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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생각에 속을까 - 자신도 속는 판단, 결정, 행동의 비밀
크리스 페일리 지음, 엄성수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유독 어떤 사람에 대해 비호감이라고 느낀 적이 있는가?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자주 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습관인 것 같다. 듣기 싫은 말을 했다거나 보기에 안좋은 행동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내가 불쾌해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행동을 볼 때마다 불쾌하고 싫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건 나 자신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비언어적 행동의 의미를 무의식적으로 '싫다' 또는 더 심하게는 '혐오스럽다'로 받아들이면서 영향을 받았던 게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느끼는 사람조차도 어느 순간, 충동적으로 말하거나 행동할 때가 있을 것이다. '도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바로 이 책이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왜 우리는 생각에 속을까>라는 책은 진화생물학자인 저자가 탐구한 인간의 의식 세계를 보여준다. 우리가 자신의 참모습을 알고 싶다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것보다는 오히려 반대로 다른 사람이 보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아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의식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에 속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가 내가 생각한 이유가 아니라면?
우리가 의식적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이라면?
믿기 어렵지만 이 책 속에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의 의식이 얼마나 오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어떤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의식적인 결정을 한다고 여기는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는 무의식이 결정하는 것이며, 의식은 그 결정을 합리화시켜줄 이유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이유가 순전히 지어낸 것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자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매장에서 제품 진열에 관한 심리 테스트를 했는데 쇼핑객들은 오른쪽에 진열된 제품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일한 제품을 단지 위치만 다르게 한 것인데 설문에 응한 쇼핑객들은 대부분 오른쪽에 전시된 제품의 품질이 더 우수할 것 같다고 골랐다. 하지만 자신이 왜 그 제품을 골랐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연구팀이 쇼핑객들에게 혹시 제품의 위치가 제품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지 물었을 때도 대부분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근래 방영된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사회심리학 실험현장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여러 명의 참가자들이 얼굴에 복면을 쓰고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면 관객과 연예인 패널들이 투표를 통해 더 잘 부른 사람을 뽑는 형식이다. 전체적인 몸매와 성별, 변조된 목소리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나 복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외형보다는 노래실력에 더 집중하게 된다. 현재 활동하는 가수인데도 복면을 쓰고 있어서 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굉장히 뛰어난 노래실력 때문에 가수 이상의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인상적인 참가자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홍석천씨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하이톤에 여성적인 말투라서 아무도 그를 예상 못했다. 홍석천이라는 걸 모르고, 그 어떤 편견없이 듣는 그의 목소리는 매우 남성적인 중저음이었고 노래실력도 상당했다. 만약 복면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무도 홍석천의 본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눈으로 듣고 귀로 보는 것, 우리는 너무나 쉽게 선입견이나 편견에 속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의식적으로 자유롭게 판단하고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의식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속지 않으려면? 그냥 편하게 생각을 비우자!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보기! 말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마음 연구는 어렵다고 고백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