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멜로디 - 사랑의 연대기
미즈바야시 아키라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미즈바야시 아키라와 함께 했던 멜로디에 관한 사랑의 연대기입니다.
애완견, 애완묘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반려동물이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의 죽음은 엄청난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십여 년간 함께 했던 개를 떠나보내고 아파하는 경우를 봅니다. 임종 전까지 노쇠하고 아픈 개를 위해서 산소호흡기까지 동원하여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랑의 크기를 짐작해 봅니다.
아직까지 멜로디 같은 개를 키워본 적 없는 저로서는 짐작만 할 뿐, 완전히 공감한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린 시절에 할아버지께서 강아지 한 마리를 사오셨습니다. 갈색털에 파란 눈을 가진, 꽤 잘생긴 강아지였는데 어찌나 애교가 많은지 졸졸 따라다니며 폴짝폴짝 뛰는 폼이 귀여웠습니다. 그 강아지를 위해 며칠 고민하여 지어준 이름이 '아리'였습니다. "우리 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라는 동요처럼 학교 갔다 돌아오면 아리와 노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리는 제 강아지라고 할 수 없는 것이 할아버지께서 집 지킬 요량으로 사오신 거라 대문 옆에 목줄로 묶어두었습니다. 처음 며칠 간 목줄 없이 있을 때, 아리가 신이 나서 자신의 밥그릇을 입에 물고 뛰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하지만 아리와의 추억은 일 년을 채 넘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작고 귀엽던 강아지가 몇 달만에 덩치가 커지고 털도 거칠어지더니 원래의 애교와 귀여움은 온데간데 없어졌습니다. 당시에 마당에 키우던 개를 씻긴다는 건 해 본 적이 없었고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아리의 모습은 못난이 누렁이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 집에 처음 온 개라서 제가 제일 많이 예뻐해주고 매일 데리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학교를 다녀오니 아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팔려간 아리...... 얼마나 속상하던지, 어른들에게 따진다한들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며칠동안 징징대며 울었던 것 같습니다. 어른들 미워!!!
제 삶에서 유일한 개 아리, 그 아리가 사라진 후로는 다른 개를 키운 적이 없습니다. 그 뒤로 정말 희한하게도 봄날 꽃가루 알러지처럼 털 알러지가 생겨서 다시는 털 있는 동물을 가까이 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아리와 오랫동안 함께 살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전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생뚱맞은 영화 <언더 더 스킨>이 떠올랐습니다.
멜로디를 처음 데려왔을 때는 그저 엄마 품을 떠나 벌벌 떠는 어린 강아지였는데 점점 미즈바야시 가족 속으로 깊이 자리해가는 과정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즈바야시는 멜로디를 이 책에서는 '아이'라고 표현합니다. 어떻게 그 아이는 미즈바야시의 마음을 알고 한밤중에 깨웠을까, 밥그릇을 준 채 옆집 할머니 전구를 달아주고 온 40여 분 동안 어떻게 배고픔을 참고 기다렸을까. 본능을 억누르고 참아내면서까지 미즈바야시와의 약속을 지켜냈다는 게 놀랍습니다. 주인에게 충실한 개들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멜로디는 뭔가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건 아마도 멜로디를 잊지 못하는, 평생 기억하고 추억하려는 미즈바야시 가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멜로디, 그 아이는 눈빛으로 대화할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미즈바야시와 멜로디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멜로디가 겉모습은 골든레트리버 개이지만 실은 사람의 영혼을 가진 존재일 수 있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언더 더 스킨>에서 외계인이 인간에게 말을 빼앗아가는 순간 인간은 한낱 살코기 짐승으로 변해버립니다. 현실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게 저지르는 잔혹한 행동들을 영화에서는 외계인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개, 고양이... 사랑하지 않으면 한낱 짐승일뿐이지만 사랑하는 순간 그들은 영혼을 지닌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아니, 원래 그들은 영혼을 지닌 존재였는데 인간이 자신과 다른 언어를 가졌다는 이유로 무시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산다면 그 어떤 존재든지 가족이 된다는 걸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지금 사랑하는 개 혹은 고양이가 있다면 <멜로디>에 깊이 공감하며 더더욱 자신의 아이를 사랑해줄 것 같습니다. 사랑은 늘 감동입니다.
"멜로디, 나의 친구,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너를 잊을 수 있겠니?
내가 너를 잊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니?
문득 소프라노, 피아노, 그리고 교향약을 위한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것은 <내가 너를 잊는다고? - 걱정 마라, 사랑하는 그대여> K. 505이다.
이 곡은 1786년 5월 1일 비엔나에서 연주된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이라는 경이로운 역할을 초연한 낸시 스토라체를 위해 모차르트가 작곡한 것이다.
이 운율은 1787년 2월 27일 비엔나에서 낸시 스토라체의 '고별' 콘서트에서 연주되었다고 한다.
피아노를 반주한 사람은 물론 모차르트였다.
그는 낸시 스토라체를 사랑했다.
음악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
내가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알았다면,
그 흉악한 암이 너를 데려가는 그 순간 네 곁에 있었다면,
피아노가 '론도'로 진입하는 데에 해당하는 소절,
비록 몇몇 소절에 불과할 테지만 무한한 사랑을 담은 그 소절을
너에게 들려줄 기상천외한 미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죽음을 향한 너의 행진을 이 경이로운 사랑을 담은 곡으로
내가 반주할 수 있었다면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나의 보물을 담은 금고 속에 너의 이름, 그리고
너의 이름이 내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모든 이미지와 음악을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245-24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