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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부사 - 말맛 지도 따라 떠나는 우리말 부사 미식 여행
장세이 지음 / 이응 / 2022년 11월
평점 :
"맛있는 부사가 왔어요~"
사과 품종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부사일 거예요. 그래서 부사 하면 바로 사과를 떠올리고, 아삭 씹을 때의 달콤새콤한 맛이 생각나네요.
《맛난 부사》는 맛있는 사과 이야기가 아니라 문장에 사용되는 품사, 어찌씨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부사를 몹시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오직 부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 책을 썼으니 말이에요.
신입 기자 시절에 원고 양을 가늠하지 못해 쩔쩔 맬 때 고참 선배가 '기사가 넘칠 땐 부사부터 지워라!'라는 조언을 했는데, 부사의 말맛을 포기할 수 없어서 한 문단을 통째로 지우는 선택으로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부사를 지켜냈더라는 일화에서 진짜 사랑이 느껴지네요.
이 책은 저자가 매료된 부사의 네 가지 힘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음식의 다섯 가지 맛인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물맛에 빗대어 소개하고 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부사는 동사나 형용사의 뜻을 분명하게 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부사를 적절히 활용하면 내용을 강조하고, 듣는 이가 더 쉽게 내용을 이해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지만 주된 것이 아닌 부차적인 것으로 다뤄지고 있어요. 근데 저자는 이에 반박하며 부사의 네 가지 힘을 이야기하네요. 하나, 스며드는 힘! 둘, 덧붙이는 힘! 셋, 응어리진 힘! 넷, 아름다운 힘! 가만히 생각해보니 평소에 부사를 많이 써왔고, 알게 모르게 부사의 말맛을 즐겼더라고요. 아하, 이것이 부사의 멋과 맛이구나!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부사는 모두 우리말 단어라서 부사와 더불어 우리말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어요.
단맛의 부사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기꺼이', '비로소', '바야흐로', '마냥', '부디'이고, 짠맛의 부사는 삶의 비애가 배어 눈물어린 '어이', '이토록', '오롯이', '애달피', '아스라이'이고, 신맛의 부사는 일상의 흐름을 바꾸는 청량한 '자칫', '새삼', '이따금', '불현듯', '사뭇'이고, 쓴맛의 부사는 고난에 맞서는 쓰디쓴 '차마', '굳이', '겨우', '도무지','차라리'이고, 물맛의 부사는 만물을 보듬는 물같은 '모름지기', '웅숭깊이', '고즈넉이', '두루', '고이'예요. 모두 스물다섯 개의 우리말 부사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담아낸 책이라서 읽으면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일상에서 자주 사용했던 단어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어요. 스물다섯 단어 중 딱 하나, '웅숭깊이'는 처음 알게 된 부사라서 좋았어요. 웅숭깊이는 '웅숭 + 깊이'의 구조이며, '생각이나 뜻이 넓고 크게', '사무이 되바라지지 아니하고 깊숙하게'라는 뜻이고, 닮은 말은 '깊이', '너그러이'가 있대요. 가마솥 밥 다 퍼내고 솥 바닥에 눌러붙은 한 톨의 쌀알까지 우린, 물맛 중에서도 깊고도 맑은 숭늉의 맛을 가진 말이라는 소개가 참 멋졌어요. 세상엔 다양한 맛이 있지만 오래도록 좋아할 맛은 웅숭깊이 같은 맛일 것 같아요. 예쁘고 맛난 부사, 앞으로 더 자주 사용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