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문학동네 시인선 194
황인찬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 뭐길래, 이리도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알고 싶어서 자꾸만 마음을 들여다보다가 모든 게 뿌옇게 흐려져버렸어요.

우연히 봤어요.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는 문장.

그건 황인찬 시인의 시집 제목이었어요.


시인의 말

(당신이 먹으려던 자두는

당신이 먹었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2023년 6월

황인찬


시집을 펼쳤어요. 첫 번째 시는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함>이었어요.

시 내용은 " -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하자 / 학교에서 봐 " (12p) 였어요. 피식 웃음이 났어요.

일상에서 흔히 나누는 대화의 한 토막이 어느새 한 편의 시가 되었구나 싶어서요.

왜 그런지는 몰라도, '시는 난해하다, 시 쓰기는 어렵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상의 언어로 빚어진 시를 마주하니 반가웠어요. 가깝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마음>이라는 시에서 첫 연은 "너는 멀리 떠나기로 결심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그러나 주말이 끝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만 먼 곳으로"으로 시작해 마지막 연은 "슬픔은 바닥을 뒹구는 깨진 유리병 사이에 앉아 돌아올 너를 상상하고 있었다" (23p)로 끝나고 있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인의 마음이 제 눈에는 보였어요. 진짜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없지만 시를 통해 느껴졌어요. 그게 바로 시라는 걸, 마치 처음 시를 읽는 것마냥 새롭게 다가왔어요. 시 속 마음은 내 것이 아닌데, 내 마음인 듯, 그래서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고 했어요.



개완


테이블 위의 다기에는 흰 수국이 그려져 있었다


시계는 정오에 가까웠고

애들이 곧 돌아올 텐데 그는 떠나지 않는다


자신을 믿어달라고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찻잔 위로 피어오르던 김은

흔들리다 곧 흩어진다


나는 문이 잠시 열렸다가 닫히는 것을 보았다

(5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섬 의사의 사계절》은 문푸른님의 에세이예요.

첫인상처럼 책을 볼 때도 제목과 장르만으로도 예상되는 것들이 있어요.

섬과 의사 그리고 에세이, 저자가 의사로서 겪은 희로애락을 마주하게 되겠구나... 역시나 짐작했던 대로인데 가장 중요한 걸 놓쳤네요.

이 책은 사랑 이야기였어요. 저자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고 힘들었던 대학병원 인턴 생활에서 우연히 만났던 J 와의 첫만남이 얼마나 특별했는지를 들려주고 있어요. 연인이 된 두 사람을 갈라놓은 것은 국방의무, 훈련소를 거쳐 공중보건의로 파견되는데 그곳이 섬이었던 거예요.

의사로서의 경험뿐 아니라 사랑 이야기까지 평범하지만 특별한 인생의 단면을 만날 수 있네요.

저자는 어떻게 무의촌 섬 의사가 되었는지, 공중보건의 배치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공정성을 위해 한 명씩 번호를 뽑고 그 번호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니 모든 결과는 순전히 운이었던 거죠. 설마 나에게 이런 일이...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걸 직접 겪어가며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불길한 예감은 대개 틀리는 법이 없다는 거예요. 섬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고충은 무엇일지, 전혀 짐작도 못했는데 상상 이상인 것 같아요. "아픈 사람에게 절실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스스로도 뿌듯함을 느꼈다. 이곳은 섬이었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풋풋했던 내 열정이 깎이는 데는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점차 섬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77p)

똑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업무를 했다고 해도 그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될 수밖에 없어요. 중요한 건 그 경험을 통해 얼만큼 성장했느냐인 것 같아요. 저자는 섬을 떠나 가끔 그곳을 기억하면 여전히 안 좋은 기억도 많지만 안 좋은 기억의 희석 속도가 좋은 기억의 그것보다 몇 곱절 빨라서 머릿속에는 좋은 기억이 더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네요. 분명한 건 하늘 아래 어느 곳이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공존한다는 거예요. 그들과의 인연이 즐거운 추억이 될지, 아니면 끔찍한 악몽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결국 섬에서 지냈던 일 년간의 경험은 저자에겐 아름다운 추억이자 내적 성장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마음, 그 대상은 다를 수 있지만 본질은 같다는 점에서 사계절 사랑 이야기였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자마자 과학의 역사가 보이는 원소 어원 사전
김성수 지음 / 보누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 이름이 뭐니?"

처음 만난 친구에게 묻는 질문, 상대방에 대해 알기 위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화학의 세계에서도 우리가 처음 만나는 친구들은 원소예요. 아마 다들 원소 주기율표를 외웠던 경험이 있을 거예요.

그때 원소의 이름은 알게 됐지만 그 뒤로 멀어져버린, 잠깐의 인연으로 끝나버린 친구였어요. 근데 이 책 덕분에 원소의 매력을 발견했네요.

《읽자마자 과학의 역사가 보이는 원소 어원 사전》은 화학 원소의 이름과 어원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과학책이에요.

현재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는 모두 118종의 화학 원소가 알려져 있어요. 이 책에서는 화학 원소가 무엇인지, 원소 이름은 누가 어떻게 지었는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어요. 평소 화학 분야와 무관하게 살았다면 우리말 원소 이름이 바뀐 사실을 모를 수도 있어요. 대한화학회는 화학 분야의 지식 확산을 위해 1946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1998년 <무기화합물 명명법> 개정판을 내면서 한국어 원소 이름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IUPAC의 영어식 원소 이름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바꿨어요. 이때 이름이 바뀐 원소가 22개 있어요. 기성 세대에게 익숙한 나트륨은 소듐으로, 칼륨은 포타슘으로, 게르마늄은 저마늄으로, 요오드는 아이오딘으로 개명했어요. 그동안 네덜란드어 및 독일어 이름에 일본어까지 섞여 있던 원소 이름이 영어식 원소 이름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네요.

원소 어원 사전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 책에서 모든 원소를 다룰 수 없기 때문에 특징별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어요. 인간의 역사를 만든 일곱 가지 금속인 구리, 납, 주석, 금, 은, 철, 수은을 하나씩 알아보고, '소'가 붙지 않은 원소와 '소'가 붙어 있는 원소, 염을 만드는 원소, 고귀하신 기체 원소, 잿물과 양잿물처럼 두 이름을 가진 원소, 트랜스페르뮴 전쟁과 관련된 원소에 관한 이야기를 차례대로 들려주고 있어요. 최근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는데, 거기에 나온 어니스트 로런스의 이름을 딴 103번 원소가 로렌슘이에요. 핵화학 연구에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면서 누구의 이름을 따느냐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있었다고 해요. 공교롭게도 페르뮴 발견 이후 냉전 시대에 원소 이름에 대한 전쟁이 벌어져서 트랜스페르뮴 전쟁이라고 불렸대요. 원자핵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화학자들이 인공적으로 일으킨 핵반응을 통해 탄생한 원소들이 대량 살상무기로 활용되었다는 사실은 인류사의 비극인 것 같아요. 과학적인 업적이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전쟁 무기로 사용된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고,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화학 원소 이야기 속에 숨겨진 과학사까지 흥미롭고 유익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라임 퍼즐 - 문장 속에 숨겨진 범인을 찾는 두뇌 게임 100 크라임 퍼즐 1
G.T. Karber 지음, 박나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범인을 찾는 두뇌 게임, 재미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라임 퍼즐 - 문장 속에 숨겨진 범인을 찾는 두뇌 게임 100 크라임 퍼즐 1
G.T. Karber 지음, 박나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라임퍼즐》은 논리탐정 로지코가 해결한 100가지 사건으로 구성된 추리 퍼즐 게임북이에요.

이 책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사건 해결을 위한 도구인 크라임 퍼즐을 소개하고 있어요. 주인공 로지코는 세계 최고의 명탐정이라는 설정인데, 그 능력이 발현된 건 추리대학 3학년 때 해결한 첫 사건이라서 그 내용을 복기하고 있어요.

당시 학생회장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는데 로지코는 학생탐정으로서 조사를 통해 세 명의 용의자를 추려냈어요. 허니 시장, 글라우 학장, 루스카니 총장 중 누가 범인일까요. 로지코는 자신이 조사한 단서와 증거들을 크라임퍼즐에 적용했어요. 이 방법은 추리대학에서 가르치는 강력한 기법으로 가로 세로, 각 열과 행에 용의자, 무기, 장소를 넣어 하나씩 해당되지 않는 것들을 지워나가는 거예요. 사실 로지코가 사용하기 전까지 이 표는 순수하게 추상적인 영역에만 논리를 적용하는 도구였는데 살인 사건을 계기로 새롭고 흥미진진하며 위험한 크라임퍼즐로 재탄생한 거예요.

학생탐정 로지코는 오직 논리만으로 모든 사건을 해결하면서 최고의 논리탐정이 되었어요. 이 책은 로지코의 사건 파일에서 꺼낸 공식 기록이며, 우리도 자신의 추리력과 로지코의 탐정 키트를 사용하여 멋지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어요. 먼저 추리의 기본에 들어가는 사건 25개를 풀어본 다음에 중급 단계의 사건 25개, 아주 어려운 고급 단계인 사건 25개, 마지막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미스터리한 사건 25개에 도전할 수 있어요.

크라임퍼즐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해요. 각 사건마다 제시된 용의자, 장소, 무기, 단서를 읽고 알아낸 사실을 크라임퍼즐 표 위에 적으면 누가 무엇으로 어디에서 범행을 저질렀는지 결론에 이르게 돼요. 퍼즐을 채워가며 완성하듯이 크라임퍼즐의 빈 칸을 채우면 범인을 잡을 수 있어서 사건이 해결되는 거예요. 단계별로 하나씩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논리탐정 로지코와 함께 크라임퍼즐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지만 크라임퍼즐에 익숙해지면 논리와 추론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네요. 중간에 막히더라도 책 뒤쪽에 '힌트'를 얻을 수 있으니까 충분히 범인을 찾을 수 있어요. 100개의 사건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를 논리탐정 로지코와 함께 밝혀내는 두뇌 게임이라서 짜릿한 재미가 있네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퍼즐 게임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추리와 퍼즐의 환성적인 조합 덕분에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었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