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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트
대니얼 H. 윌슨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의학이 발달하면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1998년 12월 30일 제정하여 1년간의 경과기간 뒤 2000년부터 시행함으로써 장기이식을 합법화하고 뇌사를 공식인정하게 됐다. 이에 따라 민간 병원, 단체에서 자율적으로 하던 장기이식업무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전국을 통합해 관리하게 되었다. [시사상식사전 출처]
2000년 2월부터 2011년 8월 말까지 시행된 장기이식 건수는 총 2만7297건으로 신장 1만1100건, 간 7716건, 심장 470건, 췌장 205건, 폐 130건, 골수 3321건, 각막 4346건 등에 달한다. 이 기간 뇌사자는 1703명이었고, 7375건의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뇌사자 1명이 여러 명에게 장기를 나눠준 것이다. [경향신문 출처]
KBS2 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는 몸에서 째깍째깍 소리가 나는 남자가 출연했다. 그는 심장에 문제가 생겨 대수술을 했고 현재 심장 안에 티타늄으로 된 인공판막이 2개 들어가있다고 고백했다. 심장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주변 사람들 중 일부는 “인조인간도 아니고, 징그럽다”, “소름 돋는다”며 질색하는 등 부정적인 시선들 때문에 다니던 회사에서 잘렸고 면접에서도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2013.11 인터넷뉴스 출처]
미래의 어느 시점, 뉴럴 오토포커스MK-4 뇌이식장치가 개발된다. 아스피린 크기의 전도성 금속인 '앰프'를 인간의 뇌 전전두엽 피질에 장착하여 뇌파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관자놀이에 달린 작은 플라스틱 돌기는 보수관리용 포트다.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지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된다. 어린 소녀 서맨사 역시 이식수술을 받고 지진아에서 상위 1% 우등생이 되지만 변해버린 세상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 지붕에서 떨어진다. 순수인간시민협회는 전국 학교에서 이식수술을 받은 아이들을 퇴학시키라는 압력을 넣었고 서맨사의 부모는 이에 반발해 연방대법원까지 갔지만 서맨사의 죽음을 막지는 못한다. 오히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합법화된 차별을 승인한다. 전국에서 10만 명가량의 앰프를 단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려보내지고 거의 50만 명의 앰프를 단 성인들은 일자리에 쫓겨날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2억 명의 평범한 사람들은 환호한다. 순수한 인간임을 특권으로 여기는 순수인간시민협회는 "순수한 자부심" 이라는 구호를 외쳐댄다.
주인공 그레이 오웬은 서맨사가 죽기 전까지는 나름 평범한 교사로 살아왔다. 하지만 갑자기 변해버린 세상 때문에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고 친한 동료는 그를 피한다. 그레이는 어린 시절에 간질 때문에 간단한 뇌 자극기를 달고 있다. 이것 역시 앰프처럼 관자놀이에 돌기가 있다. 자신은 다른 앰프와는 다르다고, 의료용으로 이식받은 거니까 평범한 인간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이식수술을 받은 시민들은 보호받는 계층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하면서 앰프와 똑같은 취급을 당하게 된 것이다. 길거리로 쫓겨난 그레이는 아버지의 진료소를 찾아간다. 아버지는 뉴럴 오토포커스 연구를 해온 박사이며 그레이의 뇌 자극기도 직접 달아준 장본인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레이가 앰프라고 말한다. 그레이의 앰프는 플러스알파로 '에덴'이라고 불리는 이동주택단지로 가서 짐 하워드를 만나면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거라고. 혼자 가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진료소를 나서자마자 폭발이 일어난다. 어찌된 일인지 그레이 오웬은 앰프 병사들로 이루어진 소위 '메아리 분대' 대원들 12명과 함께 테러범죄를 모의한 혐의로 현상수배가 걸리게 된다.
에덴은 쫓겨난 앰프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그 곳에서 메아리 분대원 중 한 명인 라일을 만나게 된다. 도망자 신세가 된 오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순수인간시민협회의 창립자이자 의장은 조지프 본 상원의원이다. 그는 앰프와 순수한 인간 사이의 투쟁을 '전쟁'이라고 부르며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간다.
<앰트>가 보여준 미래의 모습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인간의 본질은 뭘까. 앰트를 이식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당하고 학살 위기에 처할 만큼 인간의 본질을 벗어난 상태일까. 이식을 한 사람인 '앰트'와 이식을 안 한 사람인 '레지'의 대결 속에는 끔찍한 차별이 존재한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앰트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기심과 탐욕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그레이 오웬의 말처럼 "결국 우리를 구원한 건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지를 결정하는 건 우리 인간의 몫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며 읽게 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