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 - 세상의 끝에서 만난 내 인생의 노래들
황우창 지음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내 인생의 음악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봤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음악이 인생의 전부라는데 내게 있어서 음악은 기분 좋은 손님?
자주 음악을 듣는 편도 아니고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듣는 편도 아니라서.
어쩌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듣게 되면 질릴 정도로 반복해서 듣는 정도인데 잠시 음악에 취하는 것이지,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는 아닌 딱 그만큼.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이가 들면서 음악을 듣는 마음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귀로 듣는 감동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감동이랄까.
<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는 세계를 여행하며 음악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여행에 관한 에세이인줄 알았더니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음악 에세이였습니다.
저자는 어디를 여행하든, 어느 장소에 있든 분명히 그 순간에 알맞은 음악을 떠올릴 것만 같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음악들을 아는지 놀랍다고 해야 할까,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아, 그러고보니 저자는 KBS, MBC, CBS 라디오에서 음악방송 작가와 진행자로 활동하며, 음악에 관한 글을 꾸준히 써온 음악평론가였네요.
역시 월드 뮤직 전문가라서 뭔가 다르구나...
음악을 기분 좋은 손님으로 취급하는 사람에게는 접할 수 있는 음악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기분 좋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네요.
책 크기는 작지만 음악을 담고 있어서 엄청나게 큰 책입니다. 소개된 음악들 중 대부분은 처음 알게 된 것이라서 읽다가 잠시 멈춰서 음악을 찾아 듣고, 다시 읽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다 읽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냥 라디오를 통해서 음악을 들었더라면 흘려들었을텐데, 여행 이야기를 통해서 글로 만난 음악은 마치 퀴즈를 푸는 기분이 듭니다. 음악을 듣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인거죠. 그래서 음악을 듣는 순간 그 어떤 말도 필요없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메르세데스 소사 Mercedes Sosa 의 <모든 것은 변한다 Todo Cambia>
아르헨티나의 현대사를 증언한다는 국민가수의 사진을 보니 안데스 원주민의 후손처럼 보였다는 저자의 첫 인상.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아르헨티나의 음악 장르 '탱고'가 아니어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저자의 감상.
저자는 메르세데스 소사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마다 '수양 어머니'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왜 '수양 어머니'냐고 묻기 전에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투박한 듯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가사를 알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포근히 감싸주는 것 같습니다. 아, 어머니의 목소리구나...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사를 되새겨 봅니다. 모든 것이 변해도 변치 않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피상적인 것이 변하고 심오한 것도 변하죠. 생각하는 방식도 변해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합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내 조국과 내 민족에 대한 기억도 그 고통도
어제 변한 것은 내일도 변해야 하죠.
마치 내가 변한 것처럼
이 먼 땅에서
변합니다, 모든 것은 변해요.
하지만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1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