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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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문제일수록 드러내야 해결할 수 있는 법이죠.

근데 왜 자살, 이라는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했을까요. 쉿, 조용히 침묵하면서 외면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사실은 그저 불명예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라 국가 비상사태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건 외부의 적이 아닌 자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참담한 상황이네요. 과연 우리는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할까요.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는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25년 넘게 자살을 연구해온 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현재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학교의 건강심리학 교수로 일하며 자살행동연구소를 이끌고 있어요. 또한 국제자살연구학회 회장을 지냈고, 2021년 1월부터 국제자살예방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전문적 견해가 결합된 자살에 관한 종합 안내서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자살을 경험하고 있고 있어요. 자살로 사망한 사람을 알거나 자살의 슬픔을 겪은 사람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살 이야기를 선뜻 꺼내지 못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암이 금기시 된 말이었다면 지금은 자살이 금기어가 되었어요. 저자는 그 원인을 자살과 자살에 관한 이야기가 낙인과 속설, 오해로 인해 꺼려지는 주제가 된 것으로 봤어요. 그래서 이 책의 목표는 자살의 본질을 파악하여 기존의 속설과 오해를 깨뜨리는 거예요. 자살에 관한 연구 증거를 소개하고 자살을 이해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어떻게 안전하게 지키고 도울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하지만 자살의 모든 위험 요소를 점검하거나 자살 예방 전략을 세워주는 책은 아니에요. 거기까지는 개인의 힘으론 불가능해요. 다만 자살로 목숨을 끊는 공통적인 이유와 자살과 관련된 요인들을 살펴보면서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돼요. 저자는 친구나 가족이 자살할까봐 걱정이 된다면 제발 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사실 자살에 관해 질문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지만 여기에는 도움이 될 만한 팁 몇 가지가 나와 있어요.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의 약 40퍼센트는 누군가에게 본인의 자살 생각 여부를 고백한다고 해요. 따라서 친구와 동료가 자신의 자살 위험을 고백하면 언제나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연민과 공감이에요. 똑같은 태도로 자살로 사별한 사람들을 도와야 해요. 남겨진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도 치료가 필요해요. 우리가 자살을 둘러싼 속설을 타파하고 자살 원인과 자살 행동을 막기에 효과적인 방법들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지는 못해도 아직 우리 곁에 남은 사람은 도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주변에 한 사람이라도 친절과 연민을 베푼다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 마지막 끈을 잡아야 해요. 우리 모두가 함께 읽어야 할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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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 - 수명을 먹는 나의 수호신 YA! 15
명소정 지음, 리페 그림 / 이지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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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줄게 2》 는 명소정 작가님의 판타지소설이에요.

동일한 제목으로 이야기를 먹는 괴물이 등장하는 전작을 재미있게 봤던 터라 고민 상담부의 다음 활약을 기대했어요.

근데 세월은 혜성이 1학기 내내 상담부 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뉴페이스로 알고 있어요. 세월에게 혜성이는 고민 상담부에 들어온 지 일주일 정도 된 신입인데, 상담 일을 신기할 정도로 능숙하게 해서 신경이 쓰인다고 해야 하나. 암튼 뭔지 이상하다는 감은 오는데 그 이유를 모르고 있어요. 왜냐하면 혜성은 특별한 존재니까, 앗 이건 1권을 본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에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수명을 먹는 괴물이에요.

"뛰어내리려고?"

"이 높이에서 떨어져 봤자 바로는 못 죽을 걸. 아플 건 다 아프고 난 뒤에야 죽겠지."

"뭐?"

"며칠 사경을 헤맬거야. 어쩌면 더는 혼자서 뛰어내릴 수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모르지." (12p)

아직 창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죽고 싶다는 마음을 읽어내더니 순순히 도와주겠다고 나선 존재가 바로 수명을 먹는 괴물이에요. 괴물이라고 표현했지만 겉모습은 인간이니까 그리 놀랄 건 없어요. 안 아프게 죽을 수 있다고,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본인의 존재 자체를 지워줄 수도 있다고 속삭이네요. 단 '죽음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요. 거기엔 자신이 죽어야 할 이유를 적고, 그 이유에 동의해 줄 사람의 서명을 받아와야 해요. 일단 수명을 먹는 괴물에게 계약서를 받은 사람은 혼자 몰래 다른 방식으로 죽을 순 없다고, 만약 그런 시도를 한다면 어떻게든 막을 거라고 선포하는 거예요. 신기하죠? 솔직히 십대 아이들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어요. 결정적인 순간에 슈퍼맨처럼 날아가 목숨을 구해주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서 떨어지지 못하게 붙잡아뒀다가 딱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기회를 준다면, 어떤 방법이든간에 자살을 막고 싶다고 말이에요. 얼마 전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님이 자살을 두고 극단적 선택이라고 부르지 말자고, 에둘러 표현한 그 말이 도리어 자살을 부추긴다는 얘길 들었어요.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 때문에 자살이 마치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인식된다는 거예요. 자살은 반드시 막아야 할 문제이지,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는 거죠.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든 상태라면 몸이 아파서 응급실을 찾듯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돼요.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를 들여다보고, 감정을 읽는 연습이 필요한 거예요. 처음엔 수명을 먹는 괴물도 괴물이니까 꺼림칙하게 여겼는데 자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잠시 멈춰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어요. 나쁜데 꼭 나쁘지만은 않은 괴물의 존재,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고민 상담부 2탄, 전혀 다른 사연이었지만 어쩐지 천일야화처럼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는 하나였던 것 같아요. 아이라고 하기엔 훌쩍 커버린,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십대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요. 이젠 다른 의미로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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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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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은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쉰한 번째 책이에요.

저자인 크세노폰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 사람으로 역사가이자 철학자라고 해요. 그리스의 모든 도시국가가 아테네 진영과 스파르타 진영으로 나뉘어 싸우던 펠로폰네소스 전쟁 발발 이후 아테네에 들어와 살았고, 여기서 소크라테스를 만나 직계 제자가 되었대요. 소크라테스의 또 다른 제자 플라톤은 『국가』 에서 혼란에 빠진 그리스의 정치에 대해 철학적이고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면,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 에서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하네요. 사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해요. 크세노폰이라는 인물과 그가 살았던 시대를 알면 플라톤이 제시한 이상적인 왕과는 키루스 대왕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책은 크세노폰이 아케메네스 왕조의 페르시아 제국 창시자인 키루스 대왕의 전기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철학과 정치사상을 녹여낸 불후의 고전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왜 키루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요. 그 이유는 책 표지 그림 안에 담겨 있어요. 페르디난드 볼의 <예루살렘성전에서 약탈당한 전리품을 돌려주는 키루스 대왕> (1655-1669년)는 신바빌로니아제국을 점령한 키루스가 '바빌론 유수'로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들을 모두 풀어주고 약탈당한 전리품도 돌려주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에요. 그래서 선민사상이 투철한 유대인들은 이례적으로 이교도의 왕 키루스를 위대한 군주로 칭송했는데, 크세노폰은 그 비결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분석한 내용을 기록했던 거예요. 이 책에는 크세노폰이 용병 지휘관으로서 경험한 지식과 교훈을 엿볼 수 있어요. 고대 페르시아 왕으로 인류 최초의 제국을 건설하고, 여러 나라를 하나의 제국을 통합시킨 키루스의 놀라운 리더십의 비결을 찾아볼 수 있어요. 키루스가 이룩한 업적은 알렉산더 대왕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는 역사적 평가가 있어요. 지금 우리에게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고전을 만났네요.



[46] 사람들이 전투를 해야 할 때는 가장 많은 적을 이기는 사람을 

가장 용맹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는 가장 많은 사람을 

우리의 견해에 동조하게 만드는 사람이 가장 말솜씨가 뛰어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47]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할 때 어떻게 하면 여러분의 말솜씨를 과시해 

그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생각하지 마시고,

여러분이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이 여러분이 제안한 대로 하는 경우에 

그 사람이 어떻게 될 것인지 실감할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준비를 하십시오. (250p)


[19] 모든 것이 분명해지자 키루스가 이렇게 말했다. 

"크로이소스, 내게도 보물창고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 아시겠습니까?

당신은 내게 이 재물들을 모아놓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충고했지만, 

그렇게 했다면 나는 사람들을 고용해 그 재물들을 지켜야 했을 것이고, 

그 재물들 때문에 시기와 미움을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반면, 내가 나의 친구들을 부자로 만들어준다면, 

나는 그들이 나의 보물창고들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그들은 내가 나의 보물창고들을 지키기 위해 고용할 사람들보다도 

나와 우리의 공동 이익을 지킬 더 믿을 만한 사람들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3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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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 - 세계를 탐구하고 지식의 경계를 넘다
윌리엄 바이넘 지음, 고유경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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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 는 윌리엄 바이넘의 책이에요.

세계를 탐구하고 지식의 경계를 넘는 이야기.

저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의학사 명예교수로서 예일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과학 및 의학사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해요. 과학 전문지 <네이처>, 의학 학술지 <란셋>,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글을 기고하며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연대표로 보는 과학의 역사뿐 아니라 흥미로운 주제를 따라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인류의 역사에서 과학은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처음 불을 피우는 방법을 알아내는 일로 시작하여 현재 새로운 컴퓨터를 발명하는 일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주변 세계를 탐구하고 이해하며 변화를 일으켜왔어요. 왜 그럴까, 라는 인간의 호기심은 과학의 중심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최초의 과학자는 아마도 사제였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과학은 마법, 종교, 기술과 함께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기 위해 활용되었고, 그 시초는 종교였을 테니까요. 사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역사는 기록과 유적에 의한 것들이라 정보는 늘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특히 역사를 남긴 사람은 대부분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권력자였으니 일반 대중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추측에 의존해야 돼요.

고대 문명에서는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천문학, 셈법, 의술이 가장 뚜렷한 과학 분야였고, 인도에서는 숫자를, 중국에서는 종이와 화약, 항해에 필수적인 장비인 나침반을 발명함으로써 과학 분야에 큰 발자취를 남겼어요. 히포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갈레노스, 프톨레마이오스, 갈릴레오, 하비, 베이컨과 데카르트, 뉴턴, 아인슈타인 등 유명한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무엇을 알고자 했는지, 질문에 대해 다양한 원인의 관점을 찾아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네요. 지금 기준에서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운 점은 고대 의사들이 분명 질병의 씨앗을 이야기했다는 점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바이러스의 존재를 짐작했던 거죠. 세균 이론에서 새로운 점은 외부 원인이 아주 작은 생물, 즉 미생물이라는 거예요. 신체는 세균을 방어하고 감염과 맞서 싸운다는 세균 이론이 의학의 위대한 전환점이라고 하네요. 로베르트 코흐는 파스퇴르의 실험 도구를 발전시켰고 리스터의 무균 수술도 발전시켰어요. 코흐 덕분에 의사들은 무균 수술을 적용하여 안전하게 체강에 진입할 수 있었고 수술복, 마스크, 고무장갑, 멸균장비를 갖춘 현대적인 수술실이 생겨난 거예요. 세균을 이해하게 되면서 첨단 수술이 가능해졌고, 인류를 죽음으로 몰고간 전염병을 이해하게 된 거죠.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미시 세계로는 원자와 전자가 있어요. 원자나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의 양자 운동에 대한 디랙의 방정식 이후에 양전자가 발견되었고, 물리학자들은 원자에 양성자, 전자, 중성자 이외의 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막스 플랑크의 에너지 단위의 양자, 그리고 질량과 에너지가 같은 현상의 양면일 뿐이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깨달음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아인슈타인의 뛰어난 연구에서 진리를 이해하게 된 물리학자와 우주론자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면서 현대 우주론이 확장할 수 있었어요. 기나긴 과학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아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중요한 건 역사의 어느 순간에서든 과학이 그 특정 순간의 산물이라는 거예요. 현대 과학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해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 과학은 시대적 조건에 맞춰 진화한다는 사실을 배우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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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이재호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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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이재호 작가님의 장편소설에요.

저자는 응용생물학을 전공하였고 꿈속에서 필립 K. 딕을 만난 뒤에 본격적으로 SF를 쓰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처음 계기가 무엇이건간에 미래 이야기에 끌렸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향한 모험심이 강하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 소설은 카이퍼벨트 모이라이 소행성계에 특수한 임무를 띤 라온제나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먼 미래의 일이지만 상황이 썩 좋지 않아요. 새로운 미래를 위해 건설되었던 화성의 바이오스피어와 그 정착촌들은 혼란과 실패로 끝났고 지구 상황도 악화되어 지구에서는 결단의 조치를 내리게 돼요. 우주 개발 결사체인 비타 카엘럼은 휠체어를 타는 왕년의 스페이스 레이싱 챔피언 출신인 김수현 박사와 우주 토양 광물학자 이니샤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주선 라온제나호를 파견하게 되고, 그들은 생명의 근원인 바이오스피어3을 소행성 표면에 안착시키고 인공태양을 모이라이의 궤도에 띄워 심우주 테라포밍을 시도하는 임무를 맡게 돼요. 하지만 2년의 여정 끝에 그들이 도착한 곳은 미지의 소행성,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우주선 내부는 혼란에 휩싸이에 돼요. 좁은 지구를 벗어나 드넓은 은하계에서도 인간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광활한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우주선 안에 갇혀 있어요. 흥미롭게 그들의 혼란과 갈등을 바라보면서 왜 저리도 무모한 짓을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물론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으니까, 그럼에도 돌이킬 수 없는 안타까움이 남네요. 무엇이 최선의 선택일까, 함부로 판단할 수 없지만 맞닥뜨리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는 진실이 아닐까 싶어요. 껍데기 밖, 과연 저편 너머의 비밀을 알 수 있을까요. 제목이 껍데기라서 읽는 내내 껍데기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그들이 겪게 된 상황 속에 모든 것들이 상징 같기도 해요. 구아바를 보면서 우주를 이야기할 때, 한 톨의 씨앗에 담긴 생명성과 근원적 힘을 떠올렸네요. 씨앗은 자기 껍질을 스스로 열고 팽창과 수축, 팽창을 거듭해가며 새싹을 틔우고 줄기와 가지를 펼쳐나가잖아요. 인간도 이미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는 씨앗이자 우주라면 껍데기 안과 밖은 어디일까요. 참으로 심오한 우주 이야기네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말이야. 이 열매의 단면을 보면 꼭 우주 같단 말이야.

무슨 말이냐면, 여기 중앙에는 오각형 대칭형 구조가 있고 

작은 씨앗이 박힌 과육이 그걸 둘러싸고 있어.

그리고 겉엔 얇은 껍데기가 둘러싸고 있지. 이건 마치 케빈의 우주 이론과 비슷하잖아?"

"초대칭 막 이론 말이야?" 수현이 되물었다.

"바로 그렇지, 이 열매의 오각형 중심이 우주의 초대칭 구조를 형상화한 것 같아.

이 작은 알갱이들은 수조 개의 초은하단이고 말이야. 

작은 씨앗으로 잉태되었던 우주는 수십억 년 동안

거침없이 이렇게 성숙하고 커지면서 팽창을 했겠지.

과연 고대 잉카인들이 이 열매의 본질을 알아보고 섭취한 걸까?" (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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