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 상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려거란전쟁》은 길승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일단 우리 역사에서 고려 시대를 다룬 소설이라서 궁금했던 것 같아요. 역사 시간에 배웠던 고려거란전쟁을 떠올리면 조선시대와 비교할 때 왠지 어깨가 으쓱해지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역사 교과서가 아닌 소설을 통해 다시 보는 고려거란전쟁은 완전 새로운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기획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이 방영된다는 점이 원작소설을 읽어야 할 중요한 동기가 되었네요.

저자는 본격적인 이야기 전에 고려 지도와 함께 시대 배경과 주요 인물, 당시 고려의 군제도와 관직명, 무기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10세기 초, 936년 왕건이 고려를 건국한 뒤 북진정책을 추진했으나 거란이 큰 걸림돌이었어요. 고려 건국 당시에는 몽골과 만주 지방에 거란족과 여진족이 유목생활을 했으나 거란이 계속 세력을 키워 연운십육주를 차지하면서 고려까지 넘보게 된 거죠. 993년 거란의 소손녕이 고려를 침공한 것이 거란의 1차 침공인데 이때 서희의 활약으로 거란군을 막아내고 뛰어난 외교력으로 압록강 남쪽의 강동6주의 영유권을 인정받았어요. 그로부터 17년 후인 1010년 고려에서 벌어진 목종 시해시건을 구실로 거란 황제 야율융서가 다시 고려를 침공한 것이 거란의 2차 침공인데 소설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요. 고려와 거란이 관계한 200여년의 기간 중에서 993년부터 1022년까지 30년의 기간에 집중된 양국의 전쟁을 연속적인 사건으로 보아 고려 거란의 30년 전쟁이라 칭하고 있어요. 거란 2차 침공 당시 거란은 40만 대군을 끌고 왔고, 같은 해 11월 거란군이 압록강을 건너 흥화진을 포위하고 고려의 항복을 종용하면서 전투는 11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전개되었어요. 이때 활약한 인물이 양규와 김숙홍이에요. 중하급 관료인 조원과 강민첨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에요. 저자는 거란군과 맞서 승리를 이뤄낸 인물이 누구이며,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고려는 정변으로 즉위한 현종이 열아홉 청년인데다가 정치기반이 약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상황이었고 거란에 항복문서를 보낸 것이 진짜 항복인지 속이려는 이중계책인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혼돈이었는데 이때 조원과 강민첨이 보여준 능력이 놀라웠어요. 불안에 떨던 피위종이 정신을 차린 건 두 사람 덕분이었어요. "저는 그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정말 알 수 없을 때는 가장 좋은 쪽으로 믿는 것입니다." (482p)라는 조원의 말이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었던 건 이미 당당한 태도와 현명한 지략으로 보여줬기 때문일 거예요. 문제는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그 마음을 다스릴 줄 안다면 이뤄내지 못할 일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명장면인 것 같아요. 혼란한 세상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고려거란전쟁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숨은 영웅들이 있었네요. 상 권에서는 경술년(1010년) 십일월 십육일 진시(8시경)부터 십일월 십칠일 미시(14시경)을 다루고 있어요. 그 역사적인 순간을 멋지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최고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면서 한번은 경제학 공부 - 쉽게 배워 바로 써먹는 경제적 사고 습관, 개정판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
김두얼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한번은 경제학 공부》는 인생명강 시리즈 세 번째 책인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어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다듬었다는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경제학 공부가 될 것 같아요.

저자는 경제학이란 물질적 삶을 이해하고 개선함으로써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우리에게 경제학이란 복잡한 사회 경제 현상을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라고 볼 수 있어요. 경제학 연구들은 대부분 일반인에겐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데 그 이유는 어마어마한 수식들 때문일 거예요. 그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것인 수요-공급 모형인데, 이 모형을 모르고서는 경제학을 이야기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자는 수요-공급 모형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약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수요-공급 모형을 제대로 배운다면 경제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경제학의 치트키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수요-공급 모형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려주면서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정부가 실시하는 여러 정책들을 살펴보고 있어요. 전작과 달라진 부분은 한계효용-한계비용 모형이 얼마나 유용한 모형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사례가 추가되었고, 한계효용-한계비용과 수요-공급 곡선의 이동과 활용을 보다 체계적으로 서술했으며, 시장과 정부 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국가의 존재 이유를 수요-공급 모형으로 설명한 부분이 새롭게 더해졌다는 거예요. "생명과 재산의 보호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존재는 국가이다. 국가는 대외적으로 군대라는 조직을 활용해서 외적이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손상시키지 못하도록 한다. 대내적으로는 경찰이라는 조직을 통해 국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명과 재산의 위해를 막는다. 아울러 법을 만들고 법원을 운영함으로써 재산권을 명확히 하고 재산권과 관련한 침해 또는 분쟁이 일어났을 때 잘잘못을 따져 문제를 해결한다. (···) 국가를 지배하던 왕 또는 소수의 귀족을 몰아내고 국민이 스스로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었다. 우리는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달리 표현하자면, 민주주의국가의 본질은 국가라는 조직이 본분을 다하도록 통제하는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176-179p) 최근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는데 이것이 시장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요.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속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와 정부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 머나먼 우주를 노래한 SF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가 쓰는 법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이 브래드버리, 그는 누구인가.

SF 문학의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이자 단편의 제왕이라고 하네요.

바로 그가 알려주는 글쓰기의 비법은 무엇일까요. 역시나 거장답게 서문부터 남다른 것 같아요. 책보다는 짧은, 하지만 아주 긴 제목의 서문이 인상적이에요. "인생이라는 나무에 기어올라가, 자신에게 돌을 던진 다음, 몸과 영혼을 다치지 않고 내려오는 법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어떻게 자신이 글쓰기라는 세계에 빠져들었으며, 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을 쓰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화끈하게 선언을 해주네요. "매일 아침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지뢰를 밟는다. 지뢰는 나다. 지뢰가 터지고 난 뒤, 나는 파편을 끌어모으는 데 남은 하루를 다 쓴다. 이제, 당신 차례다. 뛰어들어라!" (12p)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위대한 작가들의 공통된 조언은 하나인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쓰라는 것.

작가들이 들려주는 글쓰기 비법은 딱딱한 작문 수업과는 비교가 될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소년 시절에 그는 자신의 삶의 모든 여름이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고 이야기하네요. 얼마나 감격했는지 그때의 심정을 시로 표현했네요.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에게 놀라운 자극이 되어준 책, 그 책이 무엇이냐보다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열두 살 때 나무에서 떨어져 장난감 타자기를 발견하고 첫 소설을 썼던 소년이 지금 이 책을 쓴 거예요. 독자가 읽고 있는 책은 단순히 종이 위에 인쇄된 글자들이 아니라 굉장한 세계가 숨겨져 있는 거라고요. 우리는 가슴 떨리고 설레는 것에 반응하고 기억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해요. 레이 브래드버리는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통해서 쓰기의 즐거움, 더 나아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가만히 기다린다. 이윽고, 살그머니 내려오면 혀에서 떨어지며 소리로 불타오르는, 그런 진실이 발견된다. 이 모든 것은 비밀스러운 땅에 있는 비밀스러운 피와 비밀스러운 영혼에서 나온다. 그는 기뻐하며 슬금슬금 나와 글을 쓰고는, 도망가 숨어버린다." (190p) 글쓰기의 비법이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아니라 모두가 다 알지만 들어가지 않은 문 너머에 있어요. 이제 봤고, 문을 열기만 하면 돼요. 한 걸음 내딛는다면 그 다음은 쭉 들어가는 일만 남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게 소방단이 하는 일이군요."

"집이 불탄 게 아니에요. 인생의 일부가 불탄 거라고요."

(256p)


《하야부사 소방단》은 이케이도 준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한자와 나오키>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어찌나 강렬하고 통쾌하던지 그 매력에 빠져버렸네요.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미마 다로, 서른다섯 살의 미스터리 작가예요. 데뷔하자마자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나 후속작이 점점 안 팔리면서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 됐어요. 원룸 월세방에서 필사적으로 글만 쓰다가 취재할 겸 들렀던 하야부사 지구에 오자마자 자신이 얼마나 지쳤는지를 알게 됐고, 마침 그 지역에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집이 있어서 이사를 오게 됐어요. 이웃 주민들의 초대로 가게 된 술자리에서 지역 의용 소방단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게 됐고, 고민 끝에 가입하게 되는데... 평온한 경치 뒤에 숨어 있는 악의를 알게 된 다로는 그저 전율할 수밖에 없었어요. 복잡한 대도시를 떠나 마음의 안식을 얻으려고 선택한 곳이 이런 곳이었다니, 배신감이 컸을 것 같아요.

다로는 선술집에서 나카야마다가 읊던 반야심경의 한 구절인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256p)을 떠올리는데, 그 뜻은 형태가 있는 것에 실체는 없고, 실체가 없는 것에 형태가 있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인데, 불타버린 화재 현장이 남긴 것은 비극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음이네요. 요즘 대장경을 필사하고 있는데, "탐욕에 물들어 집착하면 마음을 덮어 버리기 때문에 자기를 해치기도 하고 남을 해치기도 하며 자기와 남을 해치기도 합니다. ... 마음이 분노에 덮이고 어리석음에 덮이면, 자기를 해치기도 하고 남을 해치기도 하며 자기와 남을 함께 해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항상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감정을 품게 됩니다."라는 구절이 생각났어요. 화재 사건과 불을 끄기 위해 조직된 소방단 사람들, 마을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인간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평화로운 마을 하야부사 지구에서 연이어 벌어진 방화 사건들, 도대체 왜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요.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이케이도 준 작가님의 신작, 기대한 만큼 좋았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부신 햇살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나듯,

등장과 동시에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들이 있어요. 과연 그 매력의 정체는 뭘까요.

열아홉 살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인이 된 인물, 바로 프랑수아즈 사강이에요.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첫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네요.

이 책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 같은 그녀의 삶이 담겨 있어요. 마흔아홉 살의 사강은 유명 스타 작가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도박과 스피드를 즐겼으며 문학적 영감을 받았던 작품들과 당대 최고의 문화예술인과 지성들과의 만남을 회고하고 있어요. 그녀가 만난 사람들 중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오손 웰스가 했던 말이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You and I, 당신과 나, 우리는 예술가요. 우리는 자본가 나부랭이나 조잡한 사기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 사람들은 페스트를 피하듯 피해야 합니다. 그들은 단순한 중개인일 뿐이에요......" (106p) 그때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사강은 그의 영화는 유감스럽지만 그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그가 말했듯이 사강도 "예술가들 때문에, 진실 때문에, 거침없음과 위대함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 때문에,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때문에" (106p) 예술가로서 공감했던 거예요.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파격적인 행보가 예술가들에겐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식인 거예요.

사강은 인생에서 모든 짧은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보다 더 크고 우위에 있는 것이 문학에 대한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언제 어디서 위대한 책들을 읽었고, 발견했는지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요. 문학은 줄곧 사강에게 어딘가 화재가 난 듯한 인상을 줬고, 그 불을 꺼야 했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깨닫게 된 거죠. 언젠가 그 불속으로 온몸을 던지게 될 거라고, 심한 화상을 입을 줄 알면서도 말이에요. 글을 쓰는 재능이 극소수 사람에게 주어지는 운명의 선물이며 일시적 성공을 안겨주지만 때때로 잔인하게 그들의 삶을 파멸로 몰고간다는 걸 중년의 사강은 받아들였던 거예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천재적인 작가의 삶은 활활 불타올랐고 자신마저도 남김없이 태워버렸네요. "나는 지나치게 나 자신으로 강렬하게 살았던 것이다." (211p)라는 문장으로 사강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완벽하게 설명했네요. 우리는 천재적인 예술가들을 인간으로서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의 세계와 교류하며 감동과 기쁨을 얻을 수 있어요. 그게 예술의 힘인 것 같아요.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지듯이 본능적인 끌림은 거부할 수 없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