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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평점 :
다 읽고나니 책 제목을 바꾸고 싶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글쎄요, 읽은 소감이랄까?
그런데 이를 어쩌나.... 원래 세계문학상에 응모할 때의 제목은 '살기 좋은 나라?' 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제목이 마음에 들었지만 출판사 관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감해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바꾼 제목이 바로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라는 것.
음,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지만 제목만 봐도 딱 느껴지는 지리멸렬한 보수의 느낌.
주인공 태권은 20대 후반에 한 일간지의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로, 연극배우인 여자친구 공이의 원룸에서 살게 된 건 한 달쯤 됐습니다.
생계 때문에 전업 작가를 포기하고 재취업한 대학 선배의 논술학원이 쫄딱 망하는 바람에 백수가 된 태권.
새로 이력서를 낸 곳이 최고의 부촌으로 소문난 신도시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 내 사우나, 헬라홀.
태권의 면접을 본 팀장은 자신이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소설가한테 이런 말 하는 게 좀 웃기지만 소설이라는 거 너무 아름답기만 하잖아요.
현실은 이렇게 우스꽝스럽고 멍청한데. 별로 아름답지도 않고.
그래서 난 소설 같은 거 안 읽는다고." (50p)
역시 그는 소설을 안 읽은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소나기>나 <이해의 선물>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를 소설로 규정하다니...
한때 제가 소설을 안 읽은 이유와 정반대라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소설가라는 직업으로 살 때는 돈 없어도 부끄럽지는 않았는데 사우나 매니저가 되니까 매달 돈은 버는데 부끄러워진 태권.
그의 심정이 대한민국에서 뼈빠지게 살아가는 서민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은 부끄럽고, 몰래 부정을 저지르더라도 돈 많이 버는 사람은 당당하게 구는 세상.
홀딱 벗고 묵은 때를 벗겨내는 사우나에서조차 갑을 관계는 존재합니다. 어쩌면 더 적나라하게 말이죠.
사우나에서 유니폼 입고 일하는 직원은 굽실대고, 홀딱 벗은 회원님들은 큰소리치는 상황.
헬라홀에서 보았던 남자들은 1퍼센트의 재력은 갖추었지만 자식들에게 많이 뜯기고 한때 몸담았던 권력에서는 이미 멀어진 노인들이 대다수입니다.
어딜가든 대접 받는 게 익숙한 사람들에게 사우나 직원인 태권은 락커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그렇다면 태권이 바라본 그들은 어떤 존재였을까요.
소설은 허구의 세계라고는 하나, 이 소설은 지극히 현실 세계처럼 보여집니다. 몰래 남자 사우나를 훔쳐 본 느낌?
그닥 유쾌하지 않은, 딱히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게 몹시 아쉬울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마음대로 제목을 바꾼다면, "헬라홀 남자 사우나?"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