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는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열림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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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하고 무서운 세상이 된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흉기를 휘두르다니...

뉴스를 보기가 겁날 정도로 나쁜 소식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라 마음이 무겁네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걸까요.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더 크게 와닿았네요. 만약 사람들이 '나'의 입장 대신 '너'를 먼저 생각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따뜻하고 정겨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너'를 생각하며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 그 따뜻한 마음이 담긴 시들을 모아낸 책이 나왔어요.

《너에게 나는》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에요. 나태주 시인이 쓰고 김예원님이 엮은 책이에요.

시인은 '나에게 너는'보다는 '너에게 나는'이 관심사였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과연 나는 너에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으로 존재해야 좋을지를 묻고 대답한 것이 시가 되었고, 여기에 소개된 모든 시에는 '너'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고 했어요. 시인에게는 '나'의 시 작품인데, '너'라는 김예원 작가가 골랐으니 함께 만든 책이라고 했어요. 김예원님은 사랑은 힘이 아주 세니까, 사랑이 듬뿍 담긴 시인님의 시들이 우리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사랑의 증폭기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엮었다고 했어요. 단지 '너'를 사랑하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인 것 같아요.

세상이 변했다고 말하기 전에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볼 것, 그 마음에서 '나'를 덜어내고 '너'로 채워볼 것, 그러기 위해서 시를 읽는 거예요.

"나 오늘 너를 만남으로 /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 만났다 말하리 / 온종일 나 너를 생각하므로 / 이 세상 가장 깨끗한 마음을 / 안았다 말하리 / 나 오늘 너를 사랑함으로 / 세상 전부를 사랑하고 / 세상 전부를 알았다 말하리." (19p) 라는 시의 제목은 "고백"이에요. 오늘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고백을 해준다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비록 자신의 언어는 아니지만 시를 통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테니까요. 마음을 주고받으면 미움은 줄어들고 사랑은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자신의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해요.

"어머니로부터"라는 시에서는 "아이야 잊지 말아라 / 어떠한 경우에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 / 모든 세상이 돌아서고 / 세상의 모든 사람들 너를 배반해도 / 나만은 네 편이라는 사실! / 네가 어떠한 길에 있고 / 아무리 어둡고 힘든 길을 간다 해도 / 네 곁에 내가 있다는 사실! / 의심하지 말아다오. / 그것은 처음부터 내가 너이고 / 네가 또 나였기 때문이란다." (33p) 라고 말하고 있어요. 너와 내가 하나가 될 때 드디어 '우리'로서 완성되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사랑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름다운 세상은 결국 너와 내가 만드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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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각삼각형의 비밀 - 재밌는 이야기로 꽉 잡는 도형의 원리
김상미 지음, 김진화 그림 / 다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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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세모, 네모는 쉬운데 원, 삼각형, 사각형은 왜 어렵게 느껴질까요.

그건 아마도 도형의 실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가 아닐까 싶어요. 무엇보다도 누군가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먼저 친해질 필요가 있어요.

수학에서 도형 파트가 어렵고 싫다면 일단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재미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직각삼각형의 비밀》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도형에 관한 책이에요.

이 책의 주인공은 여러 도형 중에서 직각삼각형, 일명 직쌈이에요. 직쌈의 친구들을 소개하자면 작진쌈, 탈레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정삼각형 어르신, 히파르코스가 있어요. 이야기의 시작이 무척 재미있어요. 정삼각형 부기우기데이 파티에서 환영받지 못한 직각삼각형이 슬퍼하고 있어요. 직쌈이는 생각했어요. 다들 잘생겼는데 왜 나만 이렇게 생겼을까라고 말이죠. 완벽한 비율의 정삼각형과 비교하면 직각삼각형인 자신은 너무 못생겼다고, 그래서 뭘 입어도 어울리지 않다고 느낀 거예요. 정삼각형 무리에 낄 수 없어서 속상하고 외로웠어요. 그때 정삼각형 어르신이 방황하는 직쌈에게 방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느니 자신을 알기 위한 여행을 떠나보라고, 인생은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조언해줬어요.

자, 여행을 떠나볼까요. 직쌈이는 제일 처음에 삼각형 측정 센터에 갔어요. 그곳에는 제각기 다르게 생긴 삼각형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동안 직쌈이는 정삼각형만 부러워하느라 자신이 어떤 삼각형인지 알아볼 생각을 못했던 거예요. 아참, 직쌈이의 원래 이름은 마테마, 배움이란 뜻인데, 작진쌈의 이름인 마테인을 합친 '마테마테코이'는 모든 것을 연구하여 깨치는 사람들이란 뜻이래요. 마테마는 훗날 영어로 수학을 뜻하는 매스매틱스가 되었대요. 어쩐지 직쌈이가 주인공인 이유가 있었네요. 직쌈이는 합동께어서 크기와 모양이 모두 똑같은 직각삼각형을 만나고, 닮음계에서는 모양은 같지만 크기는 다양한 직각삼각형을 만나게 됐어요. 세상엔 정말 각양각색의 삼각형이 살고 있었군요. 직쌈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피타고라스의 정리, 삼각비, 유클리드 등 수학 지식들을 배우게 되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도형의 매력까지 느낄 수 있네요. 이제는 그냥 세모, 삼각형이 아니라 우리의 직쌈이를 떠올리게 될 것 같네요. 진짜 친구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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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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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님의 신작,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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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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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고통을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완전한 착각이었죠.

제가 참을 수 있었던 건 대단한 정신력 때문이 아니라 그저 견딜만 한 고통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다가 찌를 듯한 통증이 지속되는 경험을 한 뒤에 깨닫게 됐어요. 고통이 곧 공포라는 걸, 다시는 그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서 지레 무서워하게 된 거죠. 아무도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그 고통을 막아줄 안전 장치가 필요한 거예요. 피할 수 있는 고통은 최대한 피할 수 있게,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고통에 관하여》는 정보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왜 고통이라는 주제로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작가의 말>에서 설명해주고 있어요. 2018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SF 관련 행사에 참가했을 때 미국 사회에서 크나큰 문제로 대두된 중독성 강한 진통제에 관한 대담을 들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고, 이후 사이비종교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살펴보다가 고통과 진통제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게 되었대요.

첫 장에는 등장인물들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특이한 점이 있어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모두 외자인 데다가 한자의 뜻을 풀어서 알려주네요.

고참 형사 륜 綸 (굵은 실 륜, 다스리다, 통괄하다, 길(道), 신임 형사 순 盾 (좌충우돌, 방패 순, 벼슬 이름 순, 피하다) ... 이런 식으로 이름 풀이가 나와 있는데 각 인물들의 사연과 연결지어보니 기막힌 작명인 것 같아요.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고통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어두운 면들을 끌어내고 있어요. 끊이지 않는 범죄들, 그저 남의 얘기라고 치부하기엔 우리 모두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자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누구도 예외일 순 없어요, 그러니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해요.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두 눈을 뜨고 바라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래야 치유할 수 있으니까요. 외면하고 무관심한 채 내버려둔다면 결국 그 고통은 내 몫이 될 거예요.




"... 권력을 가진 교주든 교수든, 하여간 그런 사람들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버리라는 얘기였다.

독깁된 주체로서나의 생각과 경험과 사상과 감정을 모두 밟아 꺾고 권력자의 생각과 경험과 사상과 감정에 무조건 동의하라는 뜻이었다.

싫다.

의미 없는 고통은 거부해야 한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모두 다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충분히 잘 먹고 충분히 잘 쉬고 내 몸을 잘 돌보았을 때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괴로운 상황을 탈출할 길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탈출할 길이 있어야 한다. 삶의 선택지가 늘어나야 한다.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탈출해서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336-337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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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조각 미술관
이스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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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만나는 이스안 작가님의 소설집이에요.

강렬한 첫인상이 머릿속에 각인되듯이 처음 작품을 읽자마자 독특한 분위기에 붙잡히고 말았네요. 뒷덜미가 서늘해지면서 소름이 쭈뼛 서는 느낌이 쉽게 떨쳐지지 않았어요.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불쑥 떠오르는 걸 보면 그 여운이 꽤 오래 가는 것 같아요. 평소 가위에 눌리거나 악몽을 꾸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잠들어 있을 때는 괜찮은데 깨어 있는 시간에 생각나는 건 막을 방법이 없더라고요.

《신체 조각 미술관》은 전작 《기요틴》, 《카데바》에 이어 세 번째 기담집으로 총 여덟 편의 기묘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책 표지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번 표지는 마치 '신체 조각 미술관'의 전시 포스터처럼 느껴질 정도로 멋졌어요. 로와 작가님의 일러스트라고 하네요.

책의 첫장을 넘기기 전에 제목과 표지가 마치 전시되어 있는 미술작품인 듯 한참 바라봤네요. 그림 속에는 빨간 장미와 뼈 그리고 파란 나비, 아기 천사와 낙원이 어우러져 있어요. 뼈를 제외하면 딱히 무서운 그림은 아니지만 소설을 읽고나면 다른 것들이 보일 거예요. 꼭대기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면 잘 다듬어진 꽃밭은 인간의 양쪽 뇌, 그 아래로 장미꽃 묶음은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 좌우 대칭으로 파란 나비는 폐 위치이고, 양쪽 기다란 팔 뼈와 몸통 뼈로 이루어진 신체를 상징하고 있어요. 과연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과학자들조차 생명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다만 우리는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을 구분할 수 있어요. 불확실하고 무질서한 세계 속에서 그나마 확실한 건 삶과 죽음인 것 같아요. 살아 있는 육체 안에 정신과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보이지 않으니 느낄 따름이에요.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상대의 무엇을 사랑하는 걸까요.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왜 슬프고 아픈 걸까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으니,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이기에 괴로운 게 아닐까요. 근데 생명이 소멸된 육신을 박제해둔다고 해서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고통이 사라질까요. 만약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매우 위험한 발상인 것 같아요. 우리가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을 보면 이상하고 꺼름칙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번 소설집의 내용들이 그랬어요. 아주 미세하게 불편한 틈을 파고들어 마음 어딘가를 콕콕 찔러댔어요. 단순히 말초를 자극하는 공포와는 결이 다른, 아주 기분 나쁜 섬뜩함이었어요. 그건 아마도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악한 본성을 마주한 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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