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분 시력 회복법 - 가장 간편한 시력 회복 비법
가미에 야스히로 지음, 정난진 옮김, 혼베 가즈히로 감수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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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노안인가 싶을 정도로 눈이 침침합니다.

'눈이 침침하다'는 표현은 예전 할머니나 할아버지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인데 요즘은 저도모르게 그 말을 하게 됩니다.

매일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노출된 눈.

어린 조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안경을 쓰기 시작한 걸 보면 스마트폰이 시력저하에 결정적 요인인 것 같습니다.

어른인 저도 그렇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시력때문에 못 쓰게 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걱정입니다.

<하루 6분 시력회복법>이란 제목을 보고 반신반의했습니다.

이전에도 기적적으로 시력이 회복된다는 내용의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일상에서 활용하기에는 좀 번거롭고 어려운 방법이고 그 효과를 장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시력회복법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정말 하루 6분 소요, 매일 꾸준히 할 수만 있다면 시력회복을 위한 좋은 생활습관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시력회복이란 0.1 -> 0.2 -> 0.5 까지 좋아지는 정도를 말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눈 나쁜 사람이 수술 없이 시력회복법만으로 1.5 시력이 된다면 그야말로 노벨상 받을 정도로 대단한 일입니다. 안경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던 사람이 안경 없이도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의 시력회복이라면 실제 가능할 것 같고, 주변에서도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학생 때부터 안경을 쓰던 사람인데 성인이 된 이후에 안경을 안 쓰고 다녔더니 오히려 눈이 좋아졌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가끔 밤에 운전할 때만 안경이 필요하고 평상시에는 안경 없이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이 사람이 하루6분 시력회복법을 활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우선 안경을 벗었다는 점입니다.

안경을 쓰던 사람들은 안경 없이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당장 잘 안 보이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제껏 수없이 들어왔던 눈에 관한 잘못된 상식이 한 몫을 합니다.

안과나 혹은 안경점에서 흔히 듣는 말, "안경을 끼다 안 끼다 하면 시력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일 겁니다. 정기적으로 시력검사를 하고 그때마다 안경을 맞추는 것이 과연 우리 시력회복에 도움이 될까요?  안경은 시력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안좋은 시력을 보조해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하루 6분 시력회복법>은 간단한 체조와 안구 운동이 전부입니다.

새해에는 온 가족이 시력회복, 안구건강을 위해 매일 하루6분 시력회복법을 실천해야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실제 사이즈의 시력검사표가 함께 있었다면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로 구입하려고 보니 종이 한장 가격이 일반 책 한 권 값이라서, 그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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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명세 지음 / 청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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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의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봤던 기억이 난다.  1990년 개봉된 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영화의 원작이다.

그리고 2014년 신민아, 조정석 주연으로 리메이트 되었다.

이 책은 소설을 읽는다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짧은 한 편의 이야기가 그대로 영상이 되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1990년대 봤던 영화들은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난다. 그 시대의 여자와 남자가 사랑하고 결혼해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이야기.

그때는 공감하며 웃었던 이야기들인데 새삼 글로 읽으니 세월이 느껴진다. 그때는 그랬었지,라는 느낌?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다보니 여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모습도 결혼하여 사는 모습도 변하는 것 같다. 과거에 비해서 요즘 청춘들은 사랑표현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것 같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주인공들처럼 초등학교 동창으로 처음 만나서 대학시절 연애하고 결혼까지 골인하는 경우는 정말 드문 케이스다. 초등학교 첫 만남 이후에는 서로 한 번도 못 봤다는 전제가 있지만,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을 정도의 확률이 아닐까.

연애할 때의 풋풋하고 설레던 감정이 결혼하여 살면서 무뎌지고 서로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건 대부분의 부부들이 공감하는 변화의 과정들이다. 이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여자와 남자의 관계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젠가 식는다는 것. 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 사랑을 수시로 변하는 감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배려하고 노력하는 삶의 방식으로 볼 것. 이렇게 말은 해도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모두가 꿈꿔 온 결혼은 꿈일뿐 현실과는 다르다. 살다보면 알게 될 일이다. 그렇다고 결혼이 어쩔수 없다고 체념할 정도로 비참하거나 끔찍한 건 아니다. 약간의 환상과 기대를 거둬낸다면 나름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소풍날의 보물찾기처럼 말이다. 누구는 여러 개를 찾았는데 왜 나만 하나도 못 찾았냐고 투덜대지 말자. 못 찾은 것이지, 없는 건 아니니까. 열심히 매일매일 사랑하며 살다보면 사랑이 무엇인지를 언젠가는 알게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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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장 이야기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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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섣달 그믐날에 복조리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복조리를 판다기 보다는 기부금을 받고 사은품으로 복조리 몇 개를 주는 것이었다. 점점 복조리를 사는 사람이 줄어들다보니 복조리를 상품으로 판매할 일이 없어진 것 같다. 커다란 새해 달력과 함께 벽에 걸어두었던 복조리. 근래에는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집집마다 한 해의 복을 기원하며 복조리를 사두는 일이 지금은 굉장히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설날이 되면 미리 사둔 복조리를 부엌 큰 솥 위에 걸어 두고, 안방 문 위에 쌍으로 묶어 매달아 두었다고 한다. 복이 차곡차곡 쌓이라고 반듯하게 걸어두는 것이다. 복조리를 문 안쪽에 거는 건 일단 집 안으로 들어온 복은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뜻이란다. 예전에는 복조리 안에 성냥, 동전, 엿 같은 걸 담기도 했다. 묵은 복조리는 태워서 그간의 액운을 모두 날려보냈다고 한다. 국자 모양을 닮은 복조리는 쌀을 씻을 때 조리질로 돌은 건져내고 쌀만 일어 올리듯이, 복은 가져오고 나쁜 것은 걸러내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지금은 복조리를 아예 판매하지 않는 것 같다. 비슷한 모양의 장식용 복조리는 모두 중국산 제품이니, 과거의 복조리는 추억 속에서 떠올려야 될 것 같다.

<식기장 이야기>는 우리의 전통 식생활과 관련된 30여 가지 식도구를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전통 그릇이나 식도구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건 거의 없다.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식기장에 대한 설명을 보는 느낌이 든다. 불과 몇십 년 사이에 세상이 변해도 엄청나게 변한 것 같다. 내게도 옛 물건으로 보일 정도면 우리 아이들 눈에는 그야말로 골동품일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전통 식도구는 우리 일상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굉장히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임을 기억하고 반드시 지켜가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라져가고 있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좀더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알아야 될 전통문화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우리를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한, 정신적 가치가 깃들어 있는 유산이다. 값비싼 보석이나 보물보다도 더 값진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우리문화를 몰라 저지르는 실수들. 누구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부끄럽다.

'전통맷돌순두부'를 파는 식당에서 맷돌이 전기 모터를 연결하여 어처구니 없이도 잘 돌아가고, 전통 한식당 앞마당에는 맷돌의 위짝과 아래짝이 떨어져 징검다리처럼 깔려있다. 그럴듯하게 우리 것인양 꾸밀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우리 것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 소박하면서도 삶의 지혜가 엿보이는 아름다운 식기장을 보면서 새삼 우리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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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1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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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 마음 설레던 때가 있었습니다.

누군가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된다고 했던가요. 비록 멋진 시를 쓸 수는 없지만 시를 읽으며 내 마음을 표현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모두 과거형.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는 박광수님이 골라놓은 100편의 시가 예쁜 그림과 함께 담겨 있습니다. 마치 저를 위한 선물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 권의 책이 읽는 사람의 마음에 전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멋진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좋은 글귀나 시를 만나면 노트에 적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그 노트를 보면 그때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 골라 놓은 시들을 보고 있노라니 온기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의 지난날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전부 지나간 옛일이라고 잊고 있었는데 문득, 불현듯 떠오릅니다. 사람이 그리운 날, 사랑이 그리운 날입니다. 메마른 가슴을 적셔주는 시와 함께 견뎌보려 합니다. 

외롭고 힘들다는 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겠지요?

기쁜 날만을 바라던 어린 시절에는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일들이 지금 돌아보니 모두 지난 일들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힘들고 괴로운 기억들은 일부러 잊으려고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꺼내어 본다는 건 상처딱지를 억지로 떼어낸 듯한 아픔을 남깁니다. 내게는 상처가 아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펼쳐 들고 몇 번이나 혼자 상념에 빠졌습니다. 나는 왜이리 나이를 쉽게 먹었는가, 그런데 사는 건 왜이리 어려운가.

시를 읽다가 중간중간 박광수님의 글들을 보니 괜시리 코끝이 짠해집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가끔 서러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조금 알게 됐다는 것, 그래서 누군가의 인생을 아주 조금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어릴 적에는 인생은 혼자 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드니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생각보다 가진 것이 더 많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혼자 잘나서 잘 산 것이 아니였구나.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 있으니 감사하고, 웃을 수 있으니 기쁩니다. 오늘은 왠지 밤하늘 별을 보고 싶습니다.

 "당신 ... 잘 지내나요?"

"네 ... 덕분에 ... 당신도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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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과 짐 에디션 D(desire) 6
앙리 피에르 로셰 지음, 장소미 옮김 / 그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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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 앤 짐>의 원작 소설을 만났다.

이제야 알 것 같다. 프랑스 영화가 난해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거라는 걸 말이다.

자유로운 영혼과 육체의 상관 관계는 무엇일까?

두 남자 줄과 짐의 우정이란 무엇일까? 사랑하는 여인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그것이 여인의 선택이란 점이 핵심이다. 그녀가 줄을 사랑했고, 그 다음에는 짐을 사랑했다. 줄과 짐은 그녀가 그들 중 한 명을 사랑할 때 나머지 한 명은 둘의 사랑을 축복했다. 그래야만 그들 곁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로 만난 줄과 짐 그리고 두 남자의 공통분모 속에 있는 여인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유롭게 연애하며 사랑을 나누고 여행을 다니며 젊음을 즐기는 그 모든 것이 청춘의 증거라면 그들은 영원한 청춘들이다. 여리고 아름다운 루시를 사랑하여 청혼했지만 거절당한 줄은 루시를 곁에 두고 싶어 친구인 짐과 루시가 결혼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루시는 두 남자들에게 우정 이상의 선을 넘지 않는다. 오직 바라보는 것만 가능한 예술품 같은 여인, 루시는 남자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여인상 같다.

평생 자유만을 즐길 것 같은 예술가적인 줄이 원했던 건 결혼이었다. 결국 그는 그리스 여신의 미소를 닮은 카트린과 결혼함으로써 자신의 영혼을 가정에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건 짐이 카트린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 서로 어긋났기 때문에 카트린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결과였다. 이후 전쟁으로 인해 연락이 끊긴 채 살아가던 짐은 줄의 편지를 통해 소식을 듣게 된다. 줄은 카트린과 두 딸을 낳아 살고 있었고, 짐을 그들의 집으로 초대한다. 놀랍게도 줄이 짐을 초대한 건 카트린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새로운 사랑이 필요한 여인이었다. 짐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카트린과 그것을 지켜보는 줄은 아무런 갈등없이 함께 지낸다. 줄은 카트린을 위해 이혼을 해주고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마치 수도승처럼 글만 쓰며 조용히 살아간다. 짐과 카트린은 두 사람의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을 하지만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고, 그 와중에 오해가 생겨 헤어진다. 다시 줄과 재혼한 카트린을 보고 짐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 질베르트에게 돌아간다. 카트린은 짐이 다른 여자를 만나면 질투하고 그에 대한 복수로 알베르, 해롤드 등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자신이 복수한 사실을 짐에게 말한다. 짐은 줄과 달리 크게 분노하고 질투한다. 카트린은 열정적인 사랑만큼이나 질투를 삶의 에너지처럼 분출시킨다. 카트린의 삶은 자유롭다기 보다는 주체할 수 없는 본능으로 늘 불안정해보인다. 자신을 현실에서 붙잡아 주는 남자 줄과 사랑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남자인 짐 사이에서 위태롭게 외줄을 타는 것 같다. 짐은 오래된 연인 질베르트가 줄과 같은 존재라고 주장하지만 카트린은 절대로 질베르트는 줄이 아니라고 말한다.

짐과 카트린의 사랑이 정말로 운명적 사랑이라면 왜 그들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굳이 결혼을 한 뒤에 두 사람의 아이를 낳으려고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운명의 장난처럼 짐과 카트린의 아이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지만 말이다. 카트린은 두 딸을 낳고도 모성애에 연연하는 엄마가 아니었던 것을 보면 아이를 갖고 싶은 짐을 위한 카트린의 노력이었던 것 같다.

정말 이상한 것은 이들의 삶을 전혀 공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데 계속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다. 한 번 펼쳐든 책은 순식간에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된다.

앙리 피에르 로셰는 자신의 첫 소설 <줄과 짐>을 일흔네 살에 출간하며 작가가 되었다. 이십대 때 지녔던 작가의 꿈을 일흔 넘은 나이에 이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쩌면 인생의 연륜이 농축되어 들려준 이야기라서 더욱 실감나게 몰입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인생을 어떤 편견이나 판단 없이 그냥 묵묵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줄과 짐의 만남은 19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 100년 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삶에서 연애와 사랑은 자유분방하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동시에 사랑할 수 있을까? 삼각관계에 처한 사람들이 서로를 질투하지 않고 공평하게 사랑을 나눈다는 게 현실에서 가능할까? 놀라운 이국의 풍경을 바라보듯 치열한 사랑의 끝을 본 것 같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보다 더 솔직하고 적나라한 삶이 또 있을까.

다리 위를 신나게 달리는 세 사람. 원래 원서에는 여주인공 이름이 카트인데 워낙 영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 영화 속 이름인 카트린으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줄 + 짐 = 카트린?
아마도 이 책 덕분에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영화 <줄 앤 짐>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내가 꿈꾼 사랑은 아닐세."

짐이 물었다.

"그런 사랑이 존재하기는 할까?"

"물론일세. 루시에 대한 내 감정이 있잖나."

'그건 자네가 그녀를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짐은 이 말을 속으로 삼켰다.

줄이 이어 말했다.

"게다가 내가 날 잘 아는 데, 난 아마 어떤 여자가 날 사랑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걸세. 날 사랑한다는 건 타락했다거나 타협했다는 걸 의미하니까……. 루시는 용케 빠져 나갔지. 그녀는 나의 아주 작은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네."

짐이 말했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네."

줄이 대답했다.

"응, 생각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

"그렇다면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일일세. 어떤 의미로는 조금은 순교 같은 거니까. 그게 바로 자네 인생의 핵심일세. 혹시 루시가 자네를 사랑한다면 ……"

줄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루시가 아닐 걸세." (44-45p)


카트린은 만사를 축제로 만들었다. ...... "삶은 휴가의 연속이어야 해요." (111p)


어느 날, 카트린은 아픈 큰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의사한테 말했다.

"제 외동딸이에요, 선생님."

깜짝 놀란 큰딸이 동생을 언급했고, 의사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카트린이 대답했다.

"그 애는 제 둘째 외동딸이에요."

아마 연인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리라. (138-139p)

카트린이 말했다.

"우리는 정말이지 순간 동안만 사랑하는 것 같아."

이 순간은 늘 다시 찾아들었다.

"사랑은 사람들이 자진해서 받아들이는 형벌이야."

줄이 말했다. (2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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