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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듣는 클래식 - 클래식이 내 인생에 들어온 날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0월
평점 :
클래식 음악을 아시나요?
글쎄요, 인생에서 클래식 음악과 친했던 적이 없어서 아는 게 별로 없어요.
귓가를 살짝 스쳐가는, 딱 그 정도의 관심이었는데 근래에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을 만났어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현정님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듣다가 난생처음 베토벤 음악이 뭔지 가슴으로 느끼는 경험을 했어요. 예전에는 몰랐던 클래식의 감동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서 찾아듣는 계기가 되었네요. 삶 속으로 들어온 음악 덕분에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오십에 듣는 클래식》은 인생의 쓴맛을 아는 어른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386으로 불리던 오십 대, MZ세대에겐 꼰대가 된 세대로서 같은 오십 대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선물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을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 살롱이에요. 모두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다섯 편의 클래식 곡과 음악가를 만날 수 있어요. 제1악장의 제목은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제2악장은 "다른 사람도 나만큼 아파하며 살아갈까?", 제3악장은 "이 정도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제4악장은 "아직도 내게 사랑이 남아 있는 걸까?"이며,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이바노비치, 하이든, 쇼팽, 슈만, 오펜바흐, 파가니니, 헨델, 비발디, 베르디, 생상스, 세자르 프랑크, 브람스, 바흐, 멘델스존, 엘가, 드보르자크의 인생을 살짝 엿볼 수 있어요. 워낙 유명하고 위대한 음악가들이지만 음악이 아닌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화려하고 멋진 인생을 살았을 것 같지만 삶이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아름다운 음악 뒤에는 좌절과 고통의 순간이 있었다는 걸 알고나니 그들의 음악이 다르게 들리네요.
클래식 음악과 친하지 않을 때도 비발디의 사계는 듣기 좋아서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인 것 같아요. 특히 사계 중 겨울은 바이올린의 선율이 매서운 바람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매력이 있어요. '겨울'에 붙여진 소네트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제1악장. 얼어붙을 듯이 차가운 겨울. 산과 들은 눈으로 뒤덮이고 바람은 나뭇가지를 잡아 흔든다. 이빨이 딱딱 부딪칠 정도로 추위가 극심하여 따뜻한 옷을 입으면서 시원한 음식을 먹는다. 제2악장. 그러나 집 안의 난롯가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밖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제3악장. 꽁꽁 얼어붙은 길을 조심스레 걸어간다.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느린 걸음으로 주의 깊게 발을 내디딘다. 미끄러지면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바람이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이 겨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겨울은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199p) 저자는 타향에서 병자와 극빈자로 비참한 생을 마감한 비발디를 떠올리며 인생은 비극과 희극이 뒤섞인 한 편의 오페라 같다고, 그리고 어느 인생이든 언제나 봄날 같은 인생도 언제나 한겨울 같은 인생도 없다고 이야기하네요. 나이가 들면서 인생이라는 상자 안에 초콜릿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네요. 책에 소개된 음악들을 하나씩 찾아 듣다보니 나만을 위한 힐링 타임이 된 것 같아요. 아름다운 음악이 주는 기쁨을 제대로 누렸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