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리더의 법칙 - 세계 최상위 파일럿의 10가지 리더십 트레이닝
가이 스노드그라스 지음, 명선혜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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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에게 탑건은, 역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건>이 먼저 떠오를 거예요.

영화를 좋아하거나 톰 크루즈의 팬이라면 익숙한 단어지만 정작 탑건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탑건 리더의 법칙》는 가이 스노드르라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전 미국 해군 중령이자 F/A-18 전투기 조종사였고, 최정예 미 해군 파일럿을 양성하는 탑건의 교관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전략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국가 안보 및 외교정책 자문 기업인 디펜스 애널리틱스 CEO라고 하네요.

"탑건에서 얻은 교훈은 탑건을 떠난 이후에도, 특히 삶의 가장 힘든 시기와 앞날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변함없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7p)

이 책은 저자가 해군 장교, 전투기 조종사, 그리고 더 나은 리더로 거듭날 수 있었던 탑건에서의 시간과 교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어요. 우선 탑건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탄생했다고 볼 수 있어요. 베트남 전쟁 당시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 공군과 미 해군이 베트남 공군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9년 3월 3일 미국 해군 전투 무기 학교 United States Navy Fighter Weapons School 가 문을 열었고, 그 학교가 바로 대문자의 짧은 한 단어로 더 유명한 '탑건 TOPGUN' 이에요. 원래 정식 명칭이 있는데도 최고의 졸업생들에게 수여되던 탑건이란 호칭이 학교의 대외 명칭이 되고, 같은 제목의 영화가 흥행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거래요. 탑건 전략은 효과적이었고 베트남전 이후에도 그 위상이 꾸준히 높아졌어요. 설립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탑건은 세계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 배출을 목표로 미 해군부 산하의 해군과 해병대의 인재 육성을 담당하고 있어요. 탑건은 리더십이라는 자질을 가장 중요시하며, 이 리더십 훈련은 탑건에서의 첫날부터 시작된다고 하네요. 신기하게도 영화로 친숙해진 탑건처럼, 방송에서 군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대결을 펼치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군인 이미지가 새롭게 바뀌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탑건 리더십에 감탄하게 됐어요. 저자의 말처럼 탑건에서 깨달은 교훈들은 우리 인생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아요.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건 가치 있는 것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며, 우리의 성공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어요. 누군가의 최선이 주변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한 사람의 태도는 반드시 주변에 영향을 끼친다는 건 확실하니까, 나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화를 만드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탑건에서는 재능, 열정, 인성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교관 자격을 평가한다네. 재능, 당연히 필요하지. 자네는 그 재능을 갖췄네. 물론 우리와 함께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가야 하겠지. 그 다음으로 재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열정과 인성일세. 그동안 자네가 준비한 것은 평균 이상이었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 것이 느껴졌어. 또한 공중전에서 그렇게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리핑에서는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했지. 속이거나 변명하려 하지 않고 말이야. 전 세계에서 가장 재능 있는 전투기 조종사가 된다고 한들 전술에 열정적이지 않고 대인관계도 안 좋다면, 음, 그 누구도 결코 교관으로서 존경받지 못할 걸세. 반드시 기억하게. 그 누구도 매번 승리하지는 못해.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를 얻는 거야." (43-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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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여전히 - 안녕 폼페야!
조수빈 지음, 서세찬 그림 / 하움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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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여전히》는 "안녕 폼페야!"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에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던 폼페의 정체는 희소 난치성 근육질환인 폼페병이에요. 이 병명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 그만큼 희소한 병이라 우리나라 전국을 통틀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폼페병을 진단받은 환자가 15명 정도라고 하네요. 저자는 태어날 때부터 원인 모를 발달 지연과 심장 문제, 백내장 등을 겪다가 폼페병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열여덟 살이 된 지금까지 장애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장애라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되는 단어라고 이야기하네요. 걷는 것은 고사하고 자가 호흡도 못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지만 꿋꿋하게 '나는 장애아가 아니다!'라는 소신을 밀고 나가는 밝고 행복한 소녀로서 자기 또래의 투병기를 다룬 책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쉬워서 본인이 직접 책을 쓰게 되었대요. 누가 뭐래도 환자의 마음은 환자의 입장이 아니면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생생한 투병기를 통해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또래 환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었대요.

폼페병은 분명 반갑지 않은 존재지만 완치라는 게 없는 병이라 한번 발병하면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걸 알고 난 뒤에는 운명이려니 받아들였는데 뜻대로 안 될 때가 많아서 그럴 때마다 정신을 다잡으며 최대한 노력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지난 몇 년간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아냈는데 그건 바로 '사람들 시선에 위축되는 것이야말로 나의 장애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 (124p)이라고, 그래서 누가 보든 말든 내 모습에 당당해지려고 어깨를 폈고,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나는 장애인이 아니야. 그냥 몸이 조금 불편한 것뿐이야. 다른 아이들하고 조금 다른 거지 이상할 거 하나도 없어!'라고 생각하게 되었대요. 사람들의 시선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아마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시선이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거라고 하네요. 뚫어져라 쳐다보지 말고, 그렇다고 못 본 척하지도 말고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라는 거예요. 저자처럼 기계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중증장애인을 만나면 너무 놀라지 말아달라고, 장애인은 이상하거나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조금 다른 존재로 바라봐달라고 당부하네요. 우리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편안하게 어울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해요. 여전히 장애인을 포함한 노약자들이 다니기엔 불편하고 위험한 게 현실인지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 같아요. 언제쯤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의 문제를 동등한 시민의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할지, 많이 답답하네요. 암튼 힘든 와중에도 감사하며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조수빈의 인생 성장기를 보면서 사랑의 힘을 느꼈어요. 밝고 명랑하게 잘 자란 수빈에게는 따스한 사랑을 듬뿍 주는 부모님이 곁에 계시듯, 사랑으로 이겨내지 못할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씩씩하고 당당하게 나다운 삶을 살고 있는 저자를 진심으로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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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
고경숙 지음 / 해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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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어머니들의 강인한 모성과 사랑으로 키우는 지혜를 배우는 책이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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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
고경숙 지음 / 해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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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뭉클해져요.

나이들수록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점점 더 애틋해지더라고요.

《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 》는 우리 시대의 큰 인물들을 키워낸 어머니를 다룬 책이에요.

책 표지를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 옆에 나란히 어머니 사진이 있어요. 탤런트 최불암의 어머니 이명숙, 출판인 조우제의 어머니 홍정애, 작가 이병주의 어머니 김수조, 작가 박완서의 어머니 홍기숙, 파이프오르가니스트 곽동순의 어머니 이영옥, 영문학자 나영균과 화가 나희균의 어머니 배숙경, 언론인 조경희의 어머니 윤의화, 바이올리니스 김남윤의 어머니 정경선, 수영선수 조오련의 어머니 김용자, 농구선수 박찬숙의 어머니 김순봉.

이 책은 한국 사회의 각 분야에서 자신을 빛낸 열 분과 그 어머니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자는 월간 <여성동아>의 청탁을 받고 1977년 2월부터 1978년 11월까지 당시 한국 명사들의 어머니를 찾아 「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했는데 그 내용을 2024년 책으로 펴낸 거예요. 세월이 흘러 시대가 바뀌었어도 자식을 올곧게 키워내는 어머니의 지혜와 가르침은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살아가시는 자세를 저는 참 좋아합니다. 맹목적으로 돈을 모은다든지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시는 것이 아니죠. 늘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면서 남을 돕고 계셔요. 생활이 안정됐을 때나 불안했을 때나 사시는 모습에 아무 다른 점이 없어요. 저도 늘 그것을 배우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어머닌 아주 냉정한 분이죠. 그러면서도 없는 사람, 약한 사람들에겐 너무도 자애로우셔요. 저희들은 도저히 흉내를 낼 수가 없습니다. (··· ) 그 시절 입을 꼭 다무시고 무엇이든지 해내시던 어머님의 모습은 죽을 때까지 제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 (42-44p)

이 세상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아들 최불암이 자기를 낳아 보살펴준 어머니 이명숙을 가리켜 한 말인데, 이 인터뷰가 있고 9년 뒤, 이명숙 여사가 별세하여 유품을 정리하다가 라면 상자 가득 담긴 외상 장부를 보고 어머니에게 빚을 진 사람들이 그리 많은 데 놀랐었다고 하네요. 국민배우가 된 최불암 씨는 어느덧 80대를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다정다감한 한국인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건 다 어머니의 덕이 아닌가 싶어요.

"세상의 부모 가운데는 토마토를 기르듯이 자식을 기르는 부모와 거목을 돌보듯이 자식을 기르는 부모가 있어요.

가는 줄기를 받침대로 받쳐주고 열매를 맺게 하여 받침대 없이는 한시도 살지 못하는 토마토처럼 나약한 인생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책임이라고 봐요. 때로는 냉정하고 무관심할 줄 알아야 사람은 맘껏 거목처럼 클 수 있어요." (70-71p) 작가 이병주는 자신을 기른 어머니의 대륙적 여인상을 한마디로 쏙 들어오게 묘사했는데,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 TV에서 보아온 명사의 모습이 한그루의 나무나 식물의 열매에 해당한다면 어머니는 뿌리라고 볼 수 있어요. 땅 밑에 감춰진 뿌리, 새삼 그 뿌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네요. 깊이 굳건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뿌리가 되어준 어머니, 그 존재만으로도 자식에겐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어머니 세대가 우리에게 해주셨던 역할을 이제 나 자신이 딸에게 베풀어야 할 차례예요.

우리 어머니 세대는 자기 몫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자식에게 주는 희생적인 모정의 세대였죠. 그러나 지금 세대의 딸들은 그러기를 바라지 않을 거예요. 인생의 친구가 되어주는 엄마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슬플 때 달려가 함께 울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대화자가 될 수 있는 엄마 말예요. 때때로 나는 엄마에게 매달려 울고 싶어지곤 했어요. 그러나 당신의 슬픔만으로도 힘겨운 엄마에게 그럴 순 없더군요. 우리 엄만 내 불해을 모르셔야 해요······." (162p) 언론인 조경희의 어머니 윤의화 여사는 슬픔을 삼키고 운명을 지켜낸 분이기에 딸 역시 굳은 심지를 닮아가고 있어요. 아낌 없이 모든 걸 내어주던 옛 어머니들은 자신의 이름 석 자도 잊은 채 사셨기에 이제는 그 이름을 불러드리고 싶네요. 이 책의 어머니들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훌륭한 어머니들을 통해 강인한 모성과 사랑으로 키우는 지혜를 배웠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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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은 오는데
백영옥 지음 / 밥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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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서울의 봄'은 그렇게 끝났다."

영화 <서울의 봄> 에서 마지막 장면과 함께 나오는 이 자막을 보면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아마 많은 이들이 우리의 현대사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을 거예요. 영화 말미에 반란군의 단체사진 촬영신에서 반란군들의 이후 행적과 이력들은 창작이 아니라 실제 모티브가 된 인물들의 이력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알게 모르게 그들은 정부 고위직, 국회의원을 두루 거치며 잘 먹고 잘 살았는데, 반란을 막으려 했던 군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이말로 끝까지 군인의 본분을 다했음에도 짓밟히고 말았네요.

반란군에 맞섰던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강제 전역을 당한 뒤 전두환이 아직 대통령이던 1987년 11월 기자회견에서 "12·12는 지휘계통을 무시한 하극상"이었다고 규정하며 진상규명을 외쳤는데, 갑자기 실종됐고 5개월 뒤 경기도 양주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나 수사기관은 자살로 결론을 내렸어요. 정병주 전 사령관을 체포하려던 반란군에 맞서다 총에 맞은 김오랑 중령은 숨졌는데, 김 중령의 부인 백영옥은 그 충격으로 시력을 잃었으며 1990년 전두환·노태우 등 반란 주범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 준비에 나섰는데 소송 포기 협박에 시달리다 5개월 뒤 자택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어요. 경찰은 백영옥이 한 번도 혼자 올라가 본 적이 없는 옥상에서 실족사했고 사건의 목격자는 없다고 발표했어요. 국립묘지에 김오랑과 합장되었어야 할 백영옥의 유골은 영락공원 무연고 납골함에 10년간 보관되었다가 산골 터에 뿌려져 이젠 흔적도 찾을 수 없다고 하네요.

영화에서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는 반란군을 막아선 오진호 소령(정해인 분)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김오랑 중령이에요.

《그래도 봄은 오는데》는 김오랑 중령 아내 백영옥의 자전적 에세이예요.

"깜깜한 절벽만이 눈앞에 보이는 나에게도 봄은 용하게 찾아왔다." (4p) 라고 저자는 1988년 4월 서문을 썼지만 당시12·12 반란 세력의 탄압으로 세상에 나오지 못했는데 드디어 35년 만에 재출간되었다는 것도 이제 알게 됐어요.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진실을 덮으려는 자, 그것은 기억하려는 자와 기억마저도 조작하고 없애려는 자의 싸움인데 국민들이 읽고 기억하지 않는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어찌보면 겨우 책 한 권일 뿐인데, 그들은 무엇이 두려워서 책의 배포를 막았을까요. 이 책은 세상에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결국 출간되었고 우리는 12 ·12 반란과 그에 맞선 김오랑의 죽음을 알게 되었어요. 김오랑을 사살한 박종규 중령은 김오랑 중령과 가까운 선후배 사이였고 관사에서도 위아래층에 살던 이웃이었으며 12·12 군사반란이 발발하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부동반으로 저녁식사를 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다는 게 더 충격적이네요. 그를 찾아가 따졌던 일화가 책 속에 나오는데 박 중령은 자신도 작전 때 엄지손가락을 다쳤다면 손가락을 들이밀더래요. 자기가 쏜 총탄에 죽은 사람도 있는데 총을 겨눈 손가락 하나 다친 게 더 중요한 듯 굴다니 참으로 역겨운 일이네요. 불의한 권력에 편승해 사익을 얻어낸 비굴한 족속들이 더 이상 활개를 칠 수 없도록, 이제는 우리가 막아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저자는 불교에 귀의해 하루하루 사랑을 베풀며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았건만 그들은 아니었네요. 1990년 12월 백영옥은 노무현·장기욱 변호사를 통해 신군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는데 그때부터 보안사, 안기부(현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감시와 압력을 받았고, 1991년 6월 28일 밤, 전두환·노태우·최세창·박종규 등에 대한 민사소송 직전에 사망했어요. 그녀는 떠났지만 그녀의 책은 여기, 우리 곁에 남았네요. 계절은 돌아오지만 서울의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스님은 사람의 시신을 태울 때 가장 오래 타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내게 물어 오셨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 

스님은 바로 '심장'이라고 하시며 '백 보살도 가슴으로 살아가십시오'라고 말씀하셨다.

가슴으로 산다는 일, 순간 남편의 얼굴을 직접 못 봤지만 사령관실에서 붉은 피를 쏟았을 그이의 심장이 떠올랐다. 무서웠다. 그러나 스님 말씀대로 나의 남편이 가슴으로 살다 갔다는 생각과 그 심장의 피를 다 쏟아 놓으면서까지 올바른 자신을 지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종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죽는다는 것이 우리 인간에게 고통과 절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 밑바닥에 뭔가 꿈틀거리는 의식들이 금방 잡힐 것 같은 기분이었다." (1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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