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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선재 스님의 삶에서 배우는 사찰음식 이야기 ㅣ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2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12월
평점 :
라면으로 때우는 끼니, 어떤가요?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건 '때우는'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히 무엇을 먹느냐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건 음식을 대하는 마음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바쁘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한 끼니를 대충 때울 때가 있습니다.
그때 문득 드는 생각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 것만큼 맛 없는 게 없구나.'입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지만, 단지 그것만을 위해 먹는 건 아닙니다.
바로 선재 스님이 들려주는 자연과 음식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노라면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은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느냐는 질문이 곧 당신의 어떻게 살고 있느냐로 통하는 것입니다.
선재 스님은 과거에 1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을 정도로 위중한 상태의 환자였다고 합니다. 당시 심정은, 이대로 수행이 끝나버리는가 싶어 막막했고, 출가할 때 부모님께 했던 약속도 못 지키고 먼저 죽는 불효를 저지르는가 싶어 앞이 캄캄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부처님 법대로 살지 못해 아픈 거구나, 그제야 알게 되어 그때부터 철저히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자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경전에는 부처님이 모든 병을 음식으로 치료한다고, 음식이 곧 약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여기서 약이 되는 음식이란 자연 그대로의 음식, 제철 음식, 때에 맞는 음식, 깨끗한 음식 등 부처님 법에 맞는 음식을 뜻합니다. 그래서 오직 음식과 일상의 습관을 바꿔보기로 한 것입니다. 모든 가공식품을 끊고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가 먹었다고 합니다. 아침은 가볍고 맑게, 점심은 든든하게 먹되 나물을 들기름에 찍어 먹기도 하면서 저녁은 아침보다 많게 점심보다는 적게 먹었고 밤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서 충분히 쉬고 명상과 염불로 마음을 다스린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부처님 말씀대로 살다보니 신기하게도 가슴에 막혀 있던 뭔가가 스르르 풀어지고 마음이 깨끗해지면서 홀가분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실제로 얼마 뒤 병원에 갔더니 딱딱하게 굳어버린 간에 항체가 생겼다고.
그렇게 선재 스님은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화두 앞에, 몸소 겪으며 알게 된 사찰음식의 지혜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음식 수행자'로 살겠다는 답을 얻은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사찰음식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단순한 음식 레시피가 아닌, 인생 레시피를 배울 수 있습니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에 대해서 설명할 때 크게 2가지를 강조한다고 합니다. (34-35p)
첫째, 사찰음식에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나와 하나입니다. 물도 공기도 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물과 공기, 흙의 기운으로 만들어졌으니, 그것들이 병들면 나도 아프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하고, 어떤 음식재료를 선택하고, 어떻게 요리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사찰음식은 수행자에게 깨달음에 닿도록 돕는 지혜의 음식입니다.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닙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기운이 깃듭니다. 사찰음식은 수행자들의 오랜 세월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려 고심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자연히 채식을 권장하지만 육식도 약이 될 때가 있습니다. 적게 먹어라, 편식하지 말라, 자연의 리듬에 맞춰 먹어라, 때 아닌 때 먹지 말아라 등 음식에 관한 자세한 계율은 곧 최선의 수행을 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수행자가 아닌 보통사람들도 무엇을 먹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삶을 잘살 수 있는 지혜입니다.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내 몸을 돌보는 데 소홀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한 그릇의 밥이 내 앞에 놓이기까지의 수많은 자연과 사람과 손길을 생각하며 소중히 대하는 그 마음에서 시작하라."는 선재 스님의 말씀을 되새겨봅니다.
참으로 값진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때우는' 삶이 아닌 '채우고' '나누는' 삶으로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