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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스 콜링 1 ㅣ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 1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12월
평점 :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대중이 품은 기대치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부정적인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조앤 K. 롤링이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가명으로 출간한 <쿠쿠스 콜링>이 우리나라에서는 노란 띠지로 "<해리포터> 조앤 K. 롤링 -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가명으로 호평받은 화제작"이라는 문구로 홍보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긴 해도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가명으로 만날 기회를 줘야 되는 게 아닌지.
중요한 건 <쿠쿠스 콜링>은 <캐주얼 베이컨시>와는 달랐다는 점이다. 가명을 쓸 만큼 <해리포터>의 이미지를 지우려 했던 작가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그냥 우리가 모르는 어떤 작가의 소설책을 읽을 때는 전혀 기대없이 읽게 된다. 노란 띠지와 책표지 안쪽에 친절하게 로버트 갤브레이스가 조앤 K. 롤링의 가명이라고 적혀있기는 해도 이번만큼은 아무런 기대없이 읽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더이상 해리포터는 떠오르지 않는다.
<쿠쿠스 콜링>은 룰라 랜드리라는 유명 모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시작된다. 경찰에서는 자살로 결론을 냈지만 룰라의 의붓오빠 존 브리스토는 사립탐정 스트라이크에게 동생의 죽음에 대해 의뢰한다. 사립탐정 스트라이크는 애인 샬럿과 헤어지는 장면을 비서일을 하려고 온 로빈에게 들키고 어떨결에 로빈은 스트라이크의 비서가 된다.
룰라 랜드리라는 유명 모델이자 스타인 그녀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경찰도 아니고 사립탐정인 스트라이크는 의뢰인이 원하는 내용만 알아내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스트라이크와 로빈의 활약이 너무 뛰어났던 것 같다. 이미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그녀를 알고 지냈던 주변 사람들의 말을 통해 룰라 랜드리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유추하게 된다.
대중이 부러워하는 인기와 부를 누리던 유명스타는 행복할까?
룰라 랜드리는 흑인이지만 아기때는 백인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부유한 집안에 입양되어 과보호 속에 자라다가 남다른 외모 덕분에 모델이 되어 유명해진다. 자신의 친부모를 찾고 싶어하지만 진짜 엄마는 실망스러운 여자였고 자신과의 만남을 돈벌이로 여긴다. 항상 파파라치와 도청에 시달리다보니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지경에 이른다. 그래서 룰라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자살일 거라고 짐작한다.
그녀의 죽음을 조사하는 사립탐정 스트라이크 역시 과거 유명스타였던 조니 로커비의 아들이다. 친엄마와 정식으로 결혼한 적 없는 유명스타 아빠의 존재가 그에겐 족쇄였던 것 같다. 사람들은 그에게 조니 로커비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놓고 가만두지 않는다. 그러니 유명 스타였던 룰라는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 백인 양부모 밑에서 자랐던 룰라가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알고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대중들에게는 그저 한낱 이야기거리였을테니까.
룰라는 절친한 디자이너 기 소메한테 쿠쿠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떠나는 뻐꾸기와 가짜 어미새의 품에서 자라는 새끼 뻐꾸기처럼 룰라는 입양된 가정에서 서로 겉돌며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쿠쿠스 콜링, 언제가 마지막 순간이 될 줄 모르고 오늘을 사는 우리지만 지금 누군가에게 거는 전화가 마지막이라면 누구에게 전화를 할까?
스트라이크와 로빈, 룰라와 그녀의 주변인물들을 통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펼쳐진 세상을 본 것 같다. 끝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