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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생각하다 - 사람이 행복한 지속가능한 집에 대한 통찰
최명철 지음 / 청림Life / 2016년 10월
평점 :
건축가는 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이 책은 다양한 집을 보여줍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지은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집과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그려진 집은
동시대에 다른 공간, 즉 조선과 뉴잉글랜드에 지어졌습니다만 신기하게도 닮아 있습니다.
현실의 공간은 작지만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우주와 맞닿은 집이었을 거라는 생각.
집을 짓는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짓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은평 뉴타운.
서울시가 공영개발한 곳으로 유럽식 중정형 아파트로 건축되었습니다.
기존의 특색없는 아파트와 비교하면 나름의 얼굴을 지녔다는 생각.
지리산 작은마을.
귀촌한 20가구가 동시에, 그러나 각기 다른 형태로 지어진 집들이 주변과 조화를 이룹니다.
"누구나 생각하는 집의 가치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곳이 아닐까요?
...... 보기에 좋은 집도 살다 보면 많은 문제가 있듯이 내가 지내면서 스스로 고쳐 나갈 수 있는 나만의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 그 곳에 살고 있는 집주인의 생각.
강원도 홍천의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
47평 규모의 이 집은 난방형 보일러가 없습니다. 보조열원인 벽난로만으로 한겨울에 20~22도를 유지하는 이 집이 바로 외부에너지, 특히 화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온전한 제로에너지 하우스입니다. 비결은 너무 넓지 않게, 단순하게 짓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열과 축열을 위한 친환경 소재사용, 환기를 위한 전열교환기 사용, 전기 공급을 위한 태양광 발전 등등 이 모든 건 집주인이자 제로 하우스 개발자 이대철 선생이 이뤄낸 업적입니다. 이 집만큼은 집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
도시 속에서 지속가능한 한옥의 현대화는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 다만 실현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건축제도가 필요하므로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밖에 수덕사 대웅전, 이탈리아 베로나에 있는 줄리엣의 집, 개성의 옛집, 런던 교외에 찰스 황태자가 지었다는 원조 땅콩집, 청와대, 창덕궁 연경당, 방배동 H씨의 집, 미래의 집으로 선보인 드림하우스 PAPI, 트리하우스, 플로팅 하우스 등등 다양한 집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러 건축가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청와대입니다. 저도 청와대를 견학하면서 사람이 살 만한 집터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 속에 북악산 자락에 있는 청와대 사진을 보니 불쑥 튀어오른 지붕이 모난 돌처럼 거슬려 보입니다.
원래 조선시대 이곳은 신무문 글자대로 신神의 공간인 칠공과 과거시험이나 무술연마를 위한 무武의 공간 경무대만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제 시대에 조선지관이 일본총독부관저로 잡아준 터가 그 곳이라고 하니, 청와대 터가 안좋다는 말이 영 허튼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경복궁 터보다 위에 자리한 청와대는 경복궁보다 북악산의 살기를 직접적으로 받는다더라, 북악산에서 이곳을 거쳐 경복궁 근정전, 광화문을 연결하는 용龍의 맥세 중심통로에 대형건물을 축조했으니 서울의 목을 조르는 것이라 등등
청와대터에 대해 이토록 말이 많은 건 역대 대통령의 행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집이란, 결국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집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집은 엄마의 자궁이라고 했던가요?
우리는 모두 최고로 좋은 집에서 살아봤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집은 우리 삶의 공간이라는 것,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평가해선 안되듯이 그들의 공간 역시 존중해야 된다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