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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하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평점 :
우리 역사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낸 영웅들이 있었어요.
《고려거란전쟁》은 고려의 영웅들을 다룬 역사소설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네요.
최장기 전쟁이자 한국사에 결정적인 장면들이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어요.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 방영이 시작됐는데 드라마 시청 전에 이 원작소설을 읽어본다면 더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서희와 강감찬 외에도 이 전쟁에는 숨은 영웅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뿐 아니라 고려 현종 즉위로 위태로웠던 시기에 더욱 빛났던 인물들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어요.
이 소설은 경술년 1010년에 있었던 고려와 거란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거란의 2차 침공이라고 부르는데, 이때 고려에는 서북면 도순검사 양규, 구주(평안북도 구성시) 별장(무반 정7품) 김숙홍, 통군녹사(문반 정7품) 조원, 애수진장(문반 7품) 강민첨, 강감찬, 강조가 거란군에 맞서 싸웠어요. 당시 고려 정세는 1009년(목종 12)에 이른바 강조의 정변이 발생했는데 후계자가 없는 목종이 병들자 그 과정에서 강조라는 장수가 정변을 일으켜 목종을 폐위 시해하고 새로 현종을 옹립했고, 약 1년 뒤 거란 황제가 정변을 구실로 삼아 고려를 침공한 것이 1010년(현종 원년) 11월이었어요. 상 권에서는 서경의 고려군이 거란군에 맞서 공방전을 벌이던 경술년(1010년) 십이월 십칠일 미시(14시경) 장면으로 끝났는데, 하 권에서는 십일월 이십육일 미시(14시경) 양규가 안의진, 구주성 사이의 산길에서 고려군들을 구조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큰 바랑 작전'이 펼쳐지네요.
거란군의 진격로에 위치한 변방의 각 성들에서 전투가 벌어졌고 양규가 이끄는 고려군은 흥화진을 지켰으며 수차례에 걸친 거친 공세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어요. 흥화진을 우회한 거란군이 다음으로 간 곳이 통주였고 통주전투에서 강조와 다수의 장수들이 죽거나 사로잡혔어요. 다행히 통주성은 함락되지 않고 버텼지만 고려군의 전열을 크게 흐트러져서 거란군이 개경을 향해 내려가는 것을 막지 못했어요. 고려 국왕 현종은 강감찬의 건의에 따라 훗날을 도모하고자 개경을 버리고 남쪽으로 피난을 떠났으나 온갖 고초를 겪게 되고, 결국 거란 황제를 직접 만나겠다는 조건으로 강화를 청했고 거란이 이를 받아들여 군대를 철수시키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양규를 비롯한 후방의 고려군이 끝까지 공격하여 거란군에게 사로잡힌 수많은 포로를 구출했어요. 거란군의 피해도 컸지만 이 전투에서 양규와 김숙홍도 목숨을 잃었어요. 용맹하게 진격했던 영웅들이 있었기에 거란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이후 침공을 늦출 수밖에 없었어요. 거란의 거듭된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던 그 저력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기상임을 다시금 일깨우는 시간이었어요.
"거란군이 서경의 포위를 풀었으나 북쪽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남쪽으로 갔습니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서경은 여전히 위태롭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목숨을 바칠 정도로 고려를 사랑하는 것입니까?"
조원이 웃으며 말했다.
"고려를 그만큼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소.
그러나 우리가 고려를 지키려는 의지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
남아는 스스로의 의지를 지킬 뿐이오."
(11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