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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항우울제 대신 시를 처방해 주세요 - 오늘도 잘 살아 낸 당신의 마음을 토닥이는 다정한 심리학 편지
성유미 지음 / 서삼독 / 2023년 6월
평점 :
화산이 폭발하듯, 감정이 마구 터져나올 때가 있어요.
불쾌하고 짜증나고 화가 나는... 그러다가 다 타버린 재처럼 확 가라앉아버려요.
제 감정도 주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실망하고 울적해지는 거예요. 그럴 때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스함이 간절해져요.
《선생님, 항우울제 대신 시를 처방해 주세요》는 우리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책이에요.
이 책은 국제정신분석가 성유미 원장님이 우리에게 건네는 다정한 심리학 편지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의학을 공부하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세계에서 살아왔지만 가장 지혜로운 말은 시인, 예술가들의 말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말을 삶의 모토로 삼고 있대요.
"감동을 잃어버리면, 사랑할 수 없다면, 소망하지 않으면, 떨림이 없다면, 살 줄 모르면, 사람이 아니야. 예술가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라!" (5p)
마지막 문장이 허를 찌르네요. 무엇을 하든지 그 전에 인간이 되라는 따끔한 일침은 현재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감동, 사랑, 소망, 떨림, 살아있음을 느끼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시' 속에서 찾을 수 있어요. 저자는 시를 읽으면서 위로와 깨달음을 얻었고, 시의 위대한 치유의 힘을 경험했기에 시와 심리학을 함께 녹여낸 마음 처방전을 쓸 수 있었다고 해요.
저도 요즘 들어서 시와 문장이 주는 따스한 위로에 감동받은 적이 있어요. 하이데거가 아렌트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에 적혀 있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 "Amo : Volo ut sis 아모 볼로 우트 시스 = 사랑합니다. 당신이 존재하기를 원합니다." 를 보고 뭉클해졌어요. 당신이 이 세상에 살아 있기를 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그런 의미라면 우리는 충분히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어요. 진실한 사랑은 아무 조건 없이 존재하기만을 원하는 마음이구나, 사랑으로 살아내자고 버텨보자고, 쭈굴쭈굴 뭉개진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었더랬죠.
이 책에는 진료실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열아홉 개에 대한 답이 담겨 있어요. "끝까지 해낸 일이 하나도 없어요.",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쓸데없는 관심이 싫어요.", "낯선 사람과 어울리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아요. 감정이 메말랐나봐요.", "그냥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어요.",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돌아 갈 수도 없습니다.", "저만 맞춰주면, 저만 잘하면 모두가 편하대요.", "갑자기 탈진 상태가 되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친구가 없어요. 너무 외롭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자꾸 서운해지고 어린아이처럼 굴게 돼요.",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들이 괘씸해요.",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엄마가 싫습니다.", "밤에 잠이 안 와서 너무 괴로워요.", "저만 잘해주는 관계 때문에 지쳤습니다.", "전 왜 이렇게 게으를까요?" , "꿈이 없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누가 답을 좀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질문에 답하고자 처방 목적에 부합할 만한 시를 고르고 골랐다고 해요. 약물이 적혀 있는 처방전 대신 시와 노랫말, 구절들이 적혀 있는 편지를 받는다면 어떨까요. 읽다보니 기다리던 답장을 받은 것마냥 기쁘고 안심이 됐어요. 내 마음을 알아주는 느낌이랄까요. 편지를 쓸 때 빼놓지 않는 게 하나 있어요. 바로 추신! 이 책에도 추신으로 "당신에게 조금 더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항우울제 대신 힘이 되어 줄 시 처방전 다시 읽기"가 실려 있어요. 혼자라고 느껴질 때, 이 책을 펼쳐보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임을 깨닫게 될 거예요.
Letter 18.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누가 답을 좀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살다 보면 '오도 가도 못하는 심정'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보면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사실 '해답' 하나만 알면 됩니다. ... 하지만 그 대답 한 줄을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렵습니다.
...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고 앞을 내다봐도 뾰족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 과거는 과거대로 현재의 나를 괴롭히고 있을 때야말로 자기 자신과 더욱 가까워져야 할 때임을 기억하세요. ... 자신만이 가장 정확하고 '책임 있는' 답을 줄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시를 하나 들려 드릴게요. 다 읽은 후에는 잠시 눈을 감아 보세요.
괴로운 사람아 괴로운 사람아 / 옷자락 물결 속에서도 / 가슴 속 깊이 돌돌 샘물이 흘러 / 이 밤을 더불어 말할 이 없도다. / 거리의 소음과 노래 부를 수 없도다. / 그신듯이 냇가에 앉았으니 / 사랑과 일을 거리에 맡기고 // 가만히 가만히 / 바다로 가자, / 바다로 가자.
- 산골물, 윤동주 (199-20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