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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ㅣ 살롱 드 경성 1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평점 :
21세기 한국문화의 위상이 달라졌어요. 케이팝을 비롯한 대중문화가 전 세계 한류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궁금해졌어요.
한국인은 누구이고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이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살롱 드 경성》은 한국 근대 예술가들의 삶과 철학을 소개한 책이에요.
저자는 한국 근대 시기 예술가들을 공부하면서 존경할 만한 분들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이야기하네요. 파란만장한 시대에 하루 끼니도 때우기 힘든 와중에 예술에 사활을 걸었던 사람들, 그 예술가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새삼 이 책을 읽으면서 잘 몰랐던 한국 근대미술가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우리 예술가들이 대단한 점은 타고난 천재성이나 예술성 때문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간직한 채 이를 표현해냈기 때문이에요. 바로 그런 예술가들이 지닌 삶의 태도가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어서 우리는 감동할 수밖에 없어요.
이 책은 저자가 2021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조선일보』 주말판에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 펴낸 것이라고 하네요. 경성의 두 천재 이상과 구본웅, 시인 백석과 화가 정현웅, 시인 정지용과 화가 길진섭, 시인 김기림과 화가 이여성, 소울메이트 이태준과 김용준, 김광균과 최재덕, 박수근과 박완서, 김환기와 그가 사랑한 시인들, 도상봉과 나상윤, 임용련과 백남순, 이중섭과 이남덕, 유영국과 김기순, 김환기와 김향안, 김기창과 박래현, 나혜석, 이미륵, 김재원, 배운성, 임군홍, 이쾌대, 변월룡, 이인성, 오지호, 이대원, 장욱진, 박고석, 김병기, 이성자, 백영수, 변시지, 권진규, 문신까지 가혹한 세상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네요. 훌륭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도 그들의 생애를 되짚어보니 슬프고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예술이 곧 삶이자 운명이구나... 새롭게 알게 된 예술가 문신은 작품 세계도 놀랍지만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인물이네요. 문신은 회고록에서 자신의 가난한 아버지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냈는데, "그 모습이 지금도 내 눈앞에 생생히 살아나면서 나에게 그 무엇인가의 용기를 갖게 해준다." (371p) 라고 썼다고 해요. 우리에게 근대 예술가들의 존재가 문신의 아버지와 같아요. 험난한 세상을 살아나갈 힘과 용기를 주네요.
"나는 지금도 미술가라는 단어 앞에서만 서면 아름답고 걷잡을 수 없이
드넓게 펼쳐진 파노라마 속으로 향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언젠가 문신은 썼다.
그에게서 그림 그리는 일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은 비전,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이었다.
1938년 열여섯 살 때, 그는 일본으로 밀항하여 도쿄 니혼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그러고는 산부인과 조수, 영화, 엑스트라, 목수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당시 보통 유학생들이 본국에서 월 50원의 용돈을 받으면, 문신은 월 100원을 직접 벌었다고 한다. 이 무렵 엄마를 찾아 단 하룻밤을 함께 보낸 후, 평생 만나지 못했다. 한국에서부터 혼자 갈고닦은 실력으로 문신은 교내 데생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도쿄 이케부쿠로 인근 예술인촌에서 생활하며, 꽤 인정받는 화가로 성장했다. 변시지도 같은 예술인촌에 있어서, 둘은 서로 친분을 나누었다.
이 무렵 21세기의 문신이 그린 <자화상>이 남아 있다. 결기를 넘어 독기에 찬 화가의 눈빛이 섬뜩할 정도로 인상적인 작품이다. 화가는 자신 옆에 놓인 거울을 곁눈으로 흘겨보며 앞에 놓인 이젤에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세상을 곁눈질하며, 오로지 예술가의 외길을 헤쳐 나가겠다는 듯이.
실제로 문신은 도쿄 대공습 당시 다들 대피소로 몸을 피할 때 태연히 그림을 그린 일화로 유명하다. 어차피 죽을 바에야 그림을 그리다가 죽는 게 낫다며. (367-368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