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야 산다 - WWW 월드와이드웹소설 공모전 대상작
김찬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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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거부감을 줄 수 있으나 일단 읽어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이 책은 공부법이나 학습비결을 다룬 내용이 아니라 소설이에요. 그것도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

《공부해야 산다》는 김찬수 작가님의 작품이에요.

저자는 20년 전부터 드라마 시나리오와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첫 연재작인 <공부해야 산다>로 WWW 월드와이드웹소설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으며, 웹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네요.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 원작이 웹툰이나 웹소설인 경우가 정말 많은데 대부분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고요.

소설은 가까운 미래, 2025년 1월 NASA가 지구로 향해 오는 혜성의 존재를 알리면서 시작돼요. NASA 발표에 따르면 2030년 크리스마스 때 혜성의 지구 충돌이 기정사실화되었고, 이에 미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자 전 세계 모든 국가들도 그 행보를 따르게 돼요. NASA는 남극 지표 밑 5킬로미터 지점에 벙커를 짓게 되면 최대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면서 각 국가별로 할당된 생존자의 수를 지정했어요. 대한민국의 생존 티켓은 108명, 전 국민 5,000만 명 중에서 108명만이 살아남는다는 거예요. 생존 헌법이 탄생했고, 결종된 최종안은 공부 생존자 98명(여성 할당 50명), 연예 생존자 5명 (여성 할당 3명), 운동 생존자 5명 (여성 할당 3명)이에요.

주인공 김수석은 배달 대행업무를 하던 평범한 이십 대 청년인데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생존자 기초 시험에 합격하여 이후 생존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생존 자격을 취득했어요. 하지만 합격자는 2,000만 명이고 벙커에 들어갈 수 있는 최종 합격자가 되려면 98명 안에 들어야 해요.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여겼는데,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다는 납득이 되더라고요. 우리는 이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에 매달리는 수험생들과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취준생들과 고시생들이 즐비하니까요. 고졸에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만 3년 해봤던 김수석이 과연 내노라하는 공부 달인들을 제치고 생존할 수 있을까요.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수준의 확률... 결론은 정해져 있지만 소설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장을 열어주네요. 바로 이 시점부터 진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원작이 연재소설이라서 책의 구성도 1화부터 15화까지 나와 있어요. 줄거리를 스포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마지막 장에 <계속>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으악! 소리 질렀어요. 한창 몰입하던 중인데 갑자기 뚝 끊기다니, 이건 너무했어요. 이건 아니잖아요, 혼자 툴툴대다가 후속 이야기는 스토리플레이(스플)앱을 통해 연재된다고 해서 찾아봤네요. 역시나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대상으로 뽑은 이유를 알겠네요. 주인공과 여러 인물 간의 관계와 상황들이 얼마든지 다양하게 확장 가능하다는 점, 무엇보다도 재미있으니까요. 기막힌 설정이 전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현실처럼 빠져들게 만드네요. 앞으로 더 기대되는 작품이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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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면 죽는다 - 비밀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 것
조나 레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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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제목에 끌렸다가, 그 주인공이 '미스터리'라는 걸 안 순간 쾌재를 불렀네요.

정말 좋아하는 장르라서... 사실 미스터리에 매료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요.

《지루하면 죽는다》는 미스터리 장르의 비밀을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으로 풀어낸 책이에요.

저자는 신경과학과 문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라고 해요. 스물여섯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를 출간하여 올리버 색스, 안토니오 다마지오 등 세계적 석학들에게 찬사를 받은 뇌과학계의 슈퍼스타인 그가 이번에는 과학적인 시선으로 다양한 베스트셀러의 패턴과 심리적 전략을 해부하여 놀라운 미스터리 전략을 밝혀냈네요. 인간의 뇌에서 도파민은 우리가 세상을 살피고 가장 재미있어 하는 게 뭔지를 파악할 때 통용되는 신경물질인데, 그 도파민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것이 바로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는 재미이며 신경과학자들은 예측 오류라고 이름 붙인 재미라고 하네요. 인간의 뇌는 항상 문제 해결과 향후 예측을 시도하지만 정작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건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예측 오류, 즉 예상하지 못했던 보상과 뜻밖의 사실이라는 거예요. 세계적인 뮤지컬 작곡가이자 기획자인 스티븐 손드하임은 자신의 미학에 대해, "예술작품에는 뜻밖의 놀라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놓을 수 없다." (27p)라고 표현했어요. 시대와 취향을 초월해 사랑받는 작품에는 가장 매혹적인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으며, 저자는 그 미스터리들을 낱낱이 해체하여 그 비밀을 다섯 가지 전략으로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이 다섯 가지 전략은 수없이 많은 형태로 변주될 수 있지만 목표는 단 하나, 예측 오류를 몰입감 넘치는 오락으로 바꾸고 미지의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거예요. 한마디로 비밀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 것.

미스터리 박스로 출발하여 입체적인 캐릭터와 모호한 설정을 활용하고,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매력적인 난해함을 동원하여 규칙을 깨부수고, 마성의 캐릭터로 모호하고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독자와 관객의 도파민을 증폭시키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비결이에요. 빼어난 창작자들은 거의 모두 탁월한 추리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저자는 그러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인생의 무기가 되는 미스터리 솔루션의 핵심은 호기심을 갖는 거예요.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권태로부터 해방되면 그야말로 이루지 못할 게 없다. 그것이야말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비결이다." (267p)라고 했는데, 호기심은 권태의 해독제라는 거죠. 우리에게 의미를 가르쳐주는 건 정답이 아닌 질문이에요. 호기심과 배움의 열정을 자극하는 하크니스 교수법으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한결같이 '지루하지 않다'라고 말했대요. 모든 교실에서 날마다 외치는 노블 아카데미의 교훈은 "모험하라. 두려움 없이. 부끄러움 없이." (268p)인데, 어른들에게도 해당되는 조언인 것 같아요. 미스터리 전략은 작가들을 위한 비법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강력한 도파민 기폭제를 제공해주네요. 재미있어야 살아남는다고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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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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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를 읽었다면, 피타고라스의 등장에 반가웠을 거예요.

하지만 피타고라스를 모르더라도 고양이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네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은 고양이라는 종이 보유한 지식을 집대성해 만들었다고 해요.

피타고라스(여기서 말하는 건 고양이를 뜻함)가 이 사전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 제3의 눈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며 애를 썼다고 하니, 더욱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고양이의 관점에서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의 역사를 살펴보니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늘 인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는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배워간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수업인 것 같아요.

맨 마지막에 고양이 친구들을 소개하는데, 바스테트와 집사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사진이 실려 있어요. 바스테트라는 이름은 인간의 몸에 고양이 머리가 달린 이집트 여신에게서 따온 것이래요.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모습이 무척 우아하고 아름답네요. 안타깝게도 바스테트의 모델이었던 실제 고양이 도미노가 스물한 살의 나이로 고양이 별로 떠났다고 하네요. 고양이 집사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열정적으로 탐구한 고양이의 모든 것, 빨간 표지만큼이나 뜨거운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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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위대한 강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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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위대한 강연》은 움베르트 에코의 인생 마지막 15년의 강연 모음집이에요.

이 책에는 움베르트 에코의 글 열두 편이 실려 있는데, 이 글들은 에코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매년 열리는 문화 축제 '라 밀라네시아나'에 참여해 강의했던 내용들이라고 해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시간 순으로, 첫 번째 강연은 <거인의 어깨 위에서> 이며, 그 다음은 <미>, <추>, <절대와 상대>, <불>, <보이지 않는 것>, <역설과 아포리즘>, <거짓>, <불완전성>, <비밀>, <음모> 로 이어지고 있어요. 마지막 강연인 <성스러움>은 2016년 '라 밀라네시아나'를 위해 썼지만 실제로 실리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서사의 인물들은 만들어진 것이다.

고로, 상식적으로 그 인물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으므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이미지가 아니라 말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체적 묘사가 자세하기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들은 어찌 보자면 그들이 등장하는 소설의 바깥에도 있다.   

게다가 온갖 종류의 무한한 이미지를 통해 되살아난다. (···)

사실 어떤 허구적 인물은 그가 탄생한 텍스트 밖에서 부여받은

수많은 시각적 표상 덕분에 아주 잘 보이게 되었다."

(203-204p)

 

우리는 왜 서사 속 인물이라는 기호학적 대상에 감흥을 느끼는 걸까요.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정의나 자유를 위해서 죽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이야기하면서 허구의 유동적 인물이 신화 속 인물과 성격이 같다고 설명하네요. 그래서 문학을 읽는다는 건 인물의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안다는 것이며, 우리는 그 좌절을 받아들이고 전율하게 되는 거예요. 니체는 예술이 삶을 지배한다면 더없이 즐겁긴 하겠지만 속임수일 거라고 했는데, 그건 예술이 어떤 근거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하므로 어떤 정의도 받아들일 수 있고 자기가 할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존재의 소멸은 신의 죽음과도 같다고 본 거예요. 존재가 정의될 수 없어도 존재를 은유적으로 말하는 우리는 은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단어들이 필요하고 그 단어들은 문자적 의미가 있고 우리가 경험으로 아는 사물을 외연적으로 지시할 수 있어야 해요. 신기한 건 존재하지 않아도 서사를 통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듯이, 존재하더라도 생각할 수 없다면 그 존재에 도달할 수 없다는 거예요.

와일드 최고의 역설은 그가 옥스퍼드의 한 저널에서 발표한 「젊은이를 위한 경구와 격언」이라는 삶의 격언들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타인을 반박한다. 현자는 자기 자신을 반박한다. 야망은 실패자의 마지막 피난처다. 시험을 치를 때 멍청이들은 현명한 자들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문체의 대가만이 난해하게 보이지 않는다. 삶의 첫 번째 의무는 가능한 한 작위적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의무는 아직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성년이 되면 진지함이 우둔함이 된다. 진실을 말하면 조만간 정체가 밝혀지는 것은 확실하다. 피상적인 사람만이 자기를 안다." (273p) 와일드는 재판 중에 자신의 말이 반박되었을 때, "내가 쓴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라고 답했대요. 그는 철학자가 아니라 시인이자 극작가였으니까요. 에코는 "생각하기 전에 성찰하라!"라는 격언을 소개하면서 늘 잘 지켜지지 않지만 인생의 길잡이요. 길잡이기를 바라는 것이 역설이라고 이야기하네요. 따지고 보면 우리 삶이야말로 역설로 가득찬 세계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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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눈
노순택 지음 / 한밤의빛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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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믿는가.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다루되,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251p)


《말하는 눈》은 사진가 노순택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사소한 곳에 갈 때도 사진기를 손에서 떼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진기를 좀처럼 손에 들지 않는다고 하네요.

사진기 대신 펜을 들고 써내려간 이야기에는 사진과 사람과 사회에 관한 생각이 담겨 있네요. 그가 사진을 찍고, 글을 썼던 시간들과 지금은 엄연히 다른 시간인데도 동일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떤 눈은 말을 한다. 입으로만 말을 하는 게 아니고, 귀로만 말을 듣는 게 아니다.

눈이 하는 말을 들으려면 눈길을 마주쳐야 한다.

사진기 뒤에 숨은 채로도 눈맞춤은 벌어진다.

말하는 눈을 본 탓에 나 역시 내 눈으로 본 것에 대해 말하려 했다."

(9-10p)


요즘은 누구나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사진과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질 못했던 것 같아요.

시간의 기록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무거워졌어요. 시선이 머무는 곳과 사진에 담기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묵직하게 짓누르는 그 무게를 느끼고 말았네요.


"상처와 한 몸인 사람들이 있을까. 있(을 것이)다.

상처와 한 몸인 사람들의 풍경이 있(을 것이)고,

장면이 있(을 것이)고, 구경꾼이 있(을 것이)다.

사진기를 든 괴이한 구경꾼은 장면을 잡아채 두었다가

두고두고 다시 보고, 목격담을 만들고, 시간차 진술에 나선다."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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