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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
김현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작가 김현수의 <싸이코>를 만나려면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19세 미만은 볼 수 없습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성인 인증이 필수입니다.
이런 책은 처음이라서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받아보고 바로 펼쳐보질 못했습니다.
비닐로 밀봉된 책을 그 상태 그대로 두고 싶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궁금증을 억누르면서 참고 기다려야 할 이유를 굳이 찾자면 <싸이코>를 마주하기 위한 나름의 절차였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 후에야 조심스럽게 책을 펼쳤습니다.
휴우, 몰래 볼 나이도 아닌데 너무 야단스러웠나 싶기도...
이 책은 특이하게도 대본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때문에 읽다보면 어느새 드라마 혹은 영화처럼 장면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특이한 건 하나의 소설을 두 가지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추리 소설을 원한다면 목차번호 순서에 따라 가로 방향으로, 처음부터 쭉 이어서 읽어가면 됩니다. 01 부활 -> 02 문자 -> 03 실수 -> 04 조우 .... -> 32 체포
자전적 소설을 원한다면 목차에서 각각의 등장인물마다 정리되어 있는 세로 방향으로 건너뛰어 읽으면 시간 경과 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보 : 01 부활 -> 05 기억 -> ... -> 29 소풍
병추 : 02 문자 -> 06 원조 -> ... -> 30 복수
야수 : 03 실수 -> 07 잠수 -> ... -> 31 창녀
꼴통(외전) : 04 조우 -> 08 만용 -> ... -> 32 체포
악마 : 33 중독 -> ... -> 36 해탈
읽는 내내 뭔가 참을 수 없는 불쾌함과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다 읽고나서야 내가 본 것이 <싸이코>라는 걸 재차 떠올렸습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싸이코를 만나기까지 쉽지 않았는데 막상 싸이코의 실체를 알고나니 씁쓸한 허탈감이 밀려왔습니다.
현실 속 싸이코들 중에서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게 여성가족부에서 정기적으로 발송되는 성범죄자 고지정보서입니다. 성명, 나이, 키, 몸무게, 전자장치 부착여부, 실제 거주지, 성범죄 사건 요지, 전과사실 그리고 사진... 처음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사진을 못봤는데 나중엔 사진을 보고 더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분명히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으니 안전하다고 믿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가까이에 평범한 모습으로 살고 있으니까.
그래서 소설 <싸이코>조차도 단순히 소설로써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가 자꾸만 현실처럼 느껴져서.
소름끼치는 반전?
싸이코는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있습니다. 바로 당신 가까운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