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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평점 :
《우리 몫의 밤》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작품은 2019년 출간 직후 스페인어권 최고의 문학상인 에랄데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스페인문학상 켈빈505상과 셀시우스상을 받았으며 2022년에는 프랑스와 스위스 문학상 최종 후부에 올라 세계 각국 문단의 극찬을 받았고, 애플TV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고 해요. 사실 문학상 수상작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일단 읽으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어요. 찬사를 받는 작품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1권에서는 불안해보이는 아버지 후안과 여섯 살짜리 아들 가스파르의 모습으로 시작되네요. 도대체 두 사람에게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신전, 수호신, 주술 등 뭔가 심상치 않은 단어들이 등장하면서 후안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요. 오컬트 장르라고 하면 미국 공포영화 몇 편이 떠오를 정도로 고정화된 이미지가 있는데,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라틴아메리카의 오컬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네요.
"로사리오는 과라니족의 전통을 이야기해 주곤 했다. 그들은 죽은 자들을 진흙으로 빚은 솥에 넣어 집 안처럼 가까운 곳에 보관한다. 때가 되면 생명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시장이나 길가에서 팔곤 하는, 위험성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갈대를 손으로 직접 엮어 만든 소쿠리에 담아 보관하기도 한다. 사체는 거기서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있게 된다. 그 후 가족은 백골을 수습하여 씻은 뒤 나무 보관함 안에 담는다. 그 오래된 판잣집들에서는 악취가 진동하리라. 로사리오의 말에 따르면, 몇몇 복음 전파 사제들이 이 뼈 숭배 신당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록을 남겼다고 했다. 두 개의 기둥 사이로 펼쳐진 그물 또는 해먹에 걸려 있는 해골.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그 신당들의 사제는 그 뼈가 악마의 뼈라고, 말을 걸어온다고 했다고 한다." (97p)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은 그걸 믿는 사람들 안에서 강력한 힘을 지니는 것 같아요. 특정 지역이나 부족마다 독특한 세계관이 존재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거죠. 어둠의 신을 숭배하는 기사단과 어둠의 신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영매라니, 뭔가 낯설고도 익숙한 이 느낌은 뭘까 싶었는데 요즘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호러 오컬트 장르의 작품들을 자주 접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때,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공포스러운 것 같아요.
"누구예요, 아빠?"
아이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놀란 건 후안이었다.
가스파르는 악마를 보고 있었다.
... 후안은 가스파르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었다.
더는 보지마, 아이에게 말했다. 날 끌어안아. (140p)
섬뜩한 장면이었어요. 아들이 악마를 보다니, 후안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꼬여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쫓고 쫓기는 긴장감과 형언할 수 없는 공포의 존재로 인해 심장이 쪼여드는 느낌이었어요. 과연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그들로부터의 탈출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