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 - 읽다 보면 수학의 기초가 쌓이는 신기한 라이트노벨
라이이웨이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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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연애를 소재로 한 내용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 큰 어른들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연애 감정이 생길까 싶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도 서로 알아가는 기회가 주어지니 달라지더라고요. 남남이던 사람들이 만남의 공간을 통해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야말로 모두에게 통하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은 읽다보면 수학의 기초가 쌓이는 신기한 라이트노벨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연애 프로그램을 떠올렸던 건 방과후 수학보충반 교사를 처음 맡게 된 성찬 때문이에요. 수학을 사랑하지만 엔지니어였던 성찬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수학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서 학교로 돌아왔는데, 보충반에 모인 학생들은 농구팀의 풍운아 은석, 내성적이지만 재능이 많고 문과의 슈퍼우먼이라 불리는 수안, 침착하고 예의바른 정한, 핸드폰 중독자인 유아까지 모두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이라는 거예요. 교사 경험이 없는 성찬이 수업에서 아무리 열심히 수학 문제를 설명해도 아이들에겐 그저 소음일 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거예요. 이건 마치 첫인상에서 꼴찌를 받고 데이트 신청을 한 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랄까요. 극강의 매력을 뽐내지 못한다면 외로운 솔로를 면치 못하는 거죠. 한 달이 시간이 흐르고, 성찬도 열의가 꺾였지만 수학을 향한 열망은 극에 달하면서 특단의 조치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수학 없는 수학 수업으로 탈바꿈하는 거예요.

아이들끼리 재미있게 떠드는 수다 속에서 힌트를 얻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와 수학의 연결고리를 찾아 이야기하는 방식이에요. 일상에서 겪는 일들이나 각자 좋아하거나 잘하는 분야를 이야기하면 지루할 틈이 없으니까, 아이들도 어느새 성찬과 함께 수학적인 대화에 빠져들게 되네요. 물론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을 정도로 엄청난 재미를 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흥미로운 접근법인 것만은 확실하네요. 사람의 마음과 수학, 둘 중에 뭐가 더 복잡하고 어려울까요. 중요한 건 둘 다 어렵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억지로 노력하라는 게 아니라 먼저 마음을 열어보라는 거죠. 낯선 사람과 인사를 건네고 조금씩 대화하며 가까워지듯이, 수학과도 얼마든지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성찬과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의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되었네요. "수학, 널 사랑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책으로 확인해보세요.


"우리는 정한이 아버지가 고민하는 문제를 

'배낭 문제 knapsack problem'로 해결할 수 있어!"

"배낭 문제요?"

"만약 네 책가방이 Ckg 을 싣고 있다고 가정하면, 매일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많은 물건을 책가방에 쑤셔 넣어야 해. 예를 들면 보온병, 교과서, 필통 등 모든 물건은 자신의 무게 w, 효과 p 가 있지. 어떤 물건을 넣어야 총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배낭 문제고 고전적인 최적화 문제야. 우리는 배낭 문제를 쇼핑에 사용할 수 있어. 쇼핑 예산은 배낭에 짐을 싣는 것이고 가격은 물건의 무게가 되는 거지. 상품을 사는 즐거움의 정도는 물건을 가방에 넣은 후의 효과가 되는 거야. 이러면 문제는 '어떻게 해야 가장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느냐'가 돼. 배낭 문제는 모든 쇼핑광들이 배워야 할 최적화 전략이야. (93-94p)


저자인 라이이웨이는 타이완 사범대학 전기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중에게 수학을 쉽게 알리고자 <수감수학실>이라는 플랫폼을 설립하여 수학 교육 보급에 힘쓰고 있다고 해요.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의 "수학이 어렵다고만 하는 사람들은,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인지하지 못해서다"라는 명언을 굳게 믿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수학의 재미의 유용성을 알리고자 실험적인 수업들을 개발하고 수학 관련 책들을 집필하고 있대요. 어쩐지 저자의 열렬한 수학 사랑이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의 성찬 쌤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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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식물과 열애 중 - 베란다 정원으로의 초대
강경오 지음 / 프로방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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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중"이라는 표현만 봐도 설레던 때가 있었죠.

어느새 과거형이 되어버렸다는 건 그만큼 마음이 무뎌졌다는 의미일 거예요. 그런데 요즘 살짝 마음을 흔드는 대상을 만나고야 말았네요.

누구냐고요, 그건 바로 식물 친구들이에요. 아직 썸 타는 단계라고 해야 되나, 차차 알아가는 중이에요. 모르는 게 많아서 자칫 시들어버릴까 걱정하고 있는 초보자라서 이 책이 무척 반가웠어요.

《나는 오늘도 식물과 열애 중》은 10년 차 베란다 가드너 강경오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교직을 일찍 명예퇴직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다가 식물의 매력에 빠져 동고동락한 지 10여 년이 되었고, 원예실버지도와 반려 식물 상담을 하면서 식물 지식을 나누고 있다고 하네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콕 생활이 길어질 때 집에서 누릴 수 있는 힐링이 뭘까를 생각하다가 베란다의 식물들을 보게 됐는데, "위로받고 싶으세요? 우리와 함께해요." (4p)라며 식물들이 말을 걸어왔다고 해요. 식물과의 대화를 해본 적은 없지만 식물이 주는 힘은 느껴본 적이 있어서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가만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존재인 것 같아요.

이 책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300여 개의 식물을 키우면서 식물이 주는 마음의 위안과 소소한 행복을 경험했던 이야기와 함께 식물을 잘 키우는 저자만의 노하우가 담겨 있어요. 식물을 좋아하지만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겨우 화분 몇 개로 만족했는데 저자 덕분에 욕심이 생겼어요. 넓은 정원이 딸린 집이 아니어도 작은 베란다에서 나만의 정원을 가꿀 수 있어요. 베란다를 초록의 실내 정원으로 만들고 싶다면 고사리 종류가 좋다고 하네요. 고사리는 자랄수록 잎이 아치형으로 늘어지고 넓게 퍼지는 모양이라 화분수가 적어도 공간이 풍성해 보이고 키우기도 까다롭지 않아 식집사들이 선호한대요. 그래서 저자가 첫 번째로 소개한 식물 친구가 푸테리스고사리예요. 철사 같은 긴 줄기 끝에서 잎이 위를 향해 하늘거리는 모습이 참 예쁜데, 특히 잎의 한가운데에서 가장자리로 점점 진해지는 연두빛 그라데이션 색감이 매력포인트네요. 고사리라는 이름 때문에 나물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실물은 화사하니 예쁘네요. 푸테리스고사리의 꽃말은 '사랑스러움'이라는데 어쩜 꽃말과 이리도 잘 맞을까요. 저자의 베란다 정원에서 첫눈에 반한 친구는 아스파라거스 메이리예요. 통통한 여우 꼬리처럼 생겨 여우 꼬리라고도 부른대요. 바늘처럼 잎끝이 뾰족해 뻣뻣할 것 같지만 손으로 쓰윽 쓸어보면 정말 부드럽대요. 왠지 약해 보여서인지 가드너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친구라고 하네요. 마음 가는대로 아스파라거스 메이리 화분을 흙이 마르기 전에 물을 주고 햇빛이 부족할까봐 매일 햇빛을 따라 화분을 옮겨주었더니 줄기와 잎이 바짝 말라가더래요. 인터넷과 유튜브 검색을 통해 알아낸 원인은 사랑과 관심이 과했기 때문이래요. 뿌리에 물주머니가 있어서 물을 자주 주면 안 되는 반양지 식물인데 좋은 자리 준다고 햇빛 많은 곳에 둔 것이 탈이 된 거예요. 너무 강한 햇빛과 물 주는 것만 조심하면 키우기 쉬운 식물이래요. 자꾸 마음이 가는 식물이라도 사랑이 과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아스파라거스 메이리의 꽃말은 '변화가 없다'라고 하니 재미있네요. 여우 꼬리의 생김새마냥 고양이 같은 반려 식물이라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멋진 베란다 정원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네요. 무작정 욕심을 부려 식물을 들여놓기보다는 미리 식물 공부를 한 뒤에 나와 잘맞는 식물 친구를 맞이해야겠다는, 행복한 가드너의 조언 덕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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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선물이 될 때 푸른들녘 교육폴더 14
반은기 지음 / 푸른들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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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선물이 될 때》는 청소년과 부모를 위한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뭘까요.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제 경우는 아이들의 사춘기였어요. 천사 같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웃음과 말이 사라지고, 짜증이 늘기 시작할 때는 속으로 '왔구나!' 하면서 마음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그냥 지나가겠지, 약간 방관하는 태도가 통할 때도 있지만 늘 똑같진 않더라고요. 이미 겪어본 사춘기라고 해도 너무 오래 전 일이다보니, 부모 입장에서 사춘기 십대 청소년의 마음을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부모는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고 하잖아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도 같이 배우고 노력해야 좋아질 수 있어요.

제목에서 '갈등'이 등장한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반은기님이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평화와 갈등 전환학'을 전공한 평화교육전문가이자 대화디자이너이기 때문이에요. 청소년들이 직면하는 여러 문제들 속 갈등을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어요. 사실 이 조언은 부모들도 알아둬야 할 내용이에요. 사춘기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부모로서 어떤 도움과 지지를 해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십대 아이들에겐 나를 이해하는 방법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법, 친구와의 안전거리 두기, 학교에서 겪는 달등을 다루는 방법, 슬기로운 연애 생활을 위한 조언,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법, 학업 스트레스를 잘 풀고, 나만의 진로 찾기까지 청소년기의 고민들과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중간에 [속닥속닥] 코너는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의 질문과 답변이 나와 있어서 상담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어요.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진짜 고민했던 내용들을 공감하며 이야기해주는 방식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갈등이 생길까봐 무작정 두려워하기보다 관계를 성장시키는 기회로 여길 수 있도록 자신의 마음을 돌보면서 객관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어서 도움이 됐네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 갈등을 피하지 않고 다가간다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생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슬기롭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올바른 길라잡이를 만났네요.



"여러분, 도움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주변 사람들에게 요청하세요. 혼자 해결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지금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여러분 탓으로 몰고 가지 마세요. 내 마음이 힘들거나 슬픈 것은 내 잘못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사과할 일도 아니지요.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세요. 첫째, 나 자신을 이해해줘요.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고 나에게 공감하라는 뜻이지요. 청소년기는 뇌가 균형을 이루어가는 시기이므로 스트레스에 더 취약합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니 나도 모르게 화를 낼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은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반항하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화를 내고 있는 겁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하세요. 이렇게 자기 스스로에게 공감하는 연습을 하면 전두엽이 발달하게 되어, 뇌의 균형잡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둘째, 어른들과 소통하기 어려워지면 흔히 생존의 방식을 택하게 되는데요. 이때 각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1인칭 대화법을 시도해보세요. 서로의 말을 경청하게 되면 편도체가 편안해지면서 전두엽이 활성화됩니다. 마지막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해요. 구체적으로 내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표현하세요. 직접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내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모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발전할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기회가 됩니다." (24-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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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과학 공부 - 볼 것 많은 요즘 어른을 위해 핵심 요약한 과학 이야기
배대웅 지음 / 웨일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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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일까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일상의 풍경 속에서 누구나 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실감하고 있지만 그 편리함을 누리는 것과 과학의 본질을 아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은 복잡하고 어렵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과거에 비해 과학이 더욱 전문화되고 고도화되면서 대중과 과학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어요. 과학에 무관심한 과학 문맹이 늘어난다는 건 사이비과학과 괴담, 가짜뉴스, 음모론이 퍼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요. 과학기술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고, 과학기술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과학을 공부해야만 해요. 과학 없이는 불가능한 사회에서 우리에게 과학 공부는 필수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과학의 어떤 부분을, 어느 정도 공부해야 할까요. 바로 그 답을 알려주는 한 권의 책이 있네요.

《최소한의 과학 공부》는 기초과학연구원 IBS 에서 과학기술정책을 만들고 있는 배대웅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전형적인 문과생이지만 과학기술정책 업무를 해오면서 과학이 정책과 제도보다 교양과 문화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현대인의 필수교양지식으로서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처음엔 회사 업무로 시작한 과학 공부였는데 점차 과학이 정치, 경제, 철학, 문화와 상호작영하며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음을 알게 되었고, 왜 이제서야 이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나 싶었대요. 과학을 싫어했던 저자가 과학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면서 과학 공부의 유용함과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과학을 교양과 문화로서 즐길 수 있도록,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최소한의 과학 상식만을 쏙쏙 뽑아낸 핵심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굳이 다른 교양 과학책과의 차별점을 이야기하자면, 과학을 대하는 태도였던 것 같아요. 무조건 쉽게만 접근하려는 태도는 과학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거예요. 과학의 본질은 난해함이니, 그 과학의 난해함을 인정하는 것이 과학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본 거예요. 어려운 과학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어른들을 위한 과학 공부의 방법으로 '관계'를 제안하고 있어요. 나의 삶과 과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하고, 외부에서 관계를 통해 과학에 접근하기 위해 일종의 우회로인 네 가지 영역(의학, 정치, 경제, 철학)을 과학과 연관지어서 설명해주고 있어요. 의학 분야에서는 과학이 어떻게 인류의 무기가 되었는지, 해부학과 외고의사의 탄생, 마취제와 현대의학, X선과 영상의학, 페니실린과 제2차 세계대전, DNA와 유전 현상의 규명, 백신과 코로나19 극복을 다루고, 정치 분야에서는 권력과 상부상조하며 탄생한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며, 경제 분야에서는 인류를 풍요롭게 만든 위대한 과학의 순간들을 요약하여 정리해주네요. 마지막으로 철학 분야에서는 과학적 사유의 시작과 끝이 무엇인지, 지동설과 세계관의 전환, 기계론과 인간 - 자연 관계의 변화, 뉴턴역학과 결정론의 확립, 계몽주의 뉴턴의 후예들, 진화론과 경계를 넘는 과학, 진보사관과 역사의 과학화, 상대성이론과 아인슈타인의 20세기, 양자역학과 미시세계의 탐구를 다루고 있어요. 쭉 과학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과학적 원리가 우리 일상과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역사적으로 인류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난해함이라는 과학의 본질을 언급했지만 어쩐지 문과생만의 느낌을 풍기는 과학책이라서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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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시인수첩 시인선 80
이어진 지음 / 여우난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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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는 이어진 시집이자 시인수첩 시인선 여든 번째 책이에요.

이어진 시인은 1995년 등단 이후 8년 만에 첫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를 출간했고, 연이어 두 번째 시집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를 냈어요. 시를 쓰고 시집을 펴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 궁금증을 '시인의 말'로 들려주고 있어요.

"밤이 깊을 때까지 물속을 걸어다녔다 물이랑은 내 마음의 갈피를 어루만지며 차게 울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내 울음소리였다 나는 바닷물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내 손가락이 물속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5p)

어두컴컴한 바다를 걸어본 적이 있다면 파도치는 소리를 들어봤을 거예요. 슬프고 외로웠다면 그 소리가 울음소리처럼 들렸을 거예요. 내가 우는 것인지 파도가 치는 소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그곳에서 바닷물을 두 손으로 움켜잡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겠지요. 근데 시인은 손에서 바닷물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손가락이 조금씩 사라진다고 표현했네요. 나 자신이 바다가 되어버리고 마는...

시를 읽다보면 아하, 이런 마음이구나 저절로 알게 될 때가 있어요. 맞는지 틀리는지 따질 필요없이 그냥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서 시는 마음을 키워주는 좋은 씨앗인 것 같아요. <내재율>이라는 시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보면 눈 안에 솜털이 돋아요 봄과 여름 사이의 흘러가는 시간 위에 앉은 그네에 대하여 꽃들은 씨앗을 터트리지만요 나는 한장의 꽃잎도 갖지 못한 얼굴이랍니다 가끔 흘러가는 구름의 손을 끌어와 이불로 덮고 잠이 들기도 해요 어쩔 땐 그 속에서 무당벌레로 태어나기도 하죠 (···) 구름의 날개를 바라보면 온몸에 깃털이 돋아요 진실한 마음으로 손을 건네면 그 마음이 느껴질까요 나에 관해 말하자면 두둥실 흘러가는 내재율이에요" (74-75p)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인 운율이 무엇인지 꽃과 구름, 무당벌레가 되어 기분 좋은 꿈처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요. 요즘은 도통 좋은 꿈을 꾸지 못했는데, 시를 읽으면서 마음 한켠이 몽글몽글 간지러웠어요. 나른한 오후의 햇빛처럼 평온한 미소를 짓고 싶을 때, 이 시집을 읽으면 될 것 같아요. 물론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제게는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라는 시집 속 시들이 분홍빛 마음으로 느껴졌어요. 시를 써본 적은 없지만 "시를 쓰는 날엔 슬프고 기쁜 여행 같은 느낌의 날씨들이 나무들처럼 서 있고 했습니다." (137p)라는 말하는 시인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어요. 삭막하고 팍팍한 세상을 버텨내려면 우리에겐 시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이들수록 시를 읽게 되는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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