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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새 이름이 필요해
노바이올렛 불라와요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평점 :
한 권의 소설은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전혀 몰랐던,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평범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일 수도 있다는 것.
<우리에겐 새이름이 필요해>라는 소설은 열 살 소녀 달링의 이야기입니다.
짐바브웨에 사는 아이들, 배스터드, 치포, 갓노즈, 스브호, 스티나 그리고 나 '달링'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의 이름이 특이합니다. 1980년 독립 이전 영국 식민지였던 짐바브웨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의미도 모르는 영어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늘 배고픔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구아바를 훔쳐 먹습니다. 구아바 씨는 뱉지 않으면 배설할 때 고통스러운데도 아이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서 삼켜버립니다.
구아바. 달콤한 과일이 간식이 아니라 주식이 될 정도로 먹을 것이 부족합니다.
첫 장면부터 충격적인 건 열한 살 소녀 치포의 임신한 배 그리고 여섯 명의 아이들을 카메라로 찍는 백인 여자입니다.
잠바브웨라는 나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행동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왜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고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지.
배스터드는 입버릇처럼 똥통 마을을 떠날 거라고 말합니다. 달링은 자기도 곧 떠날 거라고, 포스털리나 이모가 사는 미국으로 갈 거라고 말합니다. 어른들은 새로운 나라를 맞이 할 거라고, 이놈의 패러다이스는 이제 끝장이라고 말합니다.
잠바브웨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독립한 이후에는 삼십오 년간 독재정치로 피폐해진 나라입니다. 가난한 나라에 인종차별까지 존재하는 그 곳에서 흑인 아이들의 처지는 가장 밑바닥에 있습니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몰려다니고 구아바를 겨우 훔쳐서 배를 채우는 모습들이 너무나 안쓰럽습니다. NGO에서 배급하는 물품을 받기 위해 억지 미소를 짓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잡아야 하는 아이들을 보니, 해외구호 활동의 이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혼자만 미국으로 오게 된 달링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포스털리나 이모와 쿠조 이모부, 사촌 TK 와 함께 디트로이트에 살다가 캘러머주로 이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잠바브웨 엄마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원망어린 목소리. 돈을 부쳐주지 않는다고, 엄마에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친구 치포도 묻습니다. 네 나라도 아닌 데서 뭐하고 있냐고, 왜 미국으로 도망갔느냐고. 솔직히 달링은 이런 엄마와 친구들이 부담스럽습니다. 혼자 미국으로 온 것이 조국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배신한 것일까. 아직 어린 십대 소녀에게는 너무 벅찬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주인공 달링은 저자 노바이올렛 불라와요의 또다른 자아입니다. 실제 경험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지나치리만큼 솔직한 묘사에 깜짝 놀랐습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 솔직함에 빠져들게 됩니다.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몰랐던 세계를 보게 됐습니다.
책 표지에 보이는 연두색 과일은 구아바입니다. 겉표지를 벗겨내니 상큼한 구아바 열매와 함께 'We Need New Names'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제는 구아바를 보면 잠바브웨의 달링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