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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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되면,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거리를 두고 싶습니다.

물론 물리적인 거리...

우리는 왜 사랑을 할까요.

질문이라기 보다는 혼잣말 같습니다.

어렵다, 힘들다 하면서도 사랑하는 우리들.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만나는 우리들.

<4월이 되면 그녀는>은 가와무라 겐키의 세 번째 소설입니다.

주인공 후지시로는 현재 정신과의사. 그의 곁에는 3년 간 동거한 여자친구 야요이가 있습니다.

일 년 후에 결혼할 두 사람은 결혼준비 중입니다. 그때 한 통의 편지가 후지시로에게 옵니다.

9년 전, 대학 사진동아리에서 만난 첫사랑 그녀 하루가 보낸 편지.

하루는 볼리비아 우유니라는 도시를 여행 중이며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헤어진 이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녀가 무엇 때문에 후지시로에게 편지를 보낸 걸까요.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만 굳이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유를 알려주는 대신에 하루가 쓴 편지의 마지막 부분을 보여주면

감성이 예민한 분들은 짐작하실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이틀간. 천공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줄곧 생각했어요.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을까.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여름날 해질녘. 베란다에 앉아 거세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보던 나는 비가 그치기 몇 분 전에 미리 예감했죠.

아, 이제 곧 비가 그치겠네. 태양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언제나 비는 그쳤고, 황금색 빛이 하늘에서

내리쬐었죠. 나는 그런 예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당신과의 사랑의 시작이 내게는 그런 거였어요.

그때의 내게는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었죠. 당신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일이 분명 잘 풀릴 거라고 믿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내 안에서는 그 4월이 아직도 어렴풋한 윤곽을 유지하며 계속 이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어렴풋하게,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또 편지 쓸게요.     - 하루 "   (8-9p)


이 소설은 하루에게 온 편지과 함께 현재의 후지시로와 과거의 후지시로가 교차되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사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사랑하는 시간은?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까지 우리 일상의 이야기가 어쩐지 이 소설에서는 낯설게 느껴집니다.

열정이 빠져버린 순간 김빠진 콜라마냥 너무나 시시해져버린 사랑.

사랑이 콜라라면, 시원하게 톡 쏘는 그 순간만 사랑인 걸까요. 아니면 그 순간을 기억하는 모든 시간들이 사랑인 걸까요.

유독 일본 사람들은 4월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눈부시게 화사한 벚꽃 때문일지도...

소설 제목이 사이먼 앤드 가펑클(Simon & Garfukel)의 노래  '4월이 오면(April, come she will)'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떠나간 사랑을 잔잔한 멜로디로 노래하듯, 이 소설도 잔잔하게 이야기합니다. 듣고 싶으신가요?

노래와 함께 이 소설을 읽으면 제격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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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 지리 - 중학생이 미리 배우는 중학생이 미리 배우는 공부법 1
고경미 외 지음 / 리베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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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면 배워야 할 교과목이 늘어나면서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커집니다.

그래서 문제집이나 참고서 한 권을 사더라도 더 신중해집니다.

<공부법 지리>는 중학생들을 위해서 현직 지리 교사들이 모여서 만든 교재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교재와는 다릅니다.

시험 대비를 위한 교재라기보다는 지리 과목을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교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지리를 배우기 시작한 중학생들에게 지루하고 딱딱한 공부가 아니라 뭔가 자꾸 배우고 싶게 만드는 공부를 알려줍니다.

그러니까 중학교 지리 교과 내용을 효과적인 공부법과 결합하여 알려주는 가이드북입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시작하기와 전개하기 그리고 마무리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각 단원마다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먼저 요약한 내용을 살펴봅니다. 그다음은 관련된 사진과 자료들을 통해서 지리를 좀더 친근하고 흥미롭게 접근합니다.

우리 일상생활 속 이야기에서는 단원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던집니다. 본문 내용을 보면서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해진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면서 지리에 대한 개념과 지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사진이나 삽화, 그래프, 표 등 다양한 자료뿐 아니라 만화로 개념을 설명해줘서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는 괄호에 알맞은 단어를 넣는 문제를 풀면서 단원의 주요 개념을 정리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에 나오는 이야기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지리에 관해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내용들입니다. 예를 들어서 '다양한 세계 기후 지역과 거주지'를 배웠다면 마무리 이야기는 '기후를 활용한 세계 축제'를 다룹니다. 지중해성 기후의 프랑스에서는 망통 레몬 축제, 열대 기후의 타이에서는 송크란 축제, 냉대 기후의 중국은 하얼빈 빙설제.  그만큼 기후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곳, 이 세계를 지도로 보는 것,  지리 정보 기술의 활용, 다양한 세계 기후 지역과 거주지, 세계적인 산지 지형, 해안 지형, 우리나라의 자연 경관과 세계 자연 유산, 세계의 다양한 문화 지역, 문화의 공존과 갈등,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와 대응 방안,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갈등, 지속 가능한 자원 개발, 세계와 우리나라의 인구 분포와 인구 문제, 세계의 다양한 도시, 글로벌 경제 활동과 지역 변화, 환경 문제와 지속 가능한 자연, 세계 속의 우리나라,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중학교 지리 교과 과정에 충실하면서도 더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교재인 것 같습니다.

어렵게 느껴졌던 지리가 이 한 권의 책으로 단박에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리와 친근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공부를 왜 해야 되나요?"라는 물음이 중학생의 반항이 아니라 진짜로 몰라서 묻는 거라면, 이 책이 그 답을 찾는 힌트를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법 지리>를 읽으면 지리가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라는 것, 배울수록 꽤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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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 사회 - 중학생이 미리 배우는 중학생이 미리 배우는 공부법 2
진시원 외 지음 / 리베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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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 사회>는 색다른 교재입니다.

2018년 적용 중학교 사회 교육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책으로,

현직 사회 교사들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중학생들을 위한 맞춤식 사회 교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구성이 매우 깔끔하고 읽기에 수월합니다.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을 글로 옮겨놓은 느낌이랄까.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개념들을 지루하지 않게 알려줍니다.

각 단원마다 무엇을 배우는지 먼저 요약하면서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다음은 신문 기사나 영화, 그래프 등의 흥미로운 자료들을 통해 관련된 내용을 살펴봅니다.

'호기심 톡톡'은 단원에 관한 내용을 우리 일상생활과 연관지어서 질문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1단원 인간의 사회적 성장>을 배우면서 '사회화'와 관련된 질문을 던져줍니다. 

"현진이는 요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렇다면 현진이는 사회를 떠나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15p)

'사회화'는 인간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언어와 행동 양식, 규범과 가치 등을 배우며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러한 개념 설명만 들으면 의미는 알 수 있지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 미흡한 부분을 다양한 자료와 이야기로 설명해줍니다.

사회화가 이뤄지는 곳은 여러 사회 기관으로 가정, 학교, 학원, 또래집단, 직장, 대중매체 등이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는 '중학생의 학교 생활 만족도'와 '청소년의 고민 상담 대상'이 나옵니다.

이 자료의 그래프를 보면, 청소년기에 학교생활에서 가장 큰 만족을 느끼는 부분이 교우 관계, 즉 또래 집단과의 관계입니다. 또한 상당수의 청소년이 고민이 생겼을 때 가족보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 중 또래 집단을 매우 중요시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막연했던 사회, 사회화의 개념들이 '나'를 기준으로 놓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각 단원 정리는, 중학교 사회 교육 과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괄호 안에 알맞은 단어를 고르는 문제로 마무리합니다. 공부한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한눈에 쏙 개념 정리가 됩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들어간, 심화된 이야기를 통해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해줍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읽고 나면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개인과 사회생활, 문화의 이해, 정치 생활과 민주주의, 정치 과정과 시민 참여, 일상생활과 법, 사회 변동과 사회 문제, 인권과 헌법, 헌법과 국가 기관, 경제생활과 선택, 시장 경제와 가격, 국민 경제와 국제 거래, 국제 사회와 국제 정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다양한 자료, 무엇보다 흥미로운 이야기 덕분에 사회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딱딱한 교과서를 펼치기 전에 이 책으로 사회 공부를 한다면 좀더 자연스럽게 사회와 친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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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고양이개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68
노부미 글.그림, 고대영 옮김 / 길벗어린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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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해서 더 재미있는 그림책,

바로 노부미 작가의 <이상한 고양이개>랍니다.

건이는 개를 키우고 싶대요.

율이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대요.

그래서 다음날 엄마는 '고양이개'를 데려왔어요.

세상에나, 무슨 짬짜면도 아니고, 고양이개라니요?

엄마 말로는 "아빠는 개고, 엄마는 고양이여서 고양이개가 된 거 아닐까?"라고 하시네요.

진짜 그런 게 있을까요?

사실은 엄마도 잘 모르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 거래요. 어쨌든 고양이개 이름은 '야옹멍멍이'로 정했어요.

그때 야옹멍멍이가 소리를 냈어요. "야옹멍멍!"

건이와 율이는 야옹멍멍이가 뭘 먹는지 궁금했어요. 엄마는 "물고기소를 먹지 않을까?"라고 하시네요.

엥? 이건 또 무슨 얘기죠?

물고기예요, 소예요?

머리는 소, 몸통은 물고기처럼 생긴 '물고기소'가 바다나 강에서 음매찰방거린다고 상상해보세요.

왠지 엄마 말이 거짓말 같죠?

엄마는 야옹멍멍이를 위해서 고양이 사료와 개 사료를 섞어서 줬어요.

야옹멍멍이는 고양이처럼 가르랑가르랑하다가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어요.

또 목줄을 보면 좋아하지만 산책을 가려고 목줄을 매면 발길질하며 싫어해요.

야옹멍멍이는 정말 이상해요.

율이와 건이는 야옹멍멍이가 이상해서 더 좋아요.

엄마도 야옹멍멍이가 이상해서 참 좋아요.

사실 그동안 야옹멍멍이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따돌림을 당했어요. 고양이도 아니고, 개도 아니라서 말이죠.

그런데 바로 그날, 엄마가 야옹멍멍이를 발견했고, "얘가 가장 멋져요."라고 말해줬어요.

야옹멍멍이는 너무나 기뻤어요. 야옹멍멍이는 엄마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진짜로 진짜로, 고양이개 '야옹멍멍이'와 함께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 세계에서 텔레비전과 신문사 기자들이 아주 희귀한 동물이 있다며 몰려왔어요.

야옹멍멍이를 훔쳐가려는 도둑들이 몰래 집에 들어오기도 하고,

집안을 엿보는 사람들까지 생겨났어요.

엄마는 이불도 못 널겠다면서 점점 더 짜증을 냈어요.

야옹멍멍이는 너무나 미안해서 집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어요. 하지만 길을 몰라서 다시 가족에게 돌아왔어요.

엄마는 야옹멍멍이에게 사과했어요. "짜증내서 미안해."

"야옹멍멍"  괜찮다는 뜻이에요.

야옹멍멍이도 엄마가 이상해서 참 좋아요.

다행인 건 이웃집에 더 희귀한 '물고기소'가 나타나서, 모두들 이웃집으로 몰려갔다는 거예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이상해서 참 좋아."라는 말이 엄청 멋지게 느껴졌어요.

사람은 누구나 달라요. 다르다는 건 이상해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상한 건 창피한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이상하다고 따돌리고 못되게 구는 게 부끄러운 짓인 거죠.

세상에는 좋은 관심과 나쁜 관심이 있어요.

건이와 율이, 엄마처럼 이상한 고양이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건 좋은 관심이에요.

반면 고양이개를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처럼 한낱 구경거리로 여기는 건 나쁜 관심이에요.

이상하고 달라도, 우리 모두는 사랑받아야 마땅한 존재랍니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가치를 알려주는 유쾌한 그림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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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혐오 - 공쿠르상 수상 작가 파스칼 키냐르가 말하는 음악의 시원과 본질
파스칼 키냐르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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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포장지를 조심스레 벗겨내니 <음악 혐오>라는 책 제목이 보입니다.

세상 그 무엇이든 그 대상에게 '혐오'라는 단어를 붙이는 순간 족쇄와 같은 효과가 생겨납니다.

존재의 본질은 사라지고, '혐오'만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 옭조여오는 족쇄.

이상하게도 '혐오'는 묘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뭔지도 모르고 책 제목에 이끌렸는데, 프랑스 소설로 분류된 이 책은 전혀 소설 같지 않습니다.

첫 문장부터 난해합니다.

"우리는 극도로 상처 입은 어린아이와 같은 유성(有聲) 의 나체를,

우리 심연에 아무 말 없이 머무는 그 알몸을

천들로 감싸고 있다.

천은 세 종류다. 칸타타, 소나타, 시.

노래하는 것, 울리는 것, 말하는 것.

이 천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우리 몸이 내는 대부분의 소리를

타인이 듣지 못하게 하려는 것과 같이,

몇몇 음(音)들과 그보다 오래된 탄식에서

우리의 귀를 지켜 내려 한다."  (9p)

우리 몸을 하나의 소리로 인식하면서, 그 소리로부터 우리 귀를 지켜 낸다는 건 모순됩니다.

저자는 소리가 주는 고통과 음악의 지속적인 관계에 대해서 음악과 공포는 영원히 결속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모든 소리는 미묘한 공포를 안긴다.  Tremit.  그것은 떨린다."

"음악은 소리를 내는 허수아비다. 새의 울음이 새에게 그러하듯이.

Terrificatio 공포에 떨게 하는 어떤 것. "   (40p)

철학적인 비유나 문헌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으나, 조각조각 뜯겨진 지도를 보는 느낌입니다.

<1장  성 베드로의 눈물>에서 가장 공감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베드로가 안뜰에서 여자에게 말한다.

       그는 반복한다.

       Nescio quiddicis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여자는 얼어붙을 듯한 4월의 밤 끝자락에서 두건을 다시 올려 쓴다.

      여자는 말한다.

      "당신 말투에서 당신이 누군지 드러나오."  Tua loquela manifestum te facit.  (83p)

위 문장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모른다고 말하는 장면인데, 제게는 이 책에 대한 소감과 일치합니다.

단락은 이해하겠지만 전체가 보이질 않습니다. 도통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베드로의 귓가에 너무나 선명하게 들리는 수탉의 울음소리, 그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야성의 소리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의 산물입니다.

<2장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에서는 음악의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눈은 눈꺼풀을 내리면 보는 것을 멈출 수 있지만 귀는 듣지 않으려 해도 스스로 막아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인간의 귀는 개인적인 것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이루는 데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비경계성과 비가시성.  음악은 만인의 목소리라는 것.

드디어 <7장 음악 혐오>에서 왜 '음악 혐오'라는 표현을 썼는지 설명합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징발된 유일한 예술 장르가 음악이었다는 사실.

죽음의 수용소에서 흘러나왔던 음악.

'음악 혐오는 음악을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증오스러운 것이 될 수 있는지를 표현한 말입니다.

감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과거 어린 시절에 피아노 선생이 준 트라우마 때문에 음악 자체를 싫어했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불행하게도 피아노에 '혐오'라는 족쇄가 풀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반면 저자 파스칼 키냐르는 평생 음악과 함께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나는 언제 음악이 내게서 떨어져 나갔는지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어느 날, 모든 울리는 것들에 대해 일순 무심해져 버렸다."(255p)라고 말합니다.

확실한 건 그가 급성 폐출혈로 죽을뻔 했던 시기에 <음악 혐오>를 썼다는 겁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음악의 증오>라고 합니다.

어쩌면 음악에 대한 키냐르의 증오는 삶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에서 온 것은 아닐까요.  이것이 프랑스 소설이라니, 너무 난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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