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태니컬 가든 인 스크래치 북 : 마음에 위안을 주는 꽃과 시 12 - 펜 하나로 꽃을 피우다 인 스크래치 북 시리즈
정혜선 지음 / 스타일조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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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좋은 이유는

아름다운 꽃들을 실컷 볼 수 있다는 것.

꽃을 보면 저절로 행복해지거든요.

<보태니컬 가드 인 스크래치 북>은 여가 시간을 위한 책이에요.

스크래치북이란 전용펜으로 쓱쓱 긁어내기만 하면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책이에요.

이 책의 구성은 도안 12장과 스크래치 전용펜 그리고 도안으로 된 엽서 12장이 포함되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꽃으로 된 도안이라서 무척 마음에 들어요.

라넌큘러스, 수국, 양귀비, 코스모스, 작약, 데이지, 튤립, 벚꽃, 나뭇잎, 선인장, 유칼립투스, 버섯.

스크래치 전용펜은 처음 써보는데 만년필 느낌이 들어요. 처음은 익숙하지 않아서 긁을 때 뭔가 뻑뻑하고 날카롭게 느껴졌는데 점점 사용할수록 익숙해지네요.

아무래도 긁어내는 방식이라서 가루가 엄청 나와요. 중간중간 잘 털어내면서 해야지, 손에 자꾸 묻네요. 이럴 때는 부드러운 붓 하나가 있었으면 참 편리할텐데...

첫 장의 도안은 라넌큘러스라는 꽃이에요.

 도안 뒤쪽에는 꽃 이름과 꽃말, 유래 그리고 좋은 문장이 적혀 있어요.

라넌큘러스의 꽃말은 '매력', '매혹'이래요.

"나는  꽃이기를 바랐다.

그대가 조용히 걸어와

그대의 손으로 나를 붙잡아

그대의 것으로 만들기를"

    - 헤르만 헤세 <연가>

라넌큘러스는 라틴어 'Rana'에서 유래되엇는데 '개구리'라는 뜻이래요. 개구리처럼 연못이나 습지에서 잘 자라서 붙여진 이름인거죠.

속이 비고 잔털이 가득한 투박한 꽃대에서 장미 못지않게 매혹적인 꽃을 피워내는 반전 매력을 가졌대요.

실제로 본 적은 없고 사진으로 본 라넌큘러스는 꽃잎이 시원스럽게 펼쳐져서 더욱 우아하게 보여요. 그래서 부케로도 많이 쓰이나봐요.

스크래치로 완성된 라넌큘러스도 엄청 예뻐요.

처음엔 조금만 하려고 했는데 하다보니 전체가 완성될 정도로 집중하게 되네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빠져드네요.

이 책에서 특이한 건 블랙보드뿐 아니라 화이트보드가 있다는 거예요.

블랙보드는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크레파스로 알록달록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검정색 크레파스로 전체를 칠하면 블랙보드 완성!

그런데 화이트보드는 처음 보네요. 직접 해보니까 아이보리색의 바탕이 포근한 느낌을 주네요.

방법은 똑같지만 완성된 느낌이 전혀 다른 화이트보드의 스크래치 북.

꽃만 봐도 힐링이 되는데 직접 스크래치로 멋진 꽃 그림을 완성할 수 있어서 즐거움이 추가되었어요.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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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비밀 - 숨겨진 숫자의 비밀을 찾아서
마리안 프라이베르거.레이첼 토머스 지음, 이경희 외 옮김 / 한솔아카데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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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한 가운데 서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갑니다. 그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매일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차례로 떠올려 보세요. 힘들이지 않아도 바로 얼굴을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저에게 숫자는 낯선 사람과 같습니다.

낯가림이 있어서 한두 번 만나는 것으로는 영 친해지기가 어렵습니다.

<숫자의 비밀>을 읽으면서 잠시 광장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큰 맘 먹고 용기를 낸 덕분에 악수 정도는 나눈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숫자와 친하지 않은 사람조차도 참여할 수 있는 숫자와의 소개팅 자리라고 설명하고 싶네요.

소감부터 말하자면 첫눈에 홀딱 반한 숫자는 없었지만 꽤 괜찮아보이는 숫자는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숫자가 아닌 문자 χ 입니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미처 그 매력을 알지 못했던 미지수 χ

이집트 사람들은 미지의 양을 설명할 때 '아하(aha)'라는 아주 귀여운 문자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만약 3아하(aha)가 9라면, 아하(aha)의 값은 얼마인가?'라는 문제가 있다면 표현만으로도 너무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이럴 때 멋지게 등장하는  χ 덕분에 방정식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됩니다.

        χ = 9

아, 이정도는 누구나 쉽게 방정식의  χ값을 구하기 위해 양변을 3으로 나누어  χ만 남겨서  χ의 값을 구할 수 있겠지요.

         χ = 3 

간단한 방정식이야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부피와 넓이 계산으로 복잡해진 방정식에서는   χ의 위력이 돋보입니다.

물론 문자  χ 이외에 y , z 도 있지만  그 중에서  χ 가 아무래도 제 취향이네요. ㅎㅎㅎ

이 책은 0부터 시작해서 1, 2, 3 ... 숫자와 π , ε ('입실론'이라 발음)와 δ ('델타'라 발음) 등등 매우 낯선 숫자들을 차례차례 설명해줍니다.

제대로 다 아느냐고 묻는다면 노 코멘트.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수학을 배워서 뭣에 쓰냐?"라는 무식한 말은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일상에서 매일 보는 시계와 필수 아이템 지도.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 그래픽이 모두 수학 덕분에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실.

친하지 않으니까 너무 무관심 속에 방치했던 수학을 <숫자의 비밀>이라는 책 덕분에 수학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겨우 숫자와 첫 인사를 나누었으니, 더 친해지려면 자주 만나야겠지요.

다음 만날 날짜는 언제가 좋을까요?  그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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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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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를 읽고나서 일본문학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세 차례나 거론되었다는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작 <금각사>.

역시 그럴만한 작품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 소설은 미조구치의 고백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 미조구치는 타고난 말더듬 증세가 있습니다. 시골 절간의 주지인 아버지로부터 금각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들으며 자랍니다. 그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부모를 떠나 숙부 집에 맡겨지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금각을 상상하곤 합니다. 아버지가 들려준 금각의 환상을 마음속에서 키워나간 것이죠. 못생긴데다가 말까지 더듬는 소년은 짖궂은 아이들에게 늘 놀림감이 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상처는 첫사랑 소녀였던 우이코가 준 모욕감일 겁니다. 우이코는 자기 앞을 가로막은 채 아무말 못하는 미조구치에게, "뭐야. 이상한 짓을 다 하네. 말더듬이 주제에."라고 말하며 무시합니다. 또한 자신의 엄마에게 고자질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숙부는 미조구치를 심하게 야단칩니다. 이 일로 우이코를 저주하며 죽기를 바랐는데, 수개월 후에 그 저주가 이루어집니다. 아무리 철부지 소년이라지만 수치심 때문에 좋아했던 소녀를 저주하다니, 좀 소름이 끼칩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엄청난 악을 품을 수 있는 거니까, 그만큼 미조구치의 심리 상태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소년을 금각에 대한 절대적 미(美)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봄방학 때 아버지는 미조구치를 데리고 교토에 있는 금각사를 데리고 갑니다. 당시 아버지는 폐병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였기에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지로 금각사를 선택했던 겁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금각사를 본 소감은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낡고 거무튀튀하며 초라한 3층 건물. 상상으로 극대화된 아름다움을 능가할 건 세상에 없습니다. 그는 결국 현실과 타협합니다. 현실을 수정하여 몽상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그러니까 금각의 아름다움은 환영이 아닌 실재(實在)로 변하게 됩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유언대로 교토로 가서 금각사의 도제가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금각사는 미조구치에게 아버지가 남긴 정신적 유산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평생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징물이 된 겁니다.

미조구치의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이 두 사람 있습니다.

모든 게 완벽해보이는 쓰루카와 그리고 안짱다리 장애를 가진 가시와기.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사람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좋은 집안에 잘생긴데다 성격까지 좋은 쓰루카와는 미조구치에게는 유일한 친구였는데, 대학에서 가시와기를 만나면서 서로 소원해집니다. 말더듬이로 소심한 미조구치가 보기에 가시와기는 다소 만만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첫 대면에서 독설을 퍼붓는 가시와기는 잔인하리만치 현실적인 친구였습니다. 그는 매우 당당하게 자신의 안짱다리를 이용하여 아름다운 여자들을 지배했습니다. 멘탈 능력자.

<금각사>의 표면적 주인공은 미조구치인지는 몰라도 실질적인 힘을 지닌 존재는 가시와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금각사를 향한 집착이 나중에는 파괴본능으로 이어질 때, 따끔한 충고를 던진 건 가시와기입니다.


"어때? 너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무너졌지?

나는 친구가 무너지기 쉬운 걸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모습을 잠자코 보고만 있을 수는 없거든.

내 친절은 오로지 그것을 파괴하는 거야."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면 어쩌지?"

"어린애 같은 떼거리는 쓰지 마." 하고 가시와기는 비웃었다.

"나는 너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고.

이 세계를 변모시키는 건 인식이라고. 알겠냐, 다른 것들은 무엇 하나 세계를 바꾸지 못해.

......

인식은 견디기 힘든 삶이 그대로 인간의 무기가 된 거지만,

그러면서도 견디기 힘든 것이 조금도 경감되지 않아. 그것뿐이야."

"삶을 견디는 다른 방법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니?"

"아니. 나머지는 광기나 죽음이지."   (311p - 312p)

 


​끝내 금각사를 불태우면서 자신도 함께 사라지려고 하는 미조구치.

불꽃이 튀고 연기로 가득한 금각사에서 숨이 막혀오는 순간, 그는 주저하지 않고 불길 속을 빠져나옵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뛰쳐나간 그는 계속 달립니다.

산길을 달려 올라간 곳은 히다리 다이몬 산의 정상.​

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가 한 일은 호주머니에 있던 단도와 수면제 병을 계곡 사이에 던져버리고 담배를 피운 것입니다.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376p)

이것이 <금각사>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놀랍게도 그는 살아남았습니다. 

가시와기에게 세계를 변모시키는 건 절대로 '인식'이 아니라 '행위'라고 반박했던 미조구치.

이후의 미조구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확인할 수 있는 건 현실 세계에서 미시마 유키오(『금각사』의 저자)의 생애 마지막 모습입니다.

<금각사>를 쓴 지 14년 후인 1970년 11월 25일, 당시 만 45세였던 미시마 유키오는 그가 주재하는 '다테노카이(나라를 지키는 방패들의 모임이라는 뜻)' 회원 4명을 이끌고 육상자위대에 난입하여 자위대의 궐기를 외친 후 할복자살하는 이른바 '미시마 사건'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안타깝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인간 심리를 그토록 예리하게 그려냈으면서 정작 자신은 잘못된 사상에 빠져 자멸을 선택했다니... 광기어린 죽음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반면교사의 교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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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음식일기 - 매일매일 특별한, 싱그러운 제철 식탁 이야기
김연미 지음 / 이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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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아마도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일부러 책을 내기 위한 글이 아니라 일기라면 어떨까요?

<365일 음식일기>는 푸드 포토그래퍼 김연미 님의 책입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시작하여 12월 31일까지 매일매일 만든 음식 사진과 일상의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일기입니다.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되었던  #365일 음식일기.

우선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것도 사진과 함께라니, 정성이 느껴집니다.

아침마다 장을 봐서 제철에 나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서 기록하는 일이 즐겁다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다보니 푸드 포토그래퍼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사람.

참 멋지게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일기를 본다는 건 그 사람의 꾸밈없는 민낯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요리 전문가들이 선보이는 엄청난 일품 요리는 아니지만 소박한 우리의 밥상 같아서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마트에서 산 과일도 예쁜 접시에 가지런히 썰어놓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요리 같습니다.

어떤 날은 노란 후리지아 꽃 한 다발이 물병에 꽂혀 있습니다. " 따스한 햇살에 봄이 녹아내려 향기로 가득한 하루"라는 글과 함께.

꽃향기로 마음의 여유를 만끽하는 하루, 누구나 한 번쯤 누려볼 만한 여유로움입니다.

그러고 보니 결혼 이후에 나를 위해서 꽃을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네요. 와, 이렇게 삭막했었나...

이 책을 보면서 단순히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기쁨과 여유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요즘은 다양한 음식의 레시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나 사이트가 많기 때문에 이 책에서 굳이 레시피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굳이 레시피 하나를 꼽자면 부드러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소개하고 싶네요.

집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벌써 침이 고이네요. 만드는 법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차가운 생크림을 빡빡해질 때까지 휘핑한 뒤 차가운 연유를 넣고 섞은 다음, 아이스크림 틀에 넣고 반나절 넘게 얼리기만 하면 완성됩니다.

거기에 과자나 초콜릿, 말린 과일 등을 넣으면 더 맛있다고 하네요.  슬슬 더워지는 요즘에 딱 좋은 간식이죠.

무엇을 만들어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먹느냐도 중요할 겁니다. 책을 보는 내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네요.

이 책 속에 깜짝 등장하는 남편분은 서양화를 전공한 사진가라고 하네요. 역시나 부부는 닮는다더니 완전 예술가 부부였네요.

저자에게는 이 책이 신혼생활의 일기였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남편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아내.

참 예쁘고 재미나게 사는 신혼부부의 일상을 보며 밝은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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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운명 모리스 마테를링크 선집 2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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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와 운명>은 단순한 산문집이 아닙니다.

제게는 아우렐리우스 명상록과 같은 책입니다.

저자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벨기에 출신으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극작가, 수필가라고 합니다.

이 소개글만으로는 누군지 잘 몰랐는데, <파랑새>라는 동화 같은 희곡작품을 쓴 작가라고 얘기하니 바로 "아하!"라고 끄덕여집니다.

모리스 마테를링크라는 작가 이름은 낯설지만 <파랑새>는 '행복'에 관해 이야기할 때 늘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바로 그 작가의 책.

역시나 깊이가 다릅니다.

"이 책에서는 지혜, 숙명, 정의, 행복, 사랑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불행이 만연한 세상에서 보기 드문 행복을 이야기하고, 불의가 판치는 가운데 정의의 이상을 거론하는 것,

무관심과 증오가 난무하는 가운데 감도 잘 오지 않는 사랑을 역설하는 것 자체가 다소 뜬끔없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삶의 지혜를 논하는 철학자들에게 이따금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그런 사정 때문입니다.

.......

우리를 둘러싼 삶의 가장 빛나는 풍요는 무엇보다 내면의 성찰과 사색을 위해 눈앞의 요청을 우회해간 사람들의 정신으로부터 움텄습니다.

그들은 가시적인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만의 책무를 용기있게 짊어졌지요.

세상에는 그렇게 다가올 시대의 과제를 생각하면서 지금 현재의 소명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17p - 18p)

왜 우리가 삶의 지혜와 행복에 대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은 1898년 작품입니다.

2017년과 1898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불행이 만연하고, 불의가 판치고 있었다니...

그러니 우리는 불행 속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행복을 생각하고, 행복을 말하고, 행복을 행동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파랑새처럼 우리는 누구나 행복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지혜와 운명>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현명해지기를.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음을 주는 문장마다 줄을 그었습니다.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여기에 적어봅니다. 아직 제 안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못한 문장들이라서.



 

삶이란 고통 자체보다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 때문에 더 고통스러운 법입니다.

무례하게 들이닥친 전달자의 어깨너머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아나톨 프랑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이 불행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다. 인간의 진짜 불행은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이 외부에서 침입한 이질적인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불행이란 우리가 우리 안에서, 우리 자신의 실체를 버무려 만들어내는 무엇이다." (81p)

 

 

보통 사람은 백여 개의 열린 문으로 운명이 들락거리는 성곽과 같습니다.

그러나 정의롭고 지혜로운 사람은 오직 단 하나의 빛나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요새라고 할 수 있지요.

운명은 사랑을 앞세워 그 문을 두드려야만 요새 안으로 진로를 뚫을 수 있습니다.

운명이란 대개 좋지 않은 일을 통해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만,

정의로운 사람을 공격할 때는 선한 행동을 매개로 하여 뒤통수를 치기 일쑤입니다. (92-93p)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출생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로 결정되지요.

한 인간의 행불행과 그 진정한 운명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이 닥치기 전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98p) 

 

 

지혜를 갖춘 사람의 손에 행복이 들어가면 행복은 황금덩어리처럼 단단하고 빛이 나지요.

사람은 자신이 이해하는 만큼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의 불행이 보통 사람의 불행을 닮는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의 행복은 그렇지 못한 사람의 행복이라 부르는 것과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불행보다 행복에 훨씬 더 많은 미지의 영역이 숨어 있습니다.

불행은 항상 똑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행복은 깊은 대신 더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 100p)

 

 

 

사랑을 할 때,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수준을 지향하며 사랑합시다.

사랑의 감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 동정심으로 사랑하지 맙시다.

정의를 근거로 용서할 수 있을 때, 선의를 남용해 용서하지 맙시다.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때, 위로하는 법을 배우지 맙시다.

아, 사람을 향한 사랑의 수준을 끊임없이 향상시킵시다!

동네 우물에서 길어 올린 적선 한 동이보다 산꼭대기 샘에서 담아낸 사랑 한 사발이 훨씬 더 소중합니다. (132p)

 

 

 

시간은 수줍은 나그네입니다. 문 앞에서 그를 맞이하는 집주인의 표정 하나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지요. 시간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은 우리 영혼을 쉼터 삼아 들른 손님일 뿐, 그런 시간을 우리가 책임재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문가에 서서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준비가 되어 있는 집주인이야말로 지혜로운 자이지요.

그러려면 가장 단순한 행복의 이유들을 자기 안에 많이 쌓아두고 있어야 합니다.

행복의 어떤 이유도 평소에 소홀하게 취급해선 안 되는 이유지요. (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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