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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가 사는 세상 - 10살 때 이야기
리아드 사투프 지음, 이보미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에스더가 사는 세상>은 프랑스 만화라고 합니다.
딱히 연관성은 없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땡땡의 모험(프랑스어:Les Aventures de Tintin, 틴틴의 대모험)이 떠올랐어요.
벨기에의 만화 작가 에르제가 연재한 만화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 그림책으로 출간되었거든요.
아무래도 일반 만화책과는 다르게, 하드커버로 된 그림책 같은 외양 때문인 것 같아요.
빨간 책띠지에 "세계적인 만화가 리아드 사투프 - 국제 만화 페스티벌 앙굴렘 대상 수상", "프랑스 전 국민 도서 풍자 만화 1위 베스트셀러"라는
화려한 문구가 눈에 띄네요.
얼마나 대단한 책일까, 궁금하죠?
책 소개를 보면 '어른을 위한 인생 만화'라고 되어 있는데, 굳이 독자를 구분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책의 주인공이 초등학교 4학년 에스더라는 여자아이거든요. 평범한 소녀가 바라본 세상, 누가봐도 괜찮지 않겠어요?
파리 17구에 살고 있는 에스더는 딸바보 아빠 덕분에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일반 학교에는 나쁜 남자애들이 많다나 뭐래나.
에스더의 아빠는 헬스 트레이너고, 엄마는 은행에서 일해요. 오빠 앙투안은 일반 중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에스더가 가장 갖고 싶은 건 아이폰이래요. 학교에서 제일 친구 유제니는 엄청 부자라서 벌써 아이폰6도 갖고 있고, 자기 방에 아이패드랑 컴퓨터, 텔레비전도 따로 있어요.
그런데 에스더는 방도 오빠랑 같이 쓰고 있고, 아빠, 엄마, 오빠까지 갖고 있는 핸드폰도 없어요. 아무리 졸라도 아빠는 중학생이 되어야 사주신대요.
"우리 집에서도 난, 제일 가난해." - 9살 에스더가 들려준 실화를 바탕으로 함. (3p)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는 뭔가 특별할 줄 알았는데, 어쩌면 이리도 우리나라 아이들과 닮았을까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프랑스에 대한 환상이 약간 있었던 것 같아요. 프랑스하면 예술의 나라, 자유와 평등을 위한 시민혁명이 떠오르거든요.
그러나 현실은 욕하는 남자애들부터 학교 폭력, 인종차별, 왕따, 사춘기의 성 문제, 이성교제 등등 다양한 문제들을 보여주네요.
피식 웃음이 나는 블랙유머가 가미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할게요.
에스더는 친구들과 엄마 아빠 놀이를 자주 해요. 항상 유제니가 엄마고, 카산드라는 아기, 에스더는 딸이에요. 유제니는 아기를 돌보느라 바쁜데, 에스더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뭘 해야 하는지 물어봐요. 그러면 유제니는 이렇게 말해요. "아기 보느라 바쁘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쇼핑이나 하고 와. 자, 돈은 충분히 줄게!"
엄마 아빠 놀이인데 아빠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그동안 한 번도 없었어요. 일하러 갔기 때문이에요. 프랑스 아빠들도 꽤 바쁜가봐요.
역시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인 것 같아요. 이런 놀이조차 리얼리티하잖아요. 부잣집 아들 막심은 연예인을 코스프레한 듯 꾸미고 거들먹거리는 못된 애거든요. 아무 이유 없이 에스더와 친구들에게 침을 뱉기도 해요. 그런데 카산드라는 그 끔찍한 애, 막심을 연예인 같다며 좋아해요.
학교라는 아이들의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 여러가지 에피소드 중에는 다소 충격적인 것도 있어요. 인종차별에 대한 부분... 카산드라는 흑인인데다 곤란한 가정문제까지 겪는 아이라서 너무 안타까워요. 사춘기의 성... 겨우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에게 성적인 욕을 노골적으로 한다거나 자기들끼리 포르노사이트를 보다가 선생님께 걸린 일이 있어요. 에스더는 루이에게 러브레터 같은 쪽지를 받고, 운동장 구석에서 만나 키스를 했어요. 그걸 본 아이들이 키스를 했으니까 결혼해야 된다면서 결혼식까지 거행했어요. 예전에 비해 성장이 빨라지다보니, 신체의 성장 속도를 정신이 따라가기 벅찬 것 같아요. 왜 에스더 아빠가 그토록 걱정을 하는지 이해가 되네요. 에스더가 사는 세상, 우리와 다르지 않네요. 다행인 건 이 책을 읽는 내내 에스더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졌어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아무리 걱정돼도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아이라면 바르게 잘 클 거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