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OUT 유럽역사문명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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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바리스타를 자처하는 하광용님의 'TAKEOUT' 시리즈 두 번째 책이 나왔어요.

이번 주제는 유럽역사문명이에요. 방대한 역사와 문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했는데, 웬걸 처음부터 흥미롭게 드라마 이야기로 말문을 열고 있어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에 등장한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크로노스>를 통해 그리스 신화의 비극적 서사를 풀어내니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그리스 신화에 근거한 문화와 정신인 헬레니즘과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헤브라이즘이 오늘날 서구 문명을 이룬 양대 축이라는 것, 히브리즘의 종교인 기독교의 카톨릭, 정교회, 개신교와 그 주변의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서구 역사에 상당한 영향을 준 세 종교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기독교의 메시아는 서기 1년에 세상에 온 예수 그리스도이고, 이슬람교의 메시아는 570년에 온 무함마드인데, 유대교의 메시아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 (84p)라는 거예요. 예수가 태어난 12월 25일은 카톨릭과 개신교의 크리스마스이지 정교회의 크리스마스는 아니라고 하네요. 정교회의 시간은 그레고리력의 세계 표준 시간과 다르게 율리우스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교회의 크리스마스는 1월 7일이고, 유대교에서는 당연히 예수의 생일인 크리스마스 자체가 없어요.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타고 올라가면 그 꼭대기엔 아브라함이 있는데 기독교와 유대교 모두에게 믿음의 조상으로 추앙받는 인물이 이슬람교에도 등장한다고 해요. 이슬람 족보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으로 안 내려가고 그의 다른 아들인 이스마엘쪽으로 내려가는데,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버림받은 이스마엘을 선조로 생각하는 이슬람교가 기독교, 유대교와 반목하는 데에는 이러한 뿌리 깊은 역사가 있었네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그 사실성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서구인들의 동양에 대한 관심을 높여 탐사를 앞당겼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어요. 특히 그 책 덕분에 항해 시대를 연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엔리케 왕자예요. 사실 엔리케가 받은 책의 원제는 <동방견문록>이 아닌 <세계의 서술>이며, 당시의 세계란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전이라 그들이 살던 유럽과 문명이 부재했던 아프리카와 오리엔트의 아나톨리아 동쪽 인도와 중국 등이 전부였다고 해요. 엔리케 왕자는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의 역사를 이끌었고, 실크로드 이후 끊어졌던 유럽과 아시아, 서양과 동양을 다시 잇는 역할을 했기에 왕보다 훨씬 유명한 왕자가 되었어요. 영국의 정치가 토마스 모어가 쓴 소설 <유토피아>에서 화자로 포르투갈인을 설정한 것도 대항해 시대의 영향이라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세계를 이끌어가는 강국, 그 위상을 지난 유럽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네요. 고난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상황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역사의 뼈아픈 교훈을 떠올리게 되네요. 마지막 장에서 엑스포의 역사와 올림픽 이야기는 시의적절했지만 결과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라서 속상하지만, 중요한 건 《TAKEOUT 유럽역사문명》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유럽의 역사와 문명에 관한 지식들을 얻었으니 만족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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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 -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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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는 강인숙님의 여행 에세이예요.

저자는 삶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이미 출판된 책들을 한데 모아 전집을 내고 싶었고, 이 책은 그동안 썼던 여행기 중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2002년)과 에세이 「로스앤젤레스에 두고 온 고향」 (1978년), 그리고 1977년에 본 비철의 파리와 1999년에 본 제철의 파리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네요.

보통 여행 에세이를 읽는 건 특정 여행지에 대한 관심 때문인데, 이번 책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여행지보다 사람이 더 보였거든요.


"우리는 두 살이나 세 살 터울로 연이어 태어난 다섯 자매여서

자랄 때 친구가 필요 없었다. 형제는 하늘이 내려준 고마운 친구라고 할 수 있는데,

숫자가 다섯이나 되니 아쉬울 것이 없었다. 우리는 빈 성터에 있는 외딴집에서 우리끼리만 놀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만약 그때 저들이 없었더라면 내 유년의 시간들이 얼마나 삭막하고 지루했을까?" (21-22p)


정년 퇴임을 한 저자는 원래 남편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갈 계획이었는데, 남편의 일정이 바뀌면서 부득이하게 취소될 뻔 했던 걸 작은언니가 같이 가자고 제안하면서 막내만 빼고 네 자매가 뭉치는 여행이 됐어요. 20년간 뿔뿔히 흩어지내던 여자 형제들이 다같이 모인 적은 있어도 같이 해외여행을 한 적은 없었다는데 우연히 틀어진 계획이 뜻밖의 여행을 떠나는 기회가 된 거예요. 큰 언니는 일흔둘, 제일 아래인 동생이 예순넷으로,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이지만 큰 언니 앞에서 동생들은 그저 '쪼그만 계집애'가 되는 마법 같은 시간들이 펼쳐지네요. 성격이며 취향이며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자매들이라 투닥거릴 만도 한데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엔도르핀이 마구 샘솟는다니, 이것이 행복이구나 싶네요.


"우리 형제는 그 애가 쉬고 싶다고 하면 아무 데나 놓아두고 우리끼리 관광을 하는 버릇이 있다.

그게 그 애가 원하는 것이다. ··· 

동생의 관광 표어는 '나 여기 왔다네'이다. 

병치레를 많이 한 동생은 녹내장과 근육무력증, 암을 이겨내며 살아서,

가고 싶었던 땅을 디디는 것에 기쁨을 느꼈고, 자기를 거기까지 데리고 온 언니들을 고마워한다.

때로는 때리는 것이 사랑일 수 있듯이 때로는 버리는 것이 사랑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부담 없이 함께 여행을 즐긴다. 

하지만 밤에 혼자 두고 다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 새삼스럽게 가슴이 아픈 것은 

동생이 아무것도 즐길 수 없는 어둠 속에 혼자 버려져 있었다는 데 있다." (98-99p)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도 해외여행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에요. 여기저기 아프고 힘들어도 함께 웃으며 여행하는 네 자매를 보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여행을 누구와 함께 하느냐, 그것이 여행을 고생이 아닌 즐거움으로 만드네요.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건널목을 건너다가 잘못해서 형제들 셋이 겹겹이 넘어지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늘 떨어져 다니는 버릇 때문에 백치기는 당했어도 혼자만 무사했던 저자가 웃기 시작했고 그 웃음이 전염되어 거리가 한바탕 시끄러웠다고 하네요. 어렸을 때 너무 웃어서 밤마다 야단 맞던 풍경이 떠오르는 장면이라 모두가 소녀 시절로 돌아갔던 거죠. 세월의 무게를 잊게 만드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여행 이야기라서 참으로 따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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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지배자들 - 결국 시장을 지배하는 것들의 비밀
최은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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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세상은 콘텐츠가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뉜다고 해요.

콘텐츠 관점에서 성공신화를 분석해보면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 사물, 현상이 보이고, 더 나아가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

매경미디어그룹의 경제 경영 전문기자인 최은수님은 30년간 현장을 취재하며 콘텐츠의 위력을 체감했고, 콘텐츠로 승리한 콘텐츠의 지배자들을 주목하게 됐다고 하네요.

《콘텐츠의 지배자들》은 콘텐츠 시대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콘텐츠가 지배하는 세상을 분석하여 설명이 필요 없는 콘텐츠와 공감 세계관을 생성하는 방식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요.

우선 콘텐츠란 무엇일까요. 저자는 콘텐츠에 관한 정의를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기존 통념을 버리고, 콘텐츠 창작물의 범위를 문화 예술에서 탈피해 사람과 조직, 사물과 제품을 비롯한 공간을 채우고 있는 특별한 기술과 내용물로 확장해야 한다는 거예요. 콘텐츠 플랫폼을 고려할 때 미디어만 생각하면 안 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사람을 쉽게 연결할 수 있는 빅테크 플랫폼을 고려해야 돼요. 지금 우리는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 누구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콘텐츠 수평 시대를 살고 있어요. 창작자들은 완전한 콘텐츠 혁명을 구현해 줄 웹 3.0 시대의 성공 전략을 텍스트와 음성, 이미지를 넘어 동양상 콘텐츠에서 찾아야 해요. 웹 3.0 시대 크리에이터를 위한 각종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어요. 블록체인 기술과 웹 3.0은 창작물을 더 가치 있고 더 폭넓게 인정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하고 준비하는 자가 승자가 될 수 있어요. 저자는 2025년을 기점으로 상용화가 가속화될 기술의 대전환기를 주목하면서 그 전에 나만의 찐팬을 확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네요. 핵심은 킬러 콘텐츠예요. 웹 3.0 시대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전략이 곧 성공 전략이라는 거예요. 이미 시작된 콘텐츠 혁명 속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 생성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요. 결국은 콘텐츠, 앞으로 다가올 미래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콘텐츠를 지배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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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묵상독서 - 품위 있는 인생 후반기를 위하여
임성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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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눈다면 어디쯤이 후반기일까요.

굳이 숫자상의 나이로 구분짓고 싶지 않아요. 스스로 인생 후반기라고 여긴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나를 돌보는 묵상독서》는 임성미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일을 30여 년 이상 해온 독서교육전문가라고 하네요.

우리는 왜 독서를 해야 할까요. 여러 책들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것은 독서가 자신을 알아가는 행위였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자신이 깨달은 것을 삶으로 살아내고자 애쓴다는 거죠. 특별히 '묵상독서'를 정한 것은 중세 수도승들의 묵상독서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래요. 수도승들은 경청하고, 읽고, 쓰고, 금욕적 수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했는데 이러한 깊은 이해와 묵상이 자기 돌봄의 행위라는 거예요. 요즘 사람들은 독서를 하면서 반드시 묵상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은 거의 없을 텐데, 내면의 자신을 만나기 위한 독서를 하려면 묵상은 필수라고 해요. 이 책의 부제는 '품위 있는 인생 후반기를 위하여'인데,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신을 더 온전한 존재로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으면 좋을 내용인 것 같아요. 다른 책보다 더 천천히, 아주 조금씩 나누어 묵상하듯이 읽기를.

"모든 괴로움의 한가운데에서, 다만 '무선택적 자각'으로 머물러 있어보라.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괴로움도 '진정한 나'를 이루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했을 때이다.

그것들이 나의 중심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때,

비로소 자신의 괴로움을 비난하거나, 그것들에 분개하고, 원망하는 일도,

거부하거나 탐닉하는 일도 하지 않게 된다." (106p)

위 문장은 켄 윌버의 『무경계』 라는 책에 나오는데, 윌버는 '나'를 둘러싼 경계선 긋기를 '의식의 스펙트럼'이라는 말로 정리했어요. 우리가 말하는 '나'는 어디에 경계를 긋는가에 따라 아주 좁아지기도 하고 우주만큼 넓어질 수도 있는 거예요. 윌버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과정은 곧 존재의 근원을 체험하는 것이며, 존재의 체험은 어떤 사람의 궁극적인 관심이고, 존재의 가장 깊은 본성은 그 상태인 영혼 사이의 만남이라는 거예요. 지금 이 순간 우리 안에서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주시하고 알아차리는 존재가 바로 진짜 나이자 영혼이라는 거예요. 윌버는 또한 자신의 책에서 칼 융의 말, "인간이 영혼을 박대할 때마다 생명의 생기가 우리에게서 빠져 나간다. 이로 인해 인간은 신경쇠약과 격분, 정신의 불모 등의 대가를 치른다." (107p) 라는 문장을 인용했는데, 이는 우리가 왜 자기 돌봄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가 읽기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마음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우리 존재의 존엄성을 일깨우며 삶을 긍정하는 힘을 얻기 위해서예요. 책 속의 책들, 서른여덟 편의 독서록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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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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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영화 속 대사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건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기 때문일 거예요. 비뚤어진 역사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되짚어봐야 하는 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과거를 교훈 삼아 보다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오세영 작가님은 조선사에서 제일 큰 민란인 홍경래의 난과 세계사에서 큰 획을 그은 프랑스대혁명은 비슷한 시기에 각각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발생했고, 둘 다 독재 왕정과 신분 차별에 따른 억압에 반발해서 민중이 봉기한 사건인데 홍경래의 난은 불과 수개월만에 진압된 데 비해서 프랑스대혁명은 세계사의 큰 영향을 끼친 민주와 인권의 상징이 되었을까, 왜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결과가 되었는지, 그 의문에서 역사소설을 집필하게 됐다고 하네요. 역사적 기록에는 실패로 끝난 홍경래의 민란이지만 저자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때의 민심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거예요.

《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는 오세영 작가님의 역사소설이에요.

이 소설의 매력은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 속에 등장하는 안지경이라는 가상 인물의 활약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젊은 청년 안지경이 홍경래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혁명이라. 아쉽지만 내 혁명은 실패로 돌아갔네.

제대로 된 혁명이라면 팔도 백성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고, 도처에서 들고 일어섰겠지.

하지만 우리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네. 무엇을 위해 혁명을 하는지,

새 세상은 어떻게 다를지를 백성들에게 심어주지 못했네.

이제 기쁜 마음으로 동지들, 나를 따르던 백성들을 만나러 가겠네.

자네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게.

살아남아서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살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달아서 미완의 혁명을 완수하게." (118p)

백령도 어부 김 씨에게 구조된 안지경은 어부로 지내던 중 관군에게 발각되어 쫓기다가 영국 배 알세스트 호에 구조되면서 세인트 헬레나 섬에 이르게 되는데, 이 놀라운 여정을 탄생시킨 상상력에 감탄했어요. 머나먼 과거 역사 속에서 결정적인 두 사건을 하나로 이어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 덕분에 답답하고 괴로웠던 심정을 일부 해소할 수 있었네요. 분명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그 인물이 보여준 혁명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저자는 안지경의 목소리로, "··· 나는, 그리고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은 절대로 조선의 혁명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라고 했나? 그렇다면 혁명의 의지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뜻을 이룰 때까지 혁명의 불꽃은 계속 타오를 것이고 언젠가는 백성의 나라를 열 것이다." (333p)라고 외치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아직 미완이지만 질곡을 딛고 일어서 나아가리란 걸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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