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리카 산체스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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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회복력이란 고결한 특성이라기보다는 억압받으며 강요당하는 삶의 방식이다.

적응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그렇다 해도 우리의 삶이 단순하게 그려져서는 안 된다.

사회적 편견에 뒤덮여 있다 해도 우리의 이야기는 중요하다." (7-8p)

《망가지기 쉬운 영혼들》은 에리카 산체스의 이야기예요.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돌지만 우리를 사로잡는 건 가짜가 아닌 진짜 삶에 관한 것들이었고, 이 책은 저자의 연약한 민낯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진솔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어요. 멕시코 이주노동자의 딸로 태어난 에리카 산체스는 자신이 대수롭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자랐고 작가가 되어 세계를 누비고 싶었지만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요. 유색인 이민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무시, 폭력을 당하면서 어떻게 버텨내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갔는지, 그 모든 과정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에리카 산체스라는 사람이 세상과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해해왔는지를 담아낸 내용이에요. 스스로 최악이라고 여기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극적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잘못된 편견과 차별에 맞서 조금씩 용기를 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네요.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와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인생에는 결정적인 시기가 반드시 찾아오는 것 같아요. 실수와 실패 뒤이은 좌절과 우울은 끝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 같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터널 밖으로 나오게 되고,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어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인생이 바뀌는 거죠. 삶의 행복을 누리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거쳤지만 중요한 건 현재 포근하고 사랑받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거예요. 저자는 사랑하는 남편과 세 아이, 성질 사나운 고양이 한 마리, 바보 같은 개 한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고, 그토록 바라던 대로 가르치고 쓰고 여행하는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해요. 여전히 세상은 인종차별이 존재하지만 이에 맞설 수 있는 당당한 '나'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바꿀 수 있고 변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자의 진솔한 고백 덕분에 우리 모두는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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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창자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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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 4일째, 이 나라에서는 이상 사태가 이어지는 중이었다.

이전에는 큰 뉴스가 될 법한 흉악 범죄가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센다이 시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어린 아이들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범인은 불명. 세상은 조금씩 사람이 아닌 것들에게 침식당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명백한 이변에 정부나 경찰이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140p)


《명탐정의 창자》라는 소설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독자라고 해도 전혀 낯설지 않은 내용일 거예요. 흉악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 끔찍한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저건 인간이 한 짓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보이지 않는 귀신이나 유령보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더 무서워요. 인간의 탈을 쓰고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

이 책의 첫 장에는 <기록> 으로 일곱 개의 사건 개요가 나와 있어요. 1932년 3월 7일 다마노이케 토막 살인사건, 1936년 야에 사다 사건, 1938년 쓰케야마 사건, 1948년 1월 27일 세이긴도 사건, 1944년부터 1948년까지 쓰바키 산부인과 사건, 1979년 1월 26일 요쓰바 은행 인질사건, 1985년 농약 콜라 사건인데, 놀랍게도 이 사건들은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 일본에서 벌어진 엽기 사건이며, 일본범죄총람에서 발췌한 내용이라고 해요. 이 소설에서는 우라노 탐정사무소 소장인 우라노 큐와 그의 조수인 하라다 와타루가 마치 홈즈와 왓슨처럼 등장하는데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펼쳐지네요. 앞서 소개한 실제 사건이 도대체 현재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었는데 조금씩 그 전말이 밝혀지는데, 시라이 모도유키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입장이라 적응하는 데 살짝 시간이 걸렸네요. 우라노가 의뢰를 받은 기지타니 마을 부근인 간노지 화재 사건에 와타루를 혼자 놔두고 갈 때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소설의 제목이 등장인물의 대사로 등장할 때는 기겁했네요. 일본어로 창자는 '히라와타'로 주인공 하라다 와타루의 별명과 같다는 것도 작가의 기발한 설정이겠지요. 아참, 책 표지에 도끼를 든 실루엣이 뭔가 궁금했는데 쓰케야마 사건을 가리키는 힌트였네요. 범인은 도끼로 피해자의 목을 잘랐거든요. 살인자와 피해자의 관계, 사건 내막을 알수록 소름이 돋는데 과거 비극적인 사건이 현재 이곳에서 다시 일어난다면, 그건 말문이 막힐 정도로 공포스러운 일이네요. 시라이 모도유키 작가님의 소설은 지뢰밭을 걷는 느낌이랄까요, 그만큼 놀랍고 충격적인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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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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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는 추리소설가이자 추리문학 평론가인 백휴 님의 책이에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추리소설을 통해 철학적 사유로 이끌고 있어요. 그 시작은 '추리소설 = 오락소설'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철학함'의 시각으로 이해하는 거예요. 어쩌다가 추리소설에 가벼운 오락거리로 치부된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세대의 인식은 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깊이 있게 탐색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애드거 앨런 포와 보르헤스, 애거서 크리스티나와 니체, 레이드먼드 챈들러와 사르트르, 줄리아 크리스테바, 움베르트 에코, 폴 오스터, 히가시노 게이고와 마루야마 마사오, 류성희와 한나 아렌트, 서미애와 칸트, 황세연과 슬라보예 지젝, 정유정과 조르조 아감벤, 최인훈과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등 추리소설가와 철학가의 조합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딱 잘라서 처음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인식하게 된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에요. 단순히 사건의 범인을 쫓는 게 아니라 사건이 벌어진 상황과 인물 간의 관계, 인물의 특성이 갖는 의미를 파고들게 됐던 것 같아요. 저자는 본격이 모더니즘을 대변한다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이론 투쟁이 추리소설 내에서 사회파와 본격파로 편을 갈라 싸움을 못할 것도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굳이 싸움을 붙이지 않아도 독자들의 내면에서는 이미 사상적 대립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정유정 작가님은 우리에게 악인이란 무엇인지, 상당한 논쟁거리를 던져주고 있어요. 악 혹은 악인은 나쁜 것이니 교화하거나 처벌하거나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넘어 한 걸음 더 진전시킨 이야기를 통해 생존의 방식을 고민하게 만드네요. 정유정 작가는 범죄 스릴러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추리소설과 자신의 소설 사이에 분명한 경계선을 긋고 있는데, "나는 소설의 종류를 크게 둘로 나눈다. 하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 다른 하나는 경험을 하게 하는 소설." (314p) 이라고 하면서 추리소설은 전자에 속하고 독자의 정서에 호소하는 자기 소설은 후자에 속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사실 제 개인적으로는 소설의 종류를 나누는 게 몹시 불편하다고 느꼈는데 그건 저한테는 장르 구분이 무의미하기 때문이에요. 똑같은 책도 독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될 수 있으니까, 책에 담긴 내용과 의미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는 문학작품의 즐거움을 몇 배로 늘려주는 색다른 사색의 시간을 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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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가·건물에 어떤 업종이 적합할까? - 상가 공실 해소 전략
박균우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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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과 상가의 트렌드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요.

분양가와 임대가 상승에 과도한 상가 공급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겹쳐지면서 상가 공실이 늘어나고 있어요. 상가 시행을 준비하거나 매수를 염두에 둔 투자자라면 전문가의 인사이트가 반드시 필요해요. 어떻게 상권과 상가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을까요.

《내 상가 · 건물에 어떤 직종이 적합할까?》는 25년 베테랑 상권 분석 전문가의 책이에요.

저자는 지역 금융기관 본점, 지점 신규 설치, 점포 재배치에 대한 상권 분석 컨설팅을 꾸준히 해왔고, 기업과 상가 시행사, 개원의, 상가 투자자, 창업자를 대상으로 상권 및 입지 분석에 대한 강의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해요.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상권 역사와 트렌드를 살펴보고, 상가, 건물의 취득 목적에 따라 시장 가치를 평가하고 따져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상권 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상가 투자나 자영업 창업을 하는 경우 상권이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정확히 분석해야만 실패하지 않기 때문인데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취득하거나 신축한 상가에 있어서도 매수나 신축 준비 단계에서 상권 조사를 통해 업종과 아이템을 결정해야 성공적 투자가 가능해요. 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나라 상권의 경우는 상권 분석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작업이 도시 상권 구조의 이해이며, 단순히 배후 인구의 규모와 질, 중심 상권이 어디인지, 경쟁점은 얼마나 많은지 등을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도시 인구들이 어떻게 이동하고 집중하는지, 선택 상권과 경쟁을 하는 인접 상권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하네요. MD 구성을 위한 상권 분석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구체적인 사례들이 나와 있어서 상권 경쟁력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알 수 있어요. 상가 MD 구성 계획은 상가, 건물에 상권과 상가 환경에 맞게 어떤 업종을 유치할 것인지 세우는 기본 계획인데 이 계획에 맞게 유치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MD 구성 계획의 성공이 좌우된다고 하네요. 현장 상권 분석가의 관점에서 중요한 부분들이 알려주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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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리더의 법칙 - 세계 최상위 파일럿의 10가지 리더십 트레이닝
가이 스노드그라스 지음, 명선혜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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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에게 탑건은, 역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건>이 먼저 떠오를 거예요.

영화를 좋아하거나 톰 크루즈의 팬이라면 익숙한 단어지만 정작 탑건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탑건 리더의 법칙》는 가이 스노드르라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전 미국 해군 중령이자 F/A-18 전투기 조종사였고, 최정예 미 해군 파일럿을 양성하는 탑건의 교관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전략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국가 안보 및 외교정책 자문 기업인 디펜스 애널리틱스 CEO라고 하네요.

"탑건에서 얻은 교훈은 탑건을 떠난 이후에도, 특히 삶의 가장 힘든 시기와 앞날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변함없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7p)

이 책은 저자가 해군 장교, 전투기 조종사, 그리고 더 나은 리더로 거듭날 수 있었던 탑건에서의 시간과 교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어요. 우선 탑건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탄생했다고 볼 수 있어요. 베트남 전쟁 당시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 공군과 미 해군이 베트남 공군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9년 3월 3일 미국 해군 전투 무기 학교 United States Navy Fighter Weapons School 가 문을 열었고, 그 학교가 바로 대문자의 짧은 한 단어로 더 유명한 '탑건 TOPGUN' 이에요. 원래 정식 명칭이 있는데도 최고의 졸업생들에게 수여되던 탑건이란 호칭이 학교의 대외 명칭이 되고, 같은 제목의 영화가 흥행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거래요. 탑건 전략은 효과적이었고 베트남전 이후에도 그 위상이 꾸준히 높아졌어요. 설립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탑건은 세계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 배출을 목표로 미 해군부 산하의 해군과 해병대의 인재 육성을 담당하고 있어요. 탑건은 리더십이라는 자질을 가장 중요시하며, 이 리더십 훈련은 탑건에서의 첫날부터 시작된다고 하네요. 신기하게도 영화로 친숙해진 탑건처럼, 방송에서 군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대결을 펼치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군인 이미지가 새롭게 바뀌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탑건 리더십에 감탄하게 됐어요. 저자의 말처럼 탑건에서 깨달은 교훈들은 우리 인생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아요.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건 가치 있는 것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며, 우리의 성공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어요. 누군가의 최선이 주변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한 사람의 태도는 반드시 주변에 영향을 끼친다는 건 확실하니까, 나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화를 만드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탑건에서는 재능, 열정, 인성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교관 자격을 평가한다네. 재능, 당연히 필요하지. 자네는 그 재능을 갖췄네. 물론 우리와 함께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가야 하겠지. 그 다음으로 재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열정과 인성일세. 그동안 자네가 준비한 것은 평균 이상이었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 것이 느껴졌어. 또한 공중전에서 그렇게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리핑에서는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했지. 속이거나 변명하려 하지 않고 말이야. 전 세계에서 가장 재능 있는 전투기 조종사가 된다고 한들 전술에 열정적이지 않고 대인관계도 안 좋다면, 음, 그 누구도 결코 교관으로서 존경받지 못할 걸세. 반드시 기억하게. 그 누구도 매번 승리하지는 못해.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를 얻는 거야." (43-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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