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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의 재산 - 친일이라는 이름 뒤의 ‘돈’과 ‘땅’, 그들은 과연 자산을 얼마나 불렸을까
김종성 지음 / 북피움 / 2024년 8월
평점 :
역사를 거꾸로 돌리다 못해 엎어버린 정부,
요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요. 일본이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펼 때, 이에 맞서 항의하는 정부가 부재하다는 사실. 놀랍게도 친일파 후손인가 싶은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와 고위 공직자로 임명되는 사태, 이것은 친일파 적폐청산 실패가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제라도 하나하나 친일재산으로 기득권, 보수세력이 된 친일파들을 발본색원해야 할 적기가 아닐까 싶네요.
《친일파의 재산》은 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성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친일파를 "일본제국주의의 한국 침략에 편승해 이에 부역하는 행위를 하거나 지위를 차지해 한국의 자주·독립을 방해한 자들" (5p)라고 정의하면서, 친일에 관한 오해 중 하나인 '친일은 부득이했다'는 논리가 완전히 틀렸다는 점을 밝히고 있어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친일파들은 일제의 강요로 억지로 친일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첫 장에는 『순종 황제 서북순행 사진첩』 에 실려 있는 사진이 나와 있어요. 1909년 2월 4일 창덕궁 인정전 앞에서 기념촬영한 것으로 가운데 순종을 기준으로 왼쪽에 이토 히로부미, 이완요, 임선준, 고영희, 송병준, 박제순이고, 오른쪽으로 이재각, 민병석, 이재구, 조중응, 김윤식, 이지용, 조민희, 고희성, 뒤에 오른쪽은 이병무, 왼쪽은 윤덕영이에요. 공교롭게도 순종이 중앙이라 접혀서 반쪽만 드러나 있네요. 다음 장에는 친일파 30인의 생몰 연대표가 생년 순으로 나와 있는데 다들 호위호식하며 오래 살았음을 보여주네요. 굳이 친일파의 행적과 그들이 어떻게 얼마나 자산을 불렸는지,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왜 친일재산이 중요할까요. 그건 친일재산이 친일파 그룹이 반세기 넘게 일본과 제휴하며 한국 민중을 억압하고 그 속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해방 이후에도 일본은 신친일파 양성을 위해 한국 유학생 중 유망한 인재를 선정해 장학금과 생활비를 주면서 일본에 우호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작업을 했다는데,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발언을 한 인물 역시 그동안 꾸준히 논문과 칼럼을 통해 일본의 마음을 대변해왔고 일본에서 선정하는 차세대 지도자상을 받았다고 하니 모든 게 맞아떨어지네요. 1888년 처음 제정된 일본 훈장인 보관장은 원래 황족 여성이나 황실의 며느리에게 수여됐던 매우 특수한 훈장이며, 일본 보관장을 받은 한국 여성은 고종의 형인 이재면의 부인, 순종의 부인인 순정효황후, 영친왕의 부인인 일본인 이방자, 이준용(흥선대원군의 적장손)의 부인, 의친왕 이강의 부인, 을사오적 이지용의 부인 이옥경이 훈장을 받았다고 해요. 이들 여섯 명은 대한제국 황실인 이씨 집안의 며느리들이지만 유일하게 다른 가문의 며느리가 바로 박의병의 부인 유주경이라고 해요. 이 훈장은 여성 자신이 뭔가를 해서 받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황족 신분이라서 받는 훈장인데 어떻게 일반인의 아내가 보관장을 받았을까요. 그건 박의병의 친일 행각이 반인륜적이라는 데에 방점이 있어요. 일제를 위해 조직폭력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어 철원 갑부가 됐는데 그 재산을 놓고 자녀들끼리 서로 갖겠다고 싸움을 벌였고, 첩으로 들어간 유주경의 아들이 재산을 차지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하네요. 사실 이 책을 읽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이미 속에서 열불이 나는데 기름을 끼얹는 격이랄까요. 그럼에도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친일파들이기에, 친일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전 국민이 읽어야 할 책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