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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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무엇일까요.

공포는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그 대상과 반응은 저마다 다를 수 있어요. 대부분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대상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 소설을 읽다보면 반응하는 주체의 시점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게 되네요. 공포와 미스터리는 환상의 조합이죠. 그만큼 보이지 않는 존재, 드러나지 않는 진실이 주는 파급력이 크다는 의미일 거예요.

《젠슈의 발소리》 는 사와무라 이치 작가님의 공포 미스터리 단편집이에요.

이 책은 히가 자매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인데, 전작을 읽지 않은 독자들도 전혀 무리 없이 빠져들게 만드네요.

히가 자매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살짝 소개하자면 그들은 저주나 악령 같은 초자연적인 괴이 현상을 겪는 사람들을 구해주는 영능력자인데, 각각의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로서 등장하거나 아예 은밀하게 숨겨져 있어요. 등장인물들과 히가 자매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시리즈를 읽는 재미인 것 같아요.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도시괴담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거울>이라는 작품에서는 미래의 결혼 상대를 볼 수 있는 주술로 면도칼을 입에 물고 물거울을 들여다보는 내용이 나와요. 주인공 다하라 씨는 일요일 아침에 임신 7개월인 아내와 기묘한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외출 준비를 하느라 세면대 앞에서 수염을 깎고 있는 그에게 뜬금없이 아내가 학창 시절의 주술 얘기를 꺼낸 거예요. 거래처 높은 분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다하라 씨는 결혼식에서 신부를 보고 깜짝 놀라게 돼요. 거울이 보여준 미래, 섬뜩한 교훈을 주네요.

<우리 마을의 레이코 씨>에서는 고등학생인 아스카가 남자친구인 다쿠미와 도시전설을 조사하는 내용이에요. 20년 전 범죄 사건이 어떻게 도시전설과 결합하여 여장 남자 레이코 씨를 만들었는지, 학교 뒷길에 출몰하는 하얀색 코트의 정체를 밝혀내고 있어요. 누가 진짜 악인인가.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에서는 기요코 씨의 인터뷰로 이야기가 시작돼요. 아픈 시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시댁에 들어가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쩐지 '결혼 지옥' 프로그램에 나올 것 같은 사연이에요. 기요코 씨가 며느리 역할로 힘들어 할 때 남편 겐타로 씨는 무엇을 했는가. 고부 간, 부부 사이의 갈등이 어떤 비극을 낳는지, 그 내막을 알고나니 요괴의 등장이 모두 납득이 됐어요. 기요코 씨를 취재한 사람은 과거 회사 동기였던 노자키예요. 그는 히가 자매 중 한 명인 마코토 씨의 남편으로 <젠슈의 발소리>에서 함께 요괴를 막아내는 역할을 하네요.

<빨간 학생복의 소녀>는 히가 자매 중 히가 미하루의 초등학교 동창생인 후루이치 슌스케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겪게 되는 괴담이에요. 요괴는 인간의 약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괴롭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괴를 상대하려면 강해져야만 해요.

<젠슈의 발소리>에서는 히가 자매의 막내인 마코토가 노자키와 결혼식을 올리는데 언니 고토코가 등장하면서 세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 요괴와 싸우는 내용이에요. 봉인된 요괴를 깨우는 것도, 다시 가두는 것도 결국 인간이네요.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괴들, 이를 퇴치하는 영능력자인 히가 자매의 활약이 쭉 계속되기를 기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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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도시
배명은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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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호러물, 최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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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도시
배명은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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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도시》는 요괴 호러 앤솔로지예요.

모두 일곱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일곱 편의 요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우선 요괴라는 존재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무시무시한 괴담, 공포물에서는 귀신으로 포괄했다면, 요괴는 좀더 분화된 개념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요괴는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사람을 비유하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이는 그 악함이 괴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여러 전설 속에서는 인간이 악화하여 요괴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요괴의 특성 중에는 인간을 흉내 내며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고전 설화 속 요괴가 현대에도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인간 속에 숨어 살아간다는 설정으로 펼쳐지는 현대의 괴이담이 『요괴도시』 입니다."

끔찍한 범죄 사건을 접할 때마다 이건 인간이 저지른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고, 근데 똑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말이 또 있었네요. 사실 뭐라고 표현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요괴도 함께 존재했다는 거예요. 물론 상상일 뿐이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악행이나 미스터리한 사건 앞에서는 미지의 존재를 떠올릴 수밖에 없네요.

배명은 작가님의 <괴물아이>는 두 개의 뿔을 가지고 태어난 괴물아이의 이야기예요. 괴물은 정말 타고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소설에서는 뿔이라는 뚜렷한 표징이 있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그 뿔이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일 수도 있으니까요. 주인공 소녀가 괴물로 발현하는 순간, 솔직히 무서움보다는 통쾌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나쁜 놈들을 처단하는 괴물이라면 영웅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김설아 작가님의 <나쁜 놈만 골라 먹는다> 은 제목 그대로를 보여주는 요괴가 등장해요. 요괴는 우리에게 "나라도 법도 지켜 주지 않는 억울한 일이 생긴다면 나를 불러 주길 바란다." (84p)라고 이야기하네요. 몹쓸 것들을 다 씹어 먹어 준다고 말이죠. 굳이 우리가 부르지 않아도 요괴는 이미 알고 있을 것 같네요. 천지에 먹을 것이 널려 있다고요.

유미르 작가님의 <거미소녀의 함정> 은 거미요괴가 주는 섬뜩한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게 남는 것 같아요. 특히 요괴가 던지는 말이 가슴을 콕콕 찔렀어요. 요괴보다 더 극악한 인간들이 많다보니 핑계 같은 그 말들을 아예 부정하지 못하겠어요. 그래도 거미요괴가 나쁜 악귀인 건 틀림 없죠.

"인격? 존엄성? 그래서 너는 그동안 그 인간적 대우를 잘 받으며 살았어? 한수영이라는 인간도 그렇지만, 나는 인간이 같은 인간을 짓밟는 걸 수없이 많이 봤어."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 너 같은 괴물에게 장난감 같은 존재가 되는 건 용납할 수 없어."

"그래, 인간은 오로지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인간들은 식용으로 사육하는 동물들에게 별 감정 없잖아. 그런 소리 해 봤자 나같이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는 소용 없어. 인간이 고기 먹을 때 아무 감정 못 느끼는 거랑 같은 거야." (146p)

홍정기 작가님의 <벼랑 끝에서> 는 도로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존재 때문에 모든 것이 지옥처럼 보였어요. 어쩌면 은혜와 기남이 그 도로에 들어선 순간 이미 지옥이었는지도 모르죠.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복 도로, 그 끝이 벼랑이라는 것도 정해진 운명 같았어요.

김선민 작가님의 <폐기물> 에서 요괴들은 매우 특별한 임무를 맡고 있어요. 어쩌다 요괴들이 그곳에 머물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재적소인 것 같아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는 놈들과 동조하는 놈들에게 요괴를 보내고 싶네요.

이시우 작가님의 <광원 공포증> 은 공포의 본질을 심리적으로 파헤쳐가는 내용이에요. 심해로 다이빙하는 시운처럼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예요. "두려움의 근원 따위도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한 건 그의 두려움이 진짜, 진실한 것이었다는 거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말처럼 두려움은 쉽게 전파된다." (258p)

엄길윤 작가님의 <요괴가 태어나는 세상>은 항아리 안에서 풀려난 갑산괴의 이야기예요. 도시 한복판에서 칼부림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놈들은 인간이 아니라 악한 요괴라고 생각해요. 악한 요괴로부터 세상을 구하려면 우리는 힘을 합쳐 싸워야 해요. 인간답게 인간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니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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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혁명 1 - 일용할 양식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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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를 믿었던 조선 시대의 민중들, 깊은 감동을 주는 역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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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혁명 1 - 일용할 양식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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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혁명이다.

흔한 사랑이 아니라 압도적인 사랑,

예측 가능한 혁명이 아니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혁명." (6p)


《사랑과 혁명》은 김탁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천주를 믿었던 조선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어떻게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은 천주를 믿고, 그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을까요, 도대체 그 믿음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요. 천주교인들의 이야기지만 결코 종교소설로만 볼 수 없고, 19세기 초 조선의 이야기지만 역사소설로만 규정할 수 없는 내용이에요. 봉건사회에 추악하고 이기적인 지배계층의 만행, 그들에게 짓밟히는 민중들의 비참한 상황들이 그저 옛날 이야기 같지 않아서 읽는 내내 마음 아프고 괴로웠어요.

1권에서는 장선마을의 들녘(이시돌)의 시선으로 소외되고 억압받는 민중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소작농 들녘은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박 진사에게 죄다 뺏기고, 억울하게 빚까지 진 데다가 어미와 함께 몰매를 맞게 돼요.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 나무꾼이 되는데 공설이(아가다)를 연모하다가 옹기촌 덕실마을로 들어가게 돼요. 덕실마을 옹기꾼들이 천주교인이라는 사실을 들녘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거예요. 당고개 주막에서 기도문을 외우던 주모 이동례를 엿본 적이 있었고, 벽에 걸리 십자가를 보았으며, 아가다가 곡곰에게 나뭇값으로 들려준 이야기들을 통해 천주님의 말씀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터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거죠. 정해박해가 일어나기 전 곡성 교우촌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소설의 부제인 '일용할 양식'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천주를 믿는 이들에겐 치열한 생존과 간절한 믿음이 다르지 않았어요. 천주교에서는 세례명을 본명이라고 부르는데, 들녘은 물로 세례를 받는 영세식을 통해 이시돌이라는 새 이름을 받았어요. 엄혹한 세상이 아니었다면 들녘은 평범한 농사꾼의 삶을 살았을 거예요. 신앙은 들녘을 절망에서 구원했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했어요. 중요한 건 천주를 믿는다는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 약자였던 이들이 인간의 존엄을 깨닫고 지켜내고자 했던 혁명적 관점이에요. 이 땅에 살았던 천주교인들은 불의에 맞섰고, 미움과 증오를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품었어요. 소설은 우리에게 역사가 한낱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였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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