기 위해 인생의 더 많은 부분을 일하느라 보내야 한다면 어떻게 문명인의 삶이 미개인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겠어요. 적어도 원시 시대의 소박하고 꾸밈없는 생활에는 인간을 자연 속에 머물게 하는 이점이 있었고 음식과 수면으로 기운을 회복하면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었어요. 물론 소로는 문명을 거부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인류의 발명과 근면함을 받아들이면서 숲속의 삶을 즐기는 문명인이었어요. 소로에게 문명인이란 보다 경험이 많고 현명한 미개인이라는 것.

독립된 주거지를 원했던 소로에게 숲 속의 조그만 오두막은 최고의 궁전이었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안분지족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요. 소로는 1845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월든 오두막에 입주했는데, 누구의 말마따나 사회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의미로 그날을 택한 게 아니었을까요. 법정 스님의 머리맡에 있었다는 《월든》, 그래서 덜 소유하고 더 많이 누리는 미니멀라이프의 표본이 된 것 같아요. 소로의 오두막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뭔가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소로의 책상 위에 놓인 책은 호머의 <일리아스>였다고 해요. 참된 정신으로 참된 책을 읽는 일은 숭고한 운동이며, 운동선수가 훈련을 하듯이 독서를 제대로 하려면 거의 평생을 꾸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알려주네요. 글쓰기와 독서, 그리고 고독과 친교를 즐긴 소로의 삶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게 되네요. 소로가 숲에서 산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오두막 집에서 호숫가에 이르는 길이 생겼다고, 우리 인생도 스스로의 걸음으로 만들어가는 길이 아닐까 싶네요.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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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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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나는 이 말에 진심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정부가 하루빨리 이런 모습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 모토를 실행에 옮기면 

결국 "전혀 다스리지 않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나는 이 말에도 동의한다.

사람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바로 이런 유형의 정부를 얻을 것이다.

... 정부는 사람들이 자기 뜻을 이루기 위해서 선택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정부를 통해서 행동할 수 있기 전까지는 정부도 상비군처럼 남용되거나 악용될 우려가 있다. ... 시민으로서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 정부가 당장 나아지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떤 정부가 존중할 만한 정부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존중할 가치가 있는 정부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길이다." (6-9p)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시민 불복종》은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여덟 번째 책이에요.

《시민 불복종》의 저자는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실천적 초월주의 철학자이자 자연주의 문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2년 2개월 2일을 홀로 지내며 썼던 『월든(Walden : Life in the Woods)』 이라는 책으로 기억할 거예요. 자연주의 사상이 그대로 담긴 숲속 오두막 생활을 하던 그 시기에 소로가 감옥에 간 적이 있어요. 죄목은 6년간 인두세 미납, 돈이 없어서 못 낸 것이 아니라 납세를 거부했던 거예요. 1846년 멕시코 전쟁이 터지자 노예제도와 전쟁을 반대하면서, 국민들의 세금이 노예제도 유지에 들어가기에 낼 수 없고, 멕시코와 비도덕적이고 명분 없는 전쟁을 벌이는 정부라면 더더욱 세금을 못 내겠다고 버티다가 체포됐던 거예요. 수감 기간은 단 하루, 자신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세금을 대납해준 고모 덕에 풀려났던 거죠. 거기서 나왔을 때 세상이 크게 바뀐 게 없다는 걸 느꼈고, 감옥에서의 하룻밤 경험을 토대로 《시민 불복종》을 썼다고 해요. '시민 불복종'의 원제는 <Resistance to Civil Government, or Civil Disobedience, or On the Duty of Disobedience> 이며 핵심은 국가나 법이 비양심을 요구한다면 저항하라는 거예요. 악법도 법이라는 소크라테스와는 반대로 시민의 적극적인 항거를 주장한 거죠. 공교롭게도 감옥에 갇혀보니 자신을 가둔 정부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은 거예요. 육신은 감금한다고 해도 자신의 정신까지 가둘 수는 없다고, '나는 남에게 강요당하려고 태어나지 않았고 내 방식대로 숨 쉴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보자.' (34p)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어요. 스물아홉 살의 청년 소로는 감옥에서의 사색을 통해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공자의 말을 빌려 "만일 나라가 이성의 원칙에 따라서 통치된다면 가난과 고통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라가 이성의 원칙에 따라서 통치되지 않는다면 부와 명예가 부끄러운 일이다." (22p)라면서 무능하고 불의한 정부를 향해 따끔한 일침을 날리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이유로 놀랐어요. 굉장히 짧지만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서 감탄했고, 1849년 '시민 불복종'이라는 외침이 2023년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어요. 그때와 지금, 세상은 얼마나 바뀌었나요. 광범위하게 만연한 잘못이 계속 이어지려면 무관심이라는 미덕이 필요하고, 불의를 근절하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는 아니지만, 딱 하나만 기억한다면 정신 번쩍 들 거예요. 소로는 말했어요, 현명한 사람은 정의를 운에 맡기지 않는다고요.


"늘 다수가 지배하는 정부는 정의를 따르지 못한다.

다수가 사실상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정부 말고 양심을 따르는 정부는 있을 수 없는가?

... 나는 우리가 사람이 되고 나서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을 정의만큼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는 유일한 의무는 

언제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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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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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는 아기공룡 둘리 탄생 40주년 기념 에디션이에요.

이 책은 아기공룡 둘리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된 그림 에세이예요. 처음 둘리가 <보물섬>에 연재되던 시절에는 둘리가 불쌍하고 고길동 아저씨가 밉다는 어린이들이 많았어요. 근데 어느덧 세월이 지나 그 시절의 어린이들은 고길동에게 공감하는 어른이 되었어요. 오죽하면 고길동이 불쌍해지면 어른이 된 거다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길동 아저씨는 만화 시작할 때 과장이었는데 지금도 과장, 둘리 만화가 끝날 때까지는 계속 과장이겠지요. 만화 속에서는 만년 과장님이지만 그 덕분에 고된 세상살이를 어떻게 버텨야하는지 롤모델이 되고 있짆아요. 길동 아저씨의 마음을 몰라주던 어린이들이 이제 어른이 되어 공감하게 된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요즘은 웹툰이 대세지만 여전히 만화책이 주는 낭만을 이길 순 없는 것 같아요. 아기공룡 둘리 탄생 40주념 기념으로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이 재개봉하면서, 둘리와 친구들을 멋진 그림 에세이로 만날 수 있어서 반갑고 기뻤어요. 추억이 몽글몽글 떠오르는 독자들을 위해 만화도 등장해요. 짧은 만화와 귀여운 일러스트 그리고 감동적인 글이 어우러져 연령과는 무관하게 모두가 읽고 즐길 수 있는 책이 완성되었네요. 특별히 이 책은 고길동을 위한, 고길동의 마음을 다독이는 내용이라서 지치고 힘든 어른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생각 안 해도 될 걸 생각해서는 화내고 있는 길동 아저씨에게 둘리는 이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아저씬 참 병이야. 밝은 미래도 있는데, 꼭 지난 과거를 들춰내서 장래를 망치고 싶으세요?" (122p) 라고 말이죠. 우리의 인생 선배 고길동은 지난 얘기 자꾸 하면 머리만 아프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요. 둘리와 친구들처럼 말이죠. 그러니 혼자라고 느낄 때는 주위를 둘러봐야 해요. 좋은 사람들이 늘 우리 곁에 있는 걸요.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나를 위로해 줄 때도 있어요. 길동 아저씨는 '하고 많은 집 중에 하필 우리 집에 와서는......'라고 한탄했지만 결국엔 "사는 게 이런 거지."라며 불청객들을 식구로 받아주었어요. 어릴 때는 길동 아저씨의 투덜거림이 싫다는 표현인 줄 오해했는데 이제는 알아요, 속마음은 따뜻하다는 걸 말이죠.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길동 아저씨도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에요.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줘요. 사랑한다면 "사랑해!", 고마우면 "고마워!", 미안하면 "미안해!"라고 꼭 표현해봐요.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현명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고요. 우리의 가장 길동 아저씨, 가장님, 과장님, 아프지 말고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고단한 하루를 보낸 수많은 길동 아저씨를 위해 아낌없는 응원과 사랑을 담아낸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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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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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둘리가 벌써 마흔 살이 되었어요. 늘 '아기'라는 수식어가 익숙했는데 어느새 중년의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새삼 고맙네요.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친구 같은 존재니까요. 둘리 탄생 40주년을 기념하여 96년 상영됐던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이 고화질 디지털로 복원돼 재개봉이 이뤄졌어요. 여기에 추가할 선물이 더 있어요. 아기공룡 둘리 탄생 40주년 기념 에디션 두 권의 책이 나왔거든요.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는 아기공룡 둘리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된 그림 에세이예요.

사랑스러운 둘리가 어떻게 우리 곁에 처음 오게 되었는지, 1983년 지구에서 만난 정겨운 친구들과 함께 어떠한 일상을 보냈는지, 따뜻한 이야기와 재미있는 만화로 만날 수 있어요. 둘리를 추억의 만화 주인공으로 기억하는 어른들뿐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라서 좋아요. 일억 년 전 우주의 어느 별에서 태어난 둘리는 우주의 신비한 초능력을 얻은 뒤 홀로 빙하 속에 갇혀 긴 시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났어요. 그때 지구에서 만난 친구들이 고집불통 고길동 아저씨, 어른보다 더 똑똑한 아기 희동이, 백수이지만 꿈을 간직한 마이콜, 귀염둥이 또치,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도우너예요. 혼자였던 둘리는 친구들 덕분에 매일 우당탕탕 정신없이 보내느라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어요. 티격태격 싸우고 엄청 힘들 때도 있지만 괜찮아요. 왜냐하면 둘리는 매일매일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 우리도 자신이 뭘 해야 즐거운지 이것저것 해보면 어떨까요. 만화를 봐도 좋고, 신나게 자전거를 타도 되고, 맛있는 떡볶이를 먹어도 돼요. 소소한 취미생활을 통해 즐거움을 찾아보는 거예요. 이 책을 읽다보니 어릴 때 봤던 아기공룡 둘리가 꽤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일억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다만 세상이 달라졌고, 사람들이 낯설 뿐이에요.

다만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나 자신조차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럼에도 나는 이곳에서 살게 되었죠.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어요. 아주 귀중한 깨달음이었죠.

길동 아저씨와 영희, 철수, 그리고 희동이까지 모두들

사실은 이곳을 어려워하고 낯설어한다는 것을요. 

지구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에게조차 세상은 쉽지 않아요.

... 이제 나는 일억 년 후의 이 지구로 온 이유를 알아요. 

쉽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우주를 만나기 위해서예요.

... 우리 모두 스스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우주였어요. 

지금 나는 또 하나의 우주인 당신을 만나고 있어요." (7-8p)


완전 감동이죠? 둘리와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어요. 머나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곁으로 온 둘리는 삶이 버겁고 힘든 지구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어요. 둘리에게 지구에서 보낸 40년은 빙하 속 일억 년에 비하면 눈깜박, 찰나의 순간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에겐 그 40년은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멋진 친구들과 함께라면 삶은 더욱 즐겁고 행복할 테니까요.


"지금, 행복을 찾고 있나요?

우리의 삶 곳곳에 행복이 있어요.

다만 우린 행복을 찾고서도 그것이 행복인지 모를 뿐이죠."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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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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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바이 더 시》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이에요.

처음엔 카디프가 주인공의 이름이고,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거니 추측했어요.

결론적으론 둘 다 틀렸어요. 이 책에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중편소설 네 편이 실려 있어요. <카디프, 바이 더 시>, <먀오 다오>, <환영처럼 : 1972>, <살아남은 아이>, 각 작품에는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과거와 현재의 끔찍한 위협을 직면한 네 명의 여성들이 등장해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네 가지 형태의 가족 잔혹극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불행과 공포로 빚어진 이야기들이에요.

만남에 있어서 첫인상이 강렬한 느낌을 주듯, 첫 번째 소설의 주인공 클레어에게 가장 몰입했던 것 같아요. 그녀의 성격, 성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을 보면서 달팽이를 떠올렸어요. 연약한 몸을 단단한 껍질 속에 숨기는 달팽이는 성장하면서 몸 크기에 맞춰 껍데기를 늘려간다고 해요. 정작 그녀는 자신을 거미줄 안에 걸린 고치로 여기고 있어요. 누구와도 비밀을 나누지 않는 고치.

폭우가 쏟아지는 4월의 어느 날 오전, 클레어는 뜻밖의 전화를 받게 돼요. 받을까 말까, 유선전화라서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조심성이 느껴져요.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메인주 카디프에 있는 한 로펌 소속 변호사라고 소개하면서, 메인주 카디프에 사셨던 모드 도니걸이 그녀의 친할머니이며, 여든일곱을 일기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어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 서른 살의 클레어, 얼핏 보면 행운 같지만 모든 건 드러나봐야 알 수 있는 법이죠.

그녀는 살면서 메인주 카디프라는 곳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지도책에서 메인주 카디프를 찾아보니, 대서양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예전에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의 정착지였으며,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도시 카디프가 있어요. 입양아였던 클레어는 입양한 집안의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교류가 없어서 친구들이 당연한 듯 부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호칭의 다정함을 이해할 수 없어요. 이미 세상을 떠난 친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 지금, 그동안 애써 덮어뒀던 친부모와 핏줄에 대한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알고 싶나요, 카디프의 비밀.

"카디프의 이름이 원래 카디프 바이 더 시였던 거 아세요?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 이름을 잊어버렸죠." (88p)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은 처음인데, 굉장히 충격적이네요. 끔찍한 비극의 현장이 눈앞에 소환되어 완전히 얼어버렸네요. 당신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있어요. 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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