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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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완벽한 실종》은 줄리안 맥클린의 장편소설이에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이라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소설은 1990년 마이애미에 살고 있는 올리비아와 1986년 뉴욕에 살고 있는 멜라니를 교차하면서 숨겨진 교집합을 찾아가는 이야기예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건 사랑인 것 같아요. 여기에서 가장 놀랍고 충격적인 미스터리의 실체는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난 사랑에 빠졌어."라는 말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사랑의 모습이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랑하는 두 사람, 그들의 마음은 결코 똑같지 않아요.

처음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실종되는 비행기들에 대한 논문이 살짝 언급된 것이 일종의 미끼라고 여겼어요. '이토록 완벽한 실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니까요. 올리비아의 남편 딘은 전세기를 조종하는 비행사인데 푸에르토리코 연안에서 실종됐어요. 딘의 마지막 무선 통신 내용을 보면, "관제사가 '지금 난기류 상황에 있습니까?' 딘의 대답은, '아니요. 흔들림도 바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관제사가 다시 무선 통신을 시도하는 동안 더 심한 잡음이 발생했어요. 딘이 말하기를, '터널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구 같은 건 보이지 않네요. 현재 속도를 유지합니다.'" (38p) 라고 했어요. 공교롭게도 딘이 실종된 장소는 마의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버뮤다 삼각지대예요. 미국 남부에 위치한 플로리다 해협과 버뮤다 섬,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삼각형 범위 안의 해역으로 지난 500년간 이 지역에서 일어난 선박과 항공기 실종 사고가 수백 건에 이르지만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미스터리 실종 사건으로 남아 있어요.

그동안 버뮤다 삼각지대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과학적 노력이 이뤄졌는데 그중 가장 설득력을 얻은 것이 지구 자기장 변화설이며, 이 이론은 지구 자기장이 20~25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자기적 지진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는 설이에요. 사실 지구 자기장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양성자와 전자 등의 입자선을 막아주는 이로운 역할을 하는데 외핵 물질이 이동하면 원래 있던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자기적 지진이 발생하고, 마침 그때 주위를 지나는 선박이나 항공기가 있다면 우주의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이론이라고 해요. 과학자들은 자기적인 지진은 일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그 재앙을 사전에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설은 그럴듯한 가정을 제공할 뿐이지 확증된 증거는 아니라고 밝혔어요. 실제로 미국 해안경비대는 버뮤다 삼각지대 사고를 우연으로 결론짓고 있으며 항해 위험지역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소설 속 멜라니는 입자 물리학 박사 논문을 쓰는 중인데 영점에너지에서 원자의 모든 활동이 멈추는 지점과 양자 진공이 비행기에 미칠 수 있는 효과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쉽게 말하자면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왜 비행기가 실종되는지,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연구인 거예요. 더 자세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논문이 완성되는 시점까지, 멜라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과학적인 설명 위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덧씌웠더니 모든 게 선명하게 보였어요. 딘은 남들 보기엔 난기류 상황은커녕 화창한 날씨 같은 삶을 살았지만 스스로 출구 없는 터널에 갇힌 신세였어요. 우리 인생에도 자기적인 지진이 발생할 때가 있어요. 피할 수 없는 재앙 앞에서 도망치는 건 더 큰 불행을 야기할 뿐이에요. 사랑 때문에, 결국 소설 속 인물들은 사랑의 블랙홀에 빠졌고, 사랑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네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확신이 서지 않아요."

"왜요? 조종사가 되는 게 꿈이라면 당신은 그 꿈을 이룰 만큼 충분히 똑똑한 사람이잖아요.

되고 싶은 건 뭐든 될 수 있어요."

"당신은 정말 공상을 현실로 바꾸는 마법사가 맞네요."

"그런 것 같아요. 눈앞에 장애물이 보이면 

약간의 점프가 필요한 허들일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대부분 쉽게 해결돼요."

"그건 당신이 숨이 멎을 정도로 세게 부딪혀야 하는 

높은 허들을 만난 적이 없어서이지 않을까요." (295p)



"당신이 내 안에서 보는 것, 나는 그게 고마워요. 

나한테 그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누군가가 나를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봐주는 거요.

내가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296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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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
조영주 지음 / 요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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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토피아》는 조영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낯선 제목에 대해 고민할 틈 없이, 첫 장에 바로 설명이 나와 있어요.

크로노토피아란 시간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용도도 바뀔 수 있는 자유로운 시공간을 의미한다고, 예를 들어 같은 공간이지만 낮에는 교실로, 밤에는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이세계로 갈 수 있는 장치예요. 이세계를 가는 방법은 간단해요.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2층-6층-2층-10층 순서대로 이동하는데 그 사이 아무도 타면 안 되고, 5층으로 가서 젊은 여성이 타면 1층을 누른 뒤 어떤 대화도 하면 안 돼요.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가지 않고 10층으로 올라가는데 9층을 지나면 거의 성공한 거예요. 이세계에 도착하면 그 다음은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신기한 이세계행 엘리베이터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아홉 살 소원이가 살고 있는 현실이에요.

소원이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세계를 가게 되고, 과거 시간 속에서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공교롭게도 주인공 소원이는 본인이 바라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이세계를 가고 있어요. 어린 소원이가 그토록 원하는 소원은 무엇일까요. 과연 크로노피아는 소원을 이뤄줄 수 있을까요. 하필이면 왜 아파트 붕괴였을까 싶었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붕괴라는 단어를 곱씹게 됐어요. 무너지고 깨어짐, 불안정한 소립자가 자발적으로 분열하여 다른 종의 소립자로 변화하는 일, 또는 불완전한 원자핵이 방사능을 방출하거나 자발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거나 하여 다른 종의 원자핵으로 변화하는 일. 아파트 붕괴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 이세계로의 모험이 오히려 내면의 붕괴를 가져온 게 아닐까요. 무너지고 깨어진다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불행인데, 분열로 인해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고 보면 행운이기도 해요. 소원이가 다시 만난 소설가 임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니?" (276p) 라고 묻는 장면이 있어요. 소원이는 매번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쉽사리 답하지 못했어요. 겨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모두 들은 임례는 석양빛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본래 살았던 세계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단다." (277p) 이 말이 굉장히 강렬한 느낌을 다가왔어요. 머릿속을 쿵! 소원과 구원, 우리가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들을 그냥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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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정의 -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이영래 옮김, 최재천 감수 / 알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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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식은 시대 흐름과 함께 변화하고 있어요.

온 세상의 동물들이 인간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동물복지,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동물 학대의 사례들이 드러나면서 동물의 복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형성되었지만, 구체적인 지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요. 유네스코 '세계동물권리선언'에 따르면 모든 동물은 그 자체로 존중받고, 학대받거나 착취당하거나 버려지지 않을 권리 그리고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 본래의 습성과 수명에 따라 살아갈 권리가 있는데, 우리는 이것이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어요.

《동물을 위한 정의》는 세계적인 법철학자 마사 너스바움의 책이에요.

저자는 동물들에 대한 우리의 윤리적 책임을 인식해야 하는 때가 왔음에도 우리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지적 도구들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법철학자이자 정치 이론가로서 이 책을 통해 동물의 삶에 대한 정확한 시각에 기초한 법적 조언과 철학 이론을 제공하고 있어요. 동물에게 해를 입히는 관행에 우리가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동시에 이를 해결해야 할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양심이 있다면 윤리적 회피는 이제 끝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며 적극 동의하는 바예요.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정치적 사고는 인간 중심적이며 동물을 배제해왔고, 학대에 대항하는 투쟁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는 이론들조차 부적절한 시각을 지녔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 거예요.

최근 수십 년간 동물 세계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수준 높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영장류와 반려동물처럼 인간과 친밀한 동물뿐 아니라 연구가 어려운 해양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 동물에 대해서도 많은 것들이 밝혀졌는데, 이것이 윤리에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종과 다른 동물들 사이에 이전과 같은 경계선을 그을 수 없게 됐어요. 지능, 감정, 쾌고감수능력이 다른 동물에서도 발견됐고, 이성이 없는 짐승이라는 범주에 둘 수 없게 된 거죠. 지적이고 복잡한 지각력을 지닌 동물의 삶을 알게 된 이상 윤리적 사고 역시 바뀔 수밖에 없어요. 저자는 동물에게 피해를 주는 세상의 각 영역을 대표하는 육지, 바다, 공장식 축산, 공중의 동물과 반려동물, 이렇게 다섯 가지 부분의 동물 사례를 통해 인간의 부당한 대우로 비탄에 빠진 동물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하는 건 다섯 가지 동물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에요. 상황을 바로잡고 동물들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그 노력을 좌절시키는 인간의 관행들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윤리적,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데 가장 적절한 모형으로 역량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동물의 역량과 활동의 놀라운 다양성과 그들의 뛰어난 역량들을 확인함으로써 현재 잘못 알려진 동물의 삶에 대한 이론들을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요.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동물들의 끔찍한 상황이 단숨에 바뀌진 않지만 적어도 우리 모두가 공동의 책임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정의를 위한 선택이자 출발점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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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명화 탁상 달력 : 클로드 모네 ‘빛을 그리다’ - Claude Monet Schedule Calendar
언제나북스 편집부 지음 / 언제나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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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말이 되면 준비하는 것이 있어요.

달력과 다이어리, 다가올 새해를 위한 필수품이죠.

《2024년 명화 탁상 달력 : 클로드 모네 '빛이 그리다'》 는 아름다운 아트 캘린더예요.

벽에 걸 수 있는 달력이 모두를 위한 거라면 탁상 달력은 나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탁상 달력은 나름의 취향을 반영해서 고르게 되더라고요. 달력의 기능은 날짜를 확인하고 스케줄을 적어둘 수 있다는 건데, 여기에 하나 더 포함할 것이 있어요. 매일 보면 기분 좋은 것.

제가 명화 탁상 달력을 좋아하는 이유는 원하는 화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인상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작품으로 구성된 달력이라서 무척 마음이 들었어요. 탁상 달력이라서 책상 위에 세워두면 한쪽 면은 모네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고, 반대쪽은 달력 좌측에 작품의 일부분이 나와 있고, 그 아래 중요한 스케줄을 적어둘 수 있는 체크리스트 칸이 있어요. 깔끔한 디자인과 명화가 잘 어우러져서 매일 보기에 편한 것 같아요. 클로드 모네를 워낙 좋아해서 아트북으로 종종 감상하는데, 명화 탁상 달력 덕분에 수월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됐네요. 빛을 통해 재현된 색의 다채로움을 표현한 모네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생생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져서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달력 구성이 2023년 12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미리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12월에 <파라솔을 든 여인>은 1875년에 아내 카미유와 아들 장을 모델로 그린 작품인데 청명한 하늘과 바람 부는 언덕에 초록색 파라솔을 들고 있는 카미유의 새하얀 드레스가 바람에 넘실대는 풍경이 평화롭게 느껴져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의 행복한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라서 더 끌리는 것 같아요.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그림이 흔들리듯 표현된 것이 살랑살랑 휘날리는 카미유의 드레스와 들판의 풀들로 인해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을 잘 묘사하고 있어요. 그림 속 바람이 살랑살랑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이에요. 어쩐지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마음과 같지 않나 싶어요. 추운 겨울 날씨와는 상반된 그림인데도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좋은 것 같아요.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들과 함께 하는 2024년 명화 탁상 달력, 마음에 쏙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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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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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뭘 하세요.

자신만의 취미 활동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거나, 무얼 하든 기분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근데 이 책 덕분에 미술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도슨트계의 라이징스타, 전시 입덕요정이라는 애칭이 왜 붙었는지 알 것 같아요.

《홀리데이 인 뮤지엄》은 도슨트 한이준님의 책이에요.

저자는한국 근현대미술사 주요작가 스물여섯 명의 작품 160여 점을 전시한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Re_SPECT : Korean Modern Art)>부터 인상주의 시대를 이끌어나간 모네와 세잔의 이야기를 다룬 <모네에서 세잔까지> 등 10년간 70개 이상의 전시에서 3000회 이상의 해설을 진행한 도슨트라고 하네요.

이 책은 도슨트 한이준님이 소개하는 국내외 화가들의 그림뿐 아니라 오랜 시간 모아둔 보석 같은 국내 미술관 목록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해요.

우선 도슨트는 그림과 관람객을 연결하는 전시해설가인데, 저자는 스스로를 그림 소개팅의 주선자라고 이야기하네요. 미술관이 좋아서 그림이랑 10년째 연애 중이라니, 그 애정과 열정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취미는 전시 N차 관람과 미술관 도장 깨기라니 완전 못 말리는 미술 사랑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자의 본업과 취미, 특기를 모두 합쳐낸 미술 사랑의 결정판이 아닌가 싶어요.

여기에는 모두 열 명의 화가와 작품들 그리고 각 화가들의 이야기와 함께하기 좋은 한국 미술관 열 곳이 나와 있어요. 앞서 저자가 해설했던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에서 박수근, 이쾌대, 나혜석, 이중섭, 천경자 화백의 작품들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인상주의 화가전 <모네에서 세잔까지>에서 르네 마그리트, 클로드 모네, 라울 뒤피, 폴 세잔, 에드가 드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요.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은 이쾌대 화백의 <부인의 초상> (1951)이었어요. 1950년 포로수용소에서 이쾌대는 그리운 아내의 얼굴을 드로잉으로 남겼고, 아내에게 쓴 편지도 기적적으로 아내의 손에 전해졌다고 해요. 왜 화가의 이름이 낯설었나 했더니 월북 화가였네요. 삭제되고 잊혀졌던 이쾌대의 작품과 이야기가 오늘날 전해질 수 있었던 건 그의 사랑하는 아내 유갑봉 여사 덕분이라고 해요. 남편은 자신의 그림을 팔아서라도 생계를 이어가고 했지만 아내는 한 점도 팔지 않았고, 남편이 월북한 뒤에는 다락방에 꽁꽁 숨겨 보관했던 거예요. 1988년 월북 자가들의 해금 조치가 진행되면서 35년만에 화가 이쾌대의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온 거예요. 이쾌대 화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대덕산 끝자락에 위치한 대구미술관이라고 해요. 새롭게 알게 된 화가이자 우리 근현대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라 인상 깊었네요. 저자의 말처럼 소중하게 빛나는 보석 같은 작품들과 미술관을 알게 되어서 기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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