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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의 비밀 ㅣ 북멘토 가치동화 7
김영욱 지음, 이량덕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3월
평점 :
아이가 어릴 적에는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거나 그냥 그때그때 생각나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고나니 잠들기 전 풍경이 너무나 달라진 것 같다. 학교 숙제나 공부 혹은 준비물처럼 해야 할 일들을 다 했는지 챙기고 나면 바로 잠자리에 들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가 된 것이다. 어쩌면 아이도 이런 변화가 많이 섭섭하고 서운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몰랐던 것은 아닌데 애써 외면했던 건 나의 게으름에 대한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이야기꾼의 비밀>은 정말 우연히 아이들 잠자리에서 소리내어 읽어주면서 처음 읽게 되었다. 하품도 조금 나고 졸린 시간이라서 잠깐 읽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읽던 책을 나도모르게 열심히 할아버지 흉내를 내며 신나게 읽어주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그건 아이들 반응이 굉장히 적극적이라 읽어주는 것도 덩달아 즐거웠던 것 같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제주도로 놀러 간 네 가족의 네 아이들이 폭설로 길을 잃고 산장에 갇히게 되면서 그 산장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사흘 밤을 보내게 된다. 바로 그 사흘째 밤에 네 아이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네 아이들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각기 달랐는데, 병만이는 무서운 이야기를, 광희는 웃긴 이야기를, 수라는 옛날 이야기를, 세병이는 황당한 이야기를 원한 것이다.
파란 눈을 가진 산장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음. 그래, 그럼 너희들 모두에게 진짜 있었던 옛날 이야기를 해 주마. 무섭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믿지 못할 이야기지." (19p)
할아버지의 이야기 덕분에 12월 31일 밤부터 1월 1일 아침까지 밤을 꼬박 새운 아이들처럼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끝까지 읽지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세상에 무섭고 웃기면서 황당하지만 진짜 있었던 옛날 이야기를 싫어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소리내어 읽어주면 아이들도 마치 눈 앞에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왠지 으시시한 대목에서는 심장이 벌렁거리고 가슴이 철렁하더라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는 아이들 눈빛을 보니 옛날 이야기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인가보다.
이야기꾼의 비밀은 산장 할아버지의 눈색깔이 파랗다는 점에서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굳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미리 말해줄 생각은 없다. 우리 아이들 반응만 보더라도 이 책은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이미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 거라고 장담한다. 물론 큰소리쳤다가 깨깽 뻥쟁이로 몰릴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를 말한 것이니 전혀 말도 안되는 허풍은 아니다. 병만, 광희, 수라, 세병이처럼 밤을 꼬박 새지는 않아도 결국 하룻밤에 이 책 한 권을 소리내어 다 읽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매일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줄 수는 없겠지만 종종 아이들을 위해 이 책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어주고 싶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아이들이 더 빨리 자라서 책을 읽어주고 싶어도 그럴 필요가 없어질까봐 내심 걱정된다.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즐거움을 찾아준 <이야기꾼의 비밀>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