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지시선 7
이어진 지음 / 청색종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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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는 이어진 시집이자 청색지시선 일곱 번째 책이라고 하네요.

이어진 시인은 2015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이 책은 8년 만에 나온 첫 시집이라고 해요.

어릴 때는 시집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나이들수록 조금씩 시를 읽게 되더라고요. 경이롭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시인이 적어내려간 한 줄 한 줄을 정성껏 담아내려고 애쓰게 되네요. 단순히 어렵다거나 복잡해서가 아니라 시의 언어가 깊어서 그런 것 같아요. 당장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두고 가만히 지켜보면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똑같은 시를 읽어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뭔지 모르는 씨앗을 마음 밭에 뿌려두었다가 나중에 싹을 틔운 다음에야 "너였구나!"라고 발견할 때도 있어요.

<불행한 나라의 천사들>이라는 시는 "당신에게 아주 불행한 나라의 이야기를 듣는다" (145p)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시끄러워서 잠이 깰 뻔하다가 불행한 이야기를 들었지. 그림을 열고 들어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소년이 꽃의 뒷모습이 되어 앉아 있는 이야기, 슬퍼서 다시 잠 속으로 발을 뻗으며 아주 깊은 잠 속으로 좀 더 조금 더, 태양이 방 안 구석구석 아픈 곳에 알알이, 그런 날에는 천사들이 창틀 위에 내려앉아서, 그림 속에 돌아앉은 소년의 등을 조용히 쓰다듬고 있었네" (146-147p) 로 끝맺고 있는데, 시는 끝났지만 어쩐지 네모난 그림에 갇힌 소년의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돌아오지 못한 소년으로 인한 슬픔이 번지다가 태양이 방 안을 비추면서 천사들이 가만히 쓰다듬는 장면에서 위로가 됐어요. 불행한 나라의 이야기, 시인은 우리를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로 데려갔어요. 어떻게 돌아올까라는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어느새 우리는 현실로 돌아와 있네요. <웃지 않는 나무들>이라는 시에서는 "꿈꾸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시간이 올 것이다 누군가 우산을 들고 지나간다 너는 깊은 바다의 슬픔을 알지 못한다 단지 상상할 뿐 나무들의 바다는 미풍에 잠시 흔들릴 것이다" (30-31p) 라고 했는데 시인은 무심히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어요. 시의 세계가 보여주는 것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읽었고, 보았고,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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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속의 여인 아르테 오리지널 28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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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고작 1년 뒤에 당신이 그 사람을 떠났단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그렇지만 죽음이란 게 원래 사람을 변하게 만들긴 하죠.

나도 죽어서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 이 세상 누구도 이 사실을 알 턱이 없네요.

살아 있을 적에 나는 클레오 셔우드였어요. 죽어서는 호수 속의 여인, 추운 겨울 내내

분수대에 잠겨 있다가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인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에

물에서 꺼내진 흉물이 되었죠. 살점이 대부분 사라져 얼굴에는 남아 있는 게 없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도 관심 없었는데 느닷없이 당신이 나타나 

나한테 그런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붙여놓고,

가서는 안 될 곳을 찾아가 들쑤시며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어요. 

가족 말고는 신경 써서는 안 되는 일이었는데.

나는 악질인 남자와 데이트를 하러 나갔다가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된 

철없는 여자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내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에 별안간 당신이 나타나더니, 

어느새 자기 이야기로 만들기 시작했네요.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요, 매들린 슈워츠?

그냥 그 멋들어진 집에서 결혼 생활에 안주하며 

나를 분수대 밑바닥에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었나요?

난 그곳에 있어야 안전했단 말이에요.

내가 거기 있어야 모두 안전할 수 있었다고요." (15p)


소설 초반부를 읽다가 살짝 놀랐어요.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인데, "당신을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9p)라면서 시작되는 첫 문장의 주인공이 호수에서 발견된 시신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만약 매들린 슈워츠가 아니었다면 클레오는 영영 잊혀지고 말았을 거예요. 도대체 왜 클레오는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냐고 말한 걸까요. 무엇으로부터 안전하기를 원했던 걸까요. 그 모든 해답은 매들린, 매디 슈워츠를 통해 찾아야 해요.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한 여성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그것이 바로 《호수 속의 여인》이에요.

저자 로리 립먼은 1997년 작가로 데뷔한 이래 앤서니상, 셰이머스상, 매커비티상, 베리상, 에드거상, 애거서상, 네로 울프상 등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석권했고, 오늘날 가장 재능있고 다재다능한 범죄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네요. '볼티모어 선'의 기자였던 아버지와 도서관 사서였던 어머니를 둔 그녀는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해요. 볼티모어를 무대로 전직 기자 출신 테스 모리한이 아마추어 탐정으로 활약하는 <볼티모어 블루스>가 데뷔작이래요. 아무래도 볼티모어라는 지역적 배경과 기자라는 직업이 작가의 작품 세계에 주요한 키워드가 된 게 아닌가 싶네요. 《호수 속의 여인》은 작가의 유년 시절에 실재했던 미제 사건인 11세 아동 납치 살해 사건과 33세 여성 셜리 파커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작품이래요.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매디 슈워츠는 기자예요. 우연히 볼티모어 경찰이 실종된 11살 소녀를 찾는 일을 돕다가 볼티모어 신문사 <더 스타>에 취직하게 되고, 호수에서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앞서 언급했듯이 이 소설은 매디 슈워츠를 지켜보고 있는 클레오의 독백이 인상적인데, 점점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수록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을 추적해가는 메디 슈워츠라는 인물을 주목하게 되네요.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매디가 갑자기 20여년의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여성 기자로서 성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들이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여자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인지, 시대는 바뀌었으나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무엇인지,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주네요. "당신을 한 번 본 적이 있어요."라는 말을 다시금 곱씹게 되는 작품이에요. 아참, 나탈리 포트만 주연으로 애플 TV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래요. 원작을 아는 만큼 무척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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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프록터의 본 리치 - 부와 성공을 이루는 10가지 위대한 발견
밥 프록터 지음, 김문주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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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시크릿』 을 아시나요. 부와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끌어당김의 법칙을 들어봤을 거예요.

바로 그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시크릿'을 실현한 첫 번째 주인공이 밥 프록터예요. 40년 넘게 독보적인 연설가이자 작가, 사업가로 활동해온 밥 프록터는 2022년 2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전 세계의 여러 단체와 개인들의 멘토로 일했어요. 1984년 출간된 《밥 프록터의 위대한 발견 You Were Born Rich》는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국내에서 중고가 38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위대한 자기계발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어요.

《밥 프록터의 본 리치》는 바로 그 유명한 《밥 프록터의 위대한 발견》의 최신 개정판이에요.

어쩌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왔던 책이지만 아예 이 책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어요. 책 제목처럼 누군가가 "당신은 부자로 태어났다."라고 말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건가요. 이미 부자라면 수긍하겠지만 현재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자신을 놀린다고 느낄 테니까요. 그러나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책을 읽게 된다면 달라질 거예요.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을 알고 있다면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매우 익숙할 거예요. 그럼에도 우리가 익숙한 내용을 다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우리가 이미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기 위해서예요. 이 책은 이미 쥐고 있는 것들을 찾아낸 뒤 그것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어요. 인생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책에서 제시하는 것들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곧바로 삶에 적용하기만 하면 돼요. 그래서 이 책은 항상 가까운 곳에 두고 꾸준히 반복해 읽어야 해요. 본문을 읽고 암기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올바르게 실행에 옮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어요. 만약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면 그건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가끔 반대되고 모순되는 생각을 동시에 떠올리면서, 늘 '할까, 말까, 할까, 말까 ···' 망설이면서 동요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정신적인 괴로움과 혼란에 빠지고 말아요. 우유부단함과 혼란은 위대한 것을 성취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예요. 우리가 자기 내면에 무한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깨달아야만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요. 실제로 우리는 열망하는 거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고, 원하는 것을 행할 수 있으며 바라는 모습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요. 이 기본적인 진실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고, 진정한 안정이 돈이나 물건에 달려 있다고 오해하며 이미 가진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손에 쥔 채 똑같은 것들을 더 모으려 노력하는 거예요. 새로운 것을 원한다고 진지하게 염원한다면 옛것을 치우고 새로운 것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면 돼요. 마음에 꼬인 구석들, 이를 테면 의심, 죄책감, 증오, 결핍이나 한계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을 제거해야 성장할 수 있어요. 성장을 방해하는 꼬인 부분을 풀어주면 창조적인 에너지가 내부에서 흘러넘치는 걸 곧 깨달을 수 있어요. 자신도 모르게 꼬였던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다시금 내면의 힘을 일깨우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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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랜딩을 호텔에서 배웠다 - 사비 털어 호텔 150군데 다니고 찾아낸 돈 버는 마케팅 인사이트 23
정재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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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그 일을 실행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동기가 없기 때문이에요. 꿈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동기는 강력한 미래가 보일 때 작동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군가에겐 그 힘이 의외의 장소에서 발휘되었다고 해요.

퇴사 후 우연히 들린 호텔에서 호텔이야말로 브랜딩의 결정체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때부터 사비를 털어 호텔 150군데를 다니며 돈 버는 마케팅 인사이트를 찾아낸 사람이 있어요. 일명 호텔에 미친 사람, 이 책의 저자인 정재형님이에요.

《나는 브랜딩을 호텔에서 배웠다》는 호텔에서 배우는 메이킹 머니 시스템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어떻게 호텔 안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브랜딩과 마케팅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요. 우선 놀라운 영감을 준 호텔이 어디인지, 무엇이 그토록 특별했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그 호텔은 바로 파리지앵이 사랑하는 호텔로 유명한 혹스턴 파리 Hoxton Paris 이에요. 1800년대 지어진 대저택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 호텔은 지역 주민들이 들어와 조깅도 하고 로비를 공용 거실처럼 사용한다고 해요. 저자가 이 호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건 퇴사 전까지 브랜드 디자이너였기 때문이에요. 꽃을 좋아하면 어딜 가나 꽃만 보이듯이, 브랜드 디자이너라서 어떻게 호텔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도록 만드는지, 어떻게 단순 고객이 아닌 팬으로 만들어 계속 찾아오게 하는지, 어떻게 고객의 지갑을 활짝 열게 만드는지 등 숨겨진 힌트를 쏙쏙 기가 막히게 찾아낼 수 있었던 거예요. 브랜딩과 마케팅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는 곳이 호텔이라고 인지한 순간 주저없이 국내외 150군데 넘는 호텔을 직접 다니면서 놀라운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고, 그 내용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하네요. 메이킹 머니 인사이트의 첫 번째는 우리가 그 돈을 주고 호텔에 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예요. 대체 왜 돈을 쓰면서 호텔에 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에요. 저자가 찾은 답은 일상에서 해방되어 비일상적 삶을 누리는 행복감과 호텔이란 공간을 소비하며 누리는 자존감 상승이며,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사적인 공간이 주는 확실한 자유로움, 그리고 검증 절차를 생략해도 될 만큼 믿고 갈 수 있다는 안정성과 보장성이에요.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공간은 호텔 말고는 찾기가 어렵고, 여기에 5성급 호텔은 희소의 가치까지 더해지니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거예요. 고가 호텔의 유혹 시스템이자 메이킹 머니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브랜딩과 마케팅의 성공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저자의 최종 꿈은 자신만의 호텔을 세우는 것이라고 해요. 혹스터 파리 호텔에서 강력한 미래를 봤기에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을 조금씩 하나하나 이뤄나가고 있는 저자를 보면서 호텔메이커인 동시에 드림메이커라고 느꼈어요. 나만의 멋진 꿈이 무엇인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일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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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밀리미터의 싸움 - 세계적 신경외과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페터 바이코치 지음, 배진아 옮김, 정연구 감수 / 흐름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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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밀리미터의 싸움》은 세계적인 신경외과 의사인 페터 바이코치의 책이에요.

저자는 하이델베르크 의과대학에서 11년간 일하면서 신경외과를 전공했으며, 2007년 베를린 자선병원의 신경외과 최연소 과장으로 임명되었고, 뇌의 다양한 분야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럽 신경외과학회(EANS) 연구상, 독일 신경외과학회 연구상, 세계 신경외과 연맹 젊은 신경외과 연구상 등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 저자는 신경외과 의사로서 직접 집도했던 열두 건의 수술 사례를 통해 의료진들과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뇌수술과 신경의학의 세계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면서 신경외과 의사들이 직면한 도전과 실패, 윤리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요. 복잡한 뇌수술에 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과정으로 수술이 진행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중요한 건 뇌질환에 관한 정보도 있겠지만 그보다 신경외과 의사의 솔직한 심정을 알게 됐다는 점인 것 같아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의사의 이미지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냉정함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냉정함이 의사 본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고된 훈련의 결과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거예요. 걱정, 불안, 의심이 신경외과 의사라는 직업의 영원한 동반자라는 걸.

가장 인상적인 단어는 '괴물'이었어요. 저자는 뇌 안에 동정맥 기형을 머릿속에 잠자는 괴물이라고 표현했어요. 뇌혈관 기형의 하나로 보통 뇌 발달 초기에 시작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지는데 동정맥 기형의 문제는 모세 혈관이 없어서 발생한 부위에 영양 공급이 되질 않고 피가 빠르게 질주하는 고속 구간이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기형 혈관은 대부분 혈관벽이 완전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그 두께가 얇은 탓에 쉽게 파열되거나 찢어져 버린다는 거죠. 혈관 파열로 출혈이 발생하면 그 결과로 사망할 위험성이 약 20퍼센트에 이르고, 출혈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나머지 80퍼센트도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동정맥 기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데, 이걸 제거하자니 수술 후 합병증이 심각할 수 있고, 그냥 놔두자니 매순간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하니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전적으로 환자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자는 의학적인 결정을 내릴 때 언제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해요. 수많은 수술을 해왔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건 각각의 환자 케이스에 감정적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요. 감정이 무뎌지기까지 그저 시간의 문제라고 여겼는데 수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환자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때마다 느끼는 좌절감과 고통을 피할 수 없었던 거죠. 저자는 제발 그런 일들에 영향을 덜 받게 되기를 소망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적어도 정상적인 상태의 인간이라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각종 연구가 보여주듯이 감정이 생성되고 제어되는 뇌 부위는 본인이 원하건 원치 않건간에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며 매번 지치는 법이 없어요. 신경외과 의사도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신경외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수술을 찬양하고 영웅화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신화화와 영웅화가 전문 분야를 정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드는 원인이며 윤리적인 일탈을 초래하기 때문에 외과 의사의 역할을 탈영웅화하고 각각의 뇌수술 뒤에 얼마나 많은 팀워크가 숨겨져 있는지, 얼마나 많은 뛰어난 전문가가 협력하는지, 그 과정에 얼마나 고도로 발달한 최신 기술이 도입되는지를 보여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인디애나 대학병원의 애런 코헨-가돌이 말했던 "신경외과는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가장 추악한 것 사이의 협정"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자는 신경외과라는 분야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매혹과 열정뿐 아니라 머릿속 괴물과 맞서 싸우는 험난한 여정을 여과 없이 잘 보여줬고, 마지막 소감을 뉴욕 레녹스 병원에서 일하는 데이비드 랭어의 말로 대신하고 있어요.

"나는 25세의 젊은 의학도로서 신경외과라는 분야에 대해서 처음 느꼈던 경이로움을 오늘날까지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 이 분야에 종사하며 얻은 가장 큰 가르침은 감사함이다.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데 대한 감사함 말이다. 여기에 이 분야 특유의 인간미와 감수성이 더해진다. 그것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기술적, 지적인 도전들과 함께 어려운 상황에 처한 다른 존재를 도울 수 있는 감동적인 경험을 허락해 준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문명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때 우리는 최고가 된다. 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489p)

이 책 덕분에 1밀리미터의 싸움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배웠어요. 아무래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레녹스 힐 닥터스」 를 찾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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