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어드벤처 타임 - 카툰네트워크 어드벤처 타임 아트북
크리스 맥도널 지음, 한소영 옮김, 기예르모 델 토로 서문 / 아르누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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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은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책은 팬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와우, 감탄이 절로 나오는 멋진 아트북을 소개합니다.

<어드벤처 타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시작은 그저 간단한 단편 만화에 불과했다는 사실.

단순한 그림체만 보면 이 작품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릴 거라는 기대감이 전혀 없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 세계 '우(Ooo)'의 온갖 괴물들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바로 그러한 스토리를 만들어낸 아이디어와 제작 과정이 이 책 속에서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핀과 제이크를 시험적으로 소개한 파일럿, 오리지널 스틸컷을 보면 핀의 이름은 '펜'이었고, 제이크는 공중부양하거나 인터넷에 자기 생각을 연결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그려졌습니다. 제대로 완성된 에피소드는 2008년 후반이었다고 하네요.

열두 살 소년인 핀은 공주를 구하고 사악한 마법사와 싸우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여기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알지 못해요. 지극히 어린이다운 영웅심리인 거죠.

멋진 영웅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철부지 소년 핀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지혜로운 개 제이크는 마치 형제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도우면서 모험을 해요.

버블검 공주와 뱀파이어 여왕 마르셀린은 서로 친하지만 거의 모든 상황에서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관계로 나와요.

얼음대왕은 못된 악당으로, 핀과 제이크를 증오해요. 분명한 건 얼음대왕이 핀과 제이크처럼 멋지게 되고 싶어서 질투한다는 거예요.

리치 킹은 완전한 악을 상징해요. 리치 킹을 상대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인데 핀과 제이크는 늘 괴상을 지르며 그냥 달려드는 게 전부죠.

애니메이션은 신선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중요한데 <어드벤처 타임>은 그 요소가 정확히 잘 맞아떨어진 작품이에요.

각각의 에피소드가 탄생된 아이디어 노트가 수록되어 있어서 엄청 신기해요. 캐릭터마다 어떻게 그리는지 방법도 알려줘요. 정해진 원칙 대로 그리기보다는 캐릭터의 느낌을 살려서 그린다고 해요. 핀의 얼굴 형태는 모자의 경계선을 벗어나지 않아요. 둥근 동그라미 안에서 핀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요.

펜들턴 워드의 드로잉 셀렉션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보여줘요. 펜들턴이 구현라고 싶어 하던 아이디어는 핀이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로 그려지는 거예요. 핀의 기본 의상은 청색 반바지와 셔츠, 두 가지 녹색의 배낭 그리고 머리를 완전히 덮지만 얼굴만 빼꼼히 보이는 백곰 모양의 모자로 이루어져 있어요. 핀의 스타일은 계속 바뀌지만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 절대로 알려주지 않아요. 

메인 타이틀 개발 과정은 애덤 무토의 스토리보드와 아트워크로 보여줘요. 마치 영화 촬영 현장을 엿보는 느낌이에요. 핀의 걸음부터 팔과 다리의 움직임까지 스토리보드에서 발췌한 드로잉을 볼 수 있어요.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이 책이 친절한 드로잉북이 되겠네요. 그림 설명을 보면 에피소드의 캐릭터를 좀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어요. 이밖에도 우랜드에서 탐험하는 여러 왕궁과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하나씩 살펴볼 수 있어요. 캔디왕국, 얼음왕국, 불꽃왕국, 덩어리 세계, 밤의 영역, 나무 집, 뷰토피아, 지하 감옥 등등.

<어드벤처 타임>의 스토리는 원작자 펜들턴 워드가 제작한 파일럿의 논리와 규칙을 벗어나면 안 돼요. 스토리 노트를 보면 아주 꼼꼼하게 캐릭터와 이야기 구성을 짜놓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림은 단순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유연함이 이 작품의 장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최고의 어드벤처 모험이 탄생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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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1 15: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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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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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화의 소설 <형제>는 11년 전, 중국에서 출간되었을 당시에 엄청난 논쟁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내용이 저속하다는 것과 사회 병폐에 대해 기존과 다른 입장에서 이야기했다는 것.

아닌게 아니라, 진짜로 <형제>의 주인공 이광두는 혀를 내두를 만큼 악동 기질이 다분한 인물입니다.

공중변소에서 다섯 개의 여자 엉덩이를 몰래 훔쳐보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것이 열네 살 때였으니, 속된 말로 어린 것이 까지다 못해 되바라진 것만은 확실합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광두의 아버지가 공중변소에서 여자들 엉덩이를 몰래 훔쳐보다가 똥통에 빠져 죽었으니, 이는 이광두의 어머니 말에 의하면 '그 아비에 그 자식'인 운명의 굴레인가 봅니다. 암튼 몹쓸 일을 당한 여자 중 한 명이 류진의 미인으로 꼽는 열일곱 소녀 임홍이었다는 게 소문이 나면서 이광두는 류진 지역의 유명인사가 됩니다.

음흉한 남자들이 이광두에게 은밀하게 접근하여 그가 본 임홍의 엉덩이에 관한 비밀을 듣고 싶어했고, 이광두는 십분 장사꾼 기질을 발휘하여 비싼 삼선탕면을 공짜로 얻어먹는 구실로 삼습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이광두의 아버지가 죽은 그날, 공중변소에서 시체를 발견하여 꺼낸 사람이 송범평입니다. 착한 심성을 가진 사내.

아마 이 소설 전체에서 가장 멋진 인물은 송범평 한 명뿐일 듯 싶습니다. 그만큼 그는 짧은 생을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살다간 인물입니다.

송범평이 죽은 남자를 집까지 데려가 우물물로 씻겨줄 때, 자신의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아내 이란은 하혈하며 아기를 출산합니다. 그 아기가 바로 이광두.

당시 송범평은 한 살배기 아들을 둔 유부남이었으나 1년 뒤 부인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이광두의 엄마 이란과 재혼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송범평의 아들 송강과 이란의 아들 이광두는 형제가 됩니다.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인데도 그 둘은 친형제 못지 않은 우애가 있었으니.... 그건 송범평이 자상한 아버지였고, 사랑이 넘치는 남편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준 게 아닐까요.

1권을 읽으면서 두 번 울컥했습니다. 송범평이 아내 이란과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끔찍한 죽음을 맞는 장면과 이광두의 엄마 이란이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의 관을 사고 목욕재계를 하는 장면입니다. 송범평과는 1년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부부로 살았지만 이란의 마음 속에는 그 시간이 일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란은 송범평을 기리기 위해 7년간 머리를 감지 않다가, 본인의 죽음을 감지하고 머리를 감고 나자 백발이 드러나는데... 이광두는 그때 처음으로 어머니가 늙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다섯 살 철부지 소년에서 어른이 됩니다.

어떻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송강과 이광두가 형제가 될 수 있었느냐는 송범평과 이란의 숭고한 사랑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그건 류진의 미인 '임홍'입니다. 이광두는 임홍을 저돌적으로 사랑하고, 임홍은 송강을 사랑하고, 송강은 형제의 우애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극적인 로맨스. 광기와 열정을 가진 이광두와 온순해서 바보 같은 송강이 너무나 대비를 이룹니다.

중국의 근현대사를 교과서로 배운다면 매우 품격있는 역사적 지식을 얻겠지만 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반면에 <형제>는 표현이 저속할지는 몰라도 가장 인간적인 본능과 감정을 자극하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느끼게 합니다. 지나치리만치 적나라한 감정들이 뒤섞여서 인간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단순한 발상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11년이 지난 현재, 중국에서 <형제>에 관한 논쟁들이 사라지고, 오히려 지속적으로 읽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07년 5월 출간되었고, 2017년 현재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때가 아니고 지금이라서, <형제>의 진가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 나는 <형제>에서 거대한 간극에 대해 썼습니다. 문화대혁명 시대와 오늘날의 간극은 역사적 간극일테고, 이광두와 송강의 간극은 현실적 간극일 것입니다.

... 우리는 현실과 역사가 중첩되는 거대한 간극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병자일 수도 있고, 모두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양극단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오늘과 과거를 비교해봐도 그렇고, 오늘날과 오늘날을 비교해도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20여 년 전 이제 막 이야기를 하는 직업에 종사하기 시작했을 때 읽었던 노르웨이의 작가 입센이 "모든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책임이 있고, 그 사회의 온갖 폐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다."라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내가 왜 <형제>를 쓰게 되었는지 답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병자이기 때문입니다.


      - 2007년 5월 26일  위화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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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그림에 담다 - 집, 나무, 사람 1장의 그림으로 보는 당신의 속마음
이샤 지음, 김지은 옮김 / 베이직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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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마음을 설명해보세요."

어떤가요?  바로 설명할 수 있나요?

기분이 좋다거나 안 좋다는 정도의 대답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뭔가 심각한 고민이 있거나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 말로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살다보면 겪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나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고,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본인이 자신의 마음을 모를 때인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모른다는 건 길을 잃고 헤매는 것과 같습니다. 이럴 땐 정확한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합니다. 정신과 상담이나 심리상담과 같은 치료.

그런데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심리 검사가 있습니다. 바로 HTP 검사입니다.

<마음, 그림에 담다>는 그림심리상담 임상전문가 이샤의 책입니다.

이 책은 심리상담사인 필자가 직업 선택을 앞두고 결정 장애를 겪는 상황에서 HTP 검사를 통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였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하며 시작됩니다.

자신의 경험담을 시작으로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HTP 검사가 무엇이며, 어떻게 무의식 속 자아를 확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각자 개인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그린 그림과 함께 상담 내용을 보면 신기하게도 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평상시에 속마음을 감추거나 거짓말을 하는 사람조차도 그림으로 진짜 속마음을 드러냅니다.

HTP 검사는 집(House), 나무(Tree), 사람(Person) 이 세 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하는 심리검사입니다.

1948년 심리학자 존 벅(John Buck) 박사가 '나무 그림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만들었으며, 피검사자가 종이 세 장에 집, 나무, 사람을 따로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로버트 번(Robert C. Burn) 박사가 집, 나무, 사람을 종이 한 장에 그린 그림에서 세 요소의 상호작용과 관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었습니다.

현재는 색채심리학과 결합하여, 피검사자가 연필을 사용하거나 색연필로 색을 채워 넣을 수 있고, 상담사는 그림과 색채까지 포함해서 해독하고 분석합니다.

심리학에서 HTP 검사의 원리는 심리투사 검사에 속하기 때문에 피검사자는 자신이 그린 집, 나무, 사람 등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지 못합니다. 즉, 피검사자는 그림을 통해서 본인이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의식을 표출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처한 문제 혹은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잠재의식 속의 진짜 마음을 그림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맨처음에 <나의 HTP(집, 나무, 사람) 검사 그림 먼저 그려보기>가 나옵니다.

빈 여백에 자신이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 됩니다.

단, 사람을 그릴 때 성냥개비 같이 지나치게 간단하게 그리는 것은 피합니다. 자를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그 외에는 시간 제약없이 자유롭게 무엇이든 그려도 됩니다. 원하면 색연필 등으로 채색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림에 대한 분석은 책의 마지막 장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누구나 자신의 그림 속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의 HTP 그림을 보니, 진짜 속마음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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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부엌 -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김미수 지음 / 콤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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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독일에 살고 있는 김미수, 다니엘 부부의 생태적 삶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헬렌 니어링처럼 식생활을 채식으로 바꾸고, 생태적으로 텃밭 농사를 짓고, 모자란 식재료는 지역산과 국내산 유기농 작물로 사 먹고, 필요한 물건은 특히 전자제품은 되도록 중고로 구입하기 등이 이들 부부가 실천하는 생태적 삶의 방식입니다. 제가 가장 놀란 건 냉장고와 전기밭솥을 없앴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하루 24시간, 냉장고와 전기밭솥을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정말 단 하루, 아니 한 시간도 전기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도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와 음식들을 수시로 꺼내 먹기 때문에, '냉장고 없이 살기'는 불가능한 미션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들 부부의 삶이 놀랍게 느껴집니다.

지구 온난화, 환경 문제 등을 거론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생태 부엌>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들 부부의 작지만 소소한 일상의 변화와 노력들이 우리에게는 낯설게 보입니다. 아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텃밭을 만들 여유가 없다면 옥상이나 집 앞 베란다에 큰 화분을 두고 부추나 타임처럼 손이 덜 가는 여러해살이 작물들을 길러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고 말이죠.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 분리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화분 가꾸기는 땅에 뿌리 내리는 첫 걸음이 되는 겁니다.

또한 인도 출신의 환경운동가 사티쉬 쿠마르의 말을 빌어서, 실천 방법을 알려줍니다.

"소박한 삶, 생태적인 삶을 위해서는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쿠마르씨는 영국 생태 교육 기관 슈마허 칼리지의 창립자이자 프로그램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실제 슈마허 칼리지에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식사 당번을 맡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큰 공감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거나 텃밭을 가꾸고, 직접 수확한 재료로 상을 차리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는 과정이 생태적인 순환의 삶을 교육하는 과정인 겁니다. 일부러 설명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본인이 실천함으로써 생태적인 삶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이들 부부는 생태 부엌을 삶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식(食), 먹는 일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이 책에는 구체적인 생태 농사법, 채식 밥상을 위한 다양한 레시피들이 나와 있습니다. 고기를 당장 끊을 수는 없겠지만, 여기에 소개된 레시피를 참고하여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채식 밥상을 차려야겠습니다. 소박하고 품격있는 생태적인 삶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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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미드나잇 스릴러
제니 블랙허스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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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입니다.

억울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그야말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던 한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수전 웹스터.

그녀는 생후 12주 된 아들 딜런을 죽인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리고 3년 뒤 가석방됩니다.

새로운 이름으로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는 수전에게 편지봉투 하나가 배달됩니다. 그 속에는 어린 남자아이의 사진 한 장이 들어 있고, 뒷면에 딜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수전에게 딜런의 사진을 보낸 걸까요?  4년 전에 죽은 아들 딜런...  혹시 살아 있을 수도 ... 아니면 누군가의 복수?

사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기억이 없습니다.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보니 자신은 산후 우울증으로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는 아들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왜 그녀에게 이런 끔찍한 누명을 씌운 걸까요?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수전 웹스터도 아들 딜런의 사진을 받았지만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확신하질 못했습니다. 기억하지 못하니까.

어쩌면 그건 응급상황이라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를 내 아기라고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도둑맞은 시간이 그녀에게 주는 고통일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수전은 유일한 친구 캐시와 그녀를 찾아온 기자 닉의 도움으로, 아들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씩 찾아갑니다.

저는 이 소설을 굉장한 반전의 미스터리물로 소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공포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된 그 순간부터 '나는 정말 부모가 될 자격이 있나'를 끊임없이 되물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이 부모로서 한없이 부족한 나 자신을 위로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수전이 겪은 비극을 그저 소설로만 볼 수 없었습니다.  

산후 우울증으로 자신의 아기를 죽이는 것보다 더 소름끼치는 건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희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악하고 이기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안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 내 것인양 가두는 순간 사랑은 사라지고 집착과 광기만 남습니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 간의 모든 관계에도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지독한 사랑, 그 끝에 악마를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구원하는 건 진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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