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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클래식 보물창고 15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2월
평점 :
오래 전 <데미안>을 읽었다. 연극으로 본 적도 있다. 그런데 <데미안>을 떠올리면 희한하게도 하나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면서 느낀 묘한 끌림처럼 그냥 동시다발적인 감각으로 흡수되었던 것 같다. 처음 데미안을 읽었을 때는 십대였다. 아프락사스는 마치 해리포터의 마법처럼 느낄 때였고 무엇을 제대로 이해했는지조차 몰랐던 것 같다.
'새는 알 밖으로 나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이 글귀는 <데미안>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부분이다. 굉장히 상징적인 표현이 현실적으로도 절묘하게 맞아들어간다고만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십년이 지난 지금, <데미안>을 다시 읽었다. 마치 <데미안>의 도입부처럼 싱클레어가 되어 과거 유년 시절을 거슬러 추억하는 느낌이 들었다. 데미안은 불멸의 인간처럼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데미안에게는 세월의 변화가 무색할 지경이다. 어쩌면 <데미안>은 수많은 싱클레어들을 위해 존재하는 상징적 존재가 아닐까.
"내 가슴 속에서 왈칵 치솟는 그 어떤 것,
나는 오로지 그것을 따라 살려고 애쓰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왜 그토록 어려웠던 것일까?"
<데미안>의 첫 문장이다. 책마다 번역이 다르기 때문에 전해지는 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어찌되었건 이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내 가슴 속에도 왈칵 치솟는 그 무엇을 느꼈다.
프란츠 크로머로부터 구원해준 데미안, 데미안과 너무도 닮은 피스토리우스, 그리고 크로머와는 완전 상반된 크나우어. 데미안의 엄마, 에바 부인.
싱클레어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등장시킨 인물들은 몇 안 된다. 결국 <데미안>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피스토리우스와 싱클레어가 나눈 대화 중에서 날아가는 꿈에 대한 부분이 있다. 고작 꿈일 뿐인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중에서 날고 있다는 느낌이 불안해서 날기를 포기한다고. 피스토리우스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날고 , 날면서 놀라운 자기 자신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보니 알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유쾌하거나 달콤하지 않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 나란 존재는 단 한 명뿐이며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유일하다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
책 표지가 빈센트 반 고흐의 <활짝 핀 아몬드 나무>다. 파스텔톤의 하늘빛과 연두빛이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과거를 떠올릴 만한 세월이 흐르고, 다시 <데미안>을 만나니 새롭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