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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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어울리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이 신기해서 궁금했어요.

추억과 전당포라니, 읽기 전에는 전당포 이름이 추억인가보다 짐작했어요. 근데 진짜 추억을 맡기고 돈을 빌려주는 곳이더라고요.

마법사는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사실 요즘 사람들에게도 전당포는 낯선 곳이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이 가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줄게.

전당포는 네가 맡기는 물건을 보관하고, 그 대가로 돈을 주는 곳이야.

네가 맡기는 물건은 전당품이라고 하고. 무슨 말인지 알겠니?

네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돈을 갚으면 전당품을 돌려줘. 하지만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전당품은 내 것이 되는 거야.

다시 말해서 너는 더 이상 전당품을 돌려받을 수 없지."

"네."

"그래서 네가 뭘 맡길 수 있냐면 말이지......"

"추억 말이죠?"

"맞아, 네 추억. 정말 너무나 즐거웠던 추억, 혼나서 속상했던 추억, 쓸쓸했던 추억을 나한테 말해주는 거야."

"네."

"그걸 듣고 그 추억에 얼마를 줄지 값을 매기는 건 내 마음이야.

그러니까 내가 정말 재미있거나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돈을 많이 줄 거야.

하지만 네가 비슷한 추억을 몇 개씩 갖고 오거나 내가 재미있지 않으면, 그 추억에는 돈을 많이 쳐줄 수 없어." (16-17p)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는 요시노 마리코의 소설이에요. 첫 장을 읽는 순간 제 두 눈이 반짝거렸네요. 와우, 판타지 소설이다!!!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만의 비밀, 그 뒤에 마법사가 등장하니 얼마나 기대가 되던지... 역시나 재미있어요.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나올 법한 무서운 전당포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죠. 근데 다른 의미에서 좀 무섭기도 했어요. 모든 건 다 이유가 있는 법, 바닷가 절벽 아래 돌로 지은 집이 있고, 거기에 마법사가 살면서 전당포를 한다는 걸 왜 아이들만 알고 있을까요. 그리고 마법사는 왜 스무 살을 기준으로 삼았을까요.

예전에는 속상하거나 괴로웠던 기억은 싹 사라지면 좋겠다고 상상한 적이 있어요. 일부러 기억을 지우려고 애쓰기도 했고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치매 가족의 고통을 목격하면서부터였어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치매가 아닌가 싶어요. 기억을 잃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알고나니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라는 존재가 기억 그 자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 소설에서도 아이들은 안좋은 기억은 맡겨도 괜찮다고 여기지만 과연 그럴까요. 저마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래 전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마법사는 인간을 부자연스럽지만 재미있는 생물이라 여기며 관찰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하는 것 같아요.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완전 대문자 T 인 마법사와 이에 못지 않은 소녀 리카의 관계가 굉장히 흥미롭네요. 우리에게 가장 현명한 조언을 해준 사람을 바로... 끝까지 놓칠 수 없는 재미와 감동이 있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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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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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나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대부분 반대의 경우를 바꾸고 싶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소설의 첫 장면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에서는 어리석은 선택을 막아주고, 놀랍고 특별한 기회를 주니 말이에요.

《밤이슬 수집사, 묘연》은 루하서 작가님의 판타지 소설이에요.

주인공 이안은 유난히 안개가 짙은 밤에 세상을 떠나려고 했어요. 자살하려는 그때 불현듯 나타난 노신사는 자신을 이안의 할아버지라고 소개하면서 묘연 아가씨의 집사직을 수행한다면 거액을 주겠다고 제안했어요. 돈이 필요하다면 자신이 있는 곳으로 3일 안에 와야 한다고, 그 이후에는 다신 기회가 없다고 말했어요. 이안은 일부러 센 척 하느라 욕을 하며 거절했지만 노신사가 건넨 번쩍이는 금색 명함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거기에 적힌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으로 남긴 이름이었거든요.

<이안아, 엄마가 세상을 뜨거든, 네 할아버지를 찾아. 그분의 존함은 문, 현자, 남자, 쓰신다. 문 현 남 ...> (20p)

인생의 낭떠러지에 몰렸던 이안은 할아버지 문현남 덕분에 묘연 아가씨를 만나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는 이야기예요. 제목에 나온 '밤이슬 수집사'라는 직업은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을 투명 호리병에 담는 거예요. 그것 말고도 중요한 임무가 있는데 이안은 묘연과 밤이슬을 수집하면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죽음과 삶을 마주하게 돼요. 죽음에 임박했을 때 이승에서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가 나타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또 다른 존재가 있을 거라는 상상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밤이슬 수집사를 보면서 이들이 존재한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주변에는 너무 안타까운 죽음들이 많으니까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조금만 버텨보라고, 끝까지 살아보라고 해줄 수 있는 존재가 우리에겐 필요하니까요. 소중한 삶에 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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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양자혁명 - 플랑크의 양자 입자에서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3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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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왜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꼈을까요.

그건 아마도 호기심을 마음껏 펼쳐볼 기회가 없었던 탓이 아닐까 싶어요. 재미를 발견하기도 전에 문을 닫아버렸던 거죠.

학교에서 배웠던 과학은 나의 궁금증과는 별개였고, 다른 영역이라고 여겼는데 이제보니 전부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양자혁명》는 정완상 교수님의 과학 이야기책이에요.

저자는 대중들이 천재 과학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을 이해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특정 학문의 논문을 찾아서 읽어볼 일은 거의 없는데, 이 책에서는 양자역학 이론에 관한 대표적인 논문이 굉장히 색다른 방식으로 등장해요. 과학자와의 가상 인터뷰로 시작하여 정교수와 물리군의 대화 형식으로 설명해주네요. 양자론의 창시자인 플랑크 박사님이 양자론 최초의 논문(1900년)을 완성한 시점에서 당시 논문을 쓰기 위해 공부했던 열역학 이야기, 흑체복사 이론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플랑크의 논문은 양자라는 기묘한 입자의 첫 등장을 알리는 위대한 논문이라고 해요. 이 논문으로 인해 갈릴래이와 뉴턴이 완성한 역학이론이 무너지게 되었고, 새로운 역학 이론이 탄생했기 때문이에요. 플랑크 박사님의 양자는 불연속적인 에너지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뉴턴 물리학에서 사용한 입자라는 단어 대신 양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거예요. 당시 과학자들은 빛은 전자기파라는 파동으로만 여겼는데 플랑크 박사님이 빛을 양자로 간주하는 가설에 세웠고, 광자로 채워져 있는 흑체에 대한 엔트로피를 계산했는데 이때 진동수가 v인 광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hv가 되며 이 광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hv의 정수배만이 가능하다는 놀라운 결과를 도출했어요. 여기서 h를 플랑크 상수, 양자상수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바로 허용 가능한 에너지가 불연속적으로 주어지는 양자의 탄생인 거예요. 우리는 양자역학 이론을 당연한 듯 배우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과학계의 파장이 엄청났다고 해요. 플랑크 박사님의 논문이 양자 시대의 문을 열었고 이후에는 모든 물리학이 양자의 개념을 담게 되면서 현대물리학의 기초 이론이 된 거예요. 거시세계를 탐구하는 고전역학에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미시세계를 탐구하는 양자역학으로 풀어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플랑크 박사님은 논문에서 흑체복사에 대해 잘 설명했지만 실험은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를 해결한 과학자가 아인슈타인과 콤프턴이래요.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와 콤프턴의 실험은 빛을 파동으로 다루면 설명되지 않고, 빛을 광자라는 입자로 다루었을 때만 설명이 되기 때문에 플랑크의 양자 가설이 확인이 된 거예요. 양자의 존재를 밝힌 플랑크와 아인슈타인, 콤프턴은 이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어요. 위대한 논문을 통해 양자론을 배워보니 뭔가 제대로 과학 수업을 받은 것 같아서 뿌듯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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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살롱 드 경성 1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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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문화의 위상이 달라졌어요. 케이팝을 비롯한 대중문화가 전 세계 한류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궁금해졌어요.

한국인은 누구이고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이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살롱 드 경성》은 한국 근대 예술가들의 삶과 철학을 소개한 책이에요.

저자는 한국 근대 시기 예술가들을 공부하면서 존경할 만한 분들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이야기하네요. 파란만장한 시대에 하루 끼니도 때우기 힘든 와중에 예술에 사활을 걸었던 사람들, 그 예술가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새삼 이 책을 읽으면서 잘 몰랐던 한국 근대미술가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우리 예술가들이 대단한 점은 타고난 천재성이나 예술성 때문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간직한 채 이를 표현해냈기 때문이에요. 바로 그런 예술가들이 지닌 삶의 태도가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어서 우리는 감동할 수밖에 없어요.

이 책은 저자가 2021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조선일보』 주말판에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 펴낸 것이라고 하네요. 경성의 두 천재 이상과 구본웅, 시인 백석과 화가 정현웅, 시인 정지용과 화가 길진섭, 시인 김기림과 화가 이여성, 소울메이트 이태준과 김용준, 김광균과 최재덕, 박수근과 박완서, 김환기와 그가 사랑한 시인들, 도상봉과 나상윤, 임용련과 백남순, 이중섭과 이남덕, 유영국과 김기순, 김환기와 김향안, 김기창과 박래현, 나혜석, 이미륵, 김재원, 배운성, 임군홍, 이쾌대, 변월룡, 이인성, 오지호, 이대원, 장욱진, 박고석, 김병기, 이성자, 백영수, 변시지, 권진규, 문신까지 가혹한 세상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네요. 훌륭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도 그들의 생애를 되짚어보니 슬프고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예술이 곧 삶이자 운명이구나... 새롭게 알게 된 예술가 문신은 작품 세계도 놀랍지만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인물이네요. 문신은 회고록에서 자신의 가난한 아버지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냈는데, "그 모습이 지금도 내 눈앞에 생생히 살아나면서 나에게 그 무엇인가의 용기를 갖게 해준다." (371p) 라고 썼다고 해요. 우리에게 근대 예술가들의 존재가 문신의 아버지와 같아요. 험난한 세상을 살아나갈 힘과 용기를 주네요.



"나는 지금도 미술가라는 단어 앞에서만 서면 아름답고 걷잡을 수 없이

드넓게 펼쳐진 파노라마 속으로 향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언젠가 문신은 썼다.

그에게서 그림 그리는 일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은 비전,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이었다.

1938년 열여섯 살 때, 그는 일본으로 밀항하여 도쿄 니혼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그러고는 산부인과 조수, 영화, 엑스트라, 목수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당시 보통 유학생들이 본국에서 월 50원의 용돈을 받으면, 문신은 월 100원을 직접 벌었다고 한다. 이 무렵 엄마를 찾아 단 하룻밤을 함께 보낸 후, 평생 만나지 못했다. 한국에서부터 혼자 갈고닦은 실력으로 문신은 교내 데생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도쿄 이케부쿠로 인근 예술인촌에서 생활하며, 꽤 인정받는 화가로 성장했다. 변시지도 같은 예술인촌에 있어서, 둘은 서로 친분을 나누었다.

이 무렵 21세기의 문신이 그린 <자화상>이 남아 있다. 결기를 넘어 독기에 찬 화가의 눈빛이 섬뜩할 정도로 인상적인 작품이다. 화가는 자신 옆에 놓인 거울을 곁눈으로 흘겨보며 앞에 놓인 이젤에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세상을 곁눈질하며, 오로지 예술가의 외길을 헤쳐 나가겠다는 듯이.

실제로 문신은 도쿄 대공습 당시 다들 대피소로 몸을 피할 때 태연히 그림을 그린 일화로 유명하다. 어차피 죽을 바에야 그림을 그리다가 죽는 게 낫다며. (367-368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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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살롱 드 경성 1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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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술가들의 이야기,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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