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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 명작 영화의 촬영지로 떠나는 세계여행 ㅣ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지음, 에이미 그라임스 그림, 최지원 옮김 / 올댓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만 당장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을 풀어준 것이 있어요.
바로 책과 영화였는데, 덕분에 잘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찌보면 우리에겐 다양한 방식의 여행이 가능하니까요.
《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는 여행 작가인 세라 백스터의 책이에요.
저자는 영화 스물다섯 편의 배경이 된 촬영지를 둘러보며 우리에게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여기에 따스하고 예쁜 그림이 더해져서 더욱 특별한 여행책이 된 것 같아요. 실제 여행지를 찍은 사진 대신에 삽화가 에이미 그라임스의 그림으로 풍경을 보여준 것이 상상력을 자극하네요.
이 책에 나오는 영화 촬영지를 따라가려면 세계 여행을 해야만 해요. 영국 잉글랜드 런던과 웰스, 스코틀랜드 덤프리스 갤러웨이, 스페인 벨치테/ 과다라마산맥,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벨기에 브뤼헤(브루게), 독일 괴를리츠, 스웨덴 포뢰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이탈리아 로마, 튀니지 마트마타/ 토죄르, 요르단 와디 럼, 인도 뭄바이, 중국 홍콩, 대한민국 서울, 일본 도쿄, 호주 아웃백, 뉴질랜드, 카레카레 해변, 캐나다 앨버타, 미국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뉴욕주 브루클린, 유타주 데드호스포인트 주립공원, 자메이카, 페루 쿠스코/마추픽추까지 영화 속 장면들을 만날 수 있어요.
이 가운데 영화 <판의 미로> (2006)는 우연히 영화 속 장면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라서 최근에 다시 찾아 본 작품이라 반가웠네요. 공포호러 판타지로 기억됐던 이 영화는 스페인의 참담한 역사를 어린 소녀가 상상하는 동화 같은 세계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놀라워요. 주인공 소녀 오필리아에게 가정부는 "세상은 네가 읽는 동화책과는 달라. 세상은 잔인한 곳이란다." (42p)라고 충고하는데, 오필리아의 환상이 아름답고도 잔혹했던 이유일 거예요. 영화에 등장하는 산이 과다라마산맥인데 동쪽으로 350킬로미터 떨어진 아라곤주의 벨치테가 스페인 내전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격전지라고 하네요. 평화롭고 아름다운 숲 풍경과는 대비되는 끔찍한 전쟁의 역사를 품은 장소라서 현재는 다크 투어가 운영되고 있다네요.
이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추억에 빠져 다시 그 영화들을 보고 싶더라고요. <피아노>에 등장하는 뉴질랜드 카레카레 해변과 <델마와 루이>에서 두 사람이 신나게 질주하던 그 사막의 도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두 팔을 벌리고 한 바퀴 빙그르르 돌 때 보이는 알프스 산맥 등등 영화를 보던 시절의 감성이 살아나면서,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로 떠나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네요. 영화의 감동과 여행의 셀렘이라니, 너무도 완벽한 조합이라 행복한 시간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