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사전 - 법칙, 원리, 공식을 쉽게 정리한 그린북 과학 사전 시리즈
와쿠이 요시유키 지음, 김정환 옮김, 이동흔 감수 / 그린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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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 예방을 위한 책.

<법칙, 원리, 공식을 쉽게 정리한 수학사전>을 소개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스멀스멀 웃음이 났습니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수학책인데 숫자보다는 글씨가 더 많은 책.

그건 이 책이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학 교과서에서 다루는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고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수학은 숫자가 아닌 개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

희한하게도 학창시절에는 싫어했던 수학이 요즘은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물론 실력과는 별개로 말이죠.

인류의 역사에서 수학은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놀라운 발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수학이 우리 일상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엄청난 실례가 아닐지...

책의 구성은 다양한 공식과 정리, 수학적 개념을 분야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증명과 논리>에서는 명제와 집합, 드모르간의 법칙, 전칭 명제, 특칭 명제와 그 부정,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역·이·대우, 귀류법.

<수와 식>에서는 간단한 배수 판정법, 잉여류와 합동식, 유클리드 호제법, 이항 정리, þ진법과 10진법의 변환 공식, 방정식 f(x)=0의 실근과 그래프, 나머지 정리와 인수 정리, 조립제법, 근과 계수의 관계,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

<도형과 방정식>에서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삼각형의 5심, 삼각형의 넓이 공식, 메넬라우스의 정리, 체바의 정리, 사인의 법칙, 코사인의 법칙, 평행 이동한 도형의 방정식, 회전 이동한 도형의 방정식, 직선의 방정식, 타원·쌍곡선·포물선의 방정식과 접선, 리사주 곡선, 사이클로이드.

<복소수, 벡터와 행렬>에서는 복소수의 사칙 연산, 극형식과 드무아브르의 정리, 오일러의 공식, 벡터의 정의, 벡터의 일차 독리ㅣ, 벡터의 내적, 분점의 공식, 평면 도형의 벡터 방정식, 공간 도형의 벡터 방정식, 두 벡터에 수직인 벡터, 행렬의 계산 규칙, 역행렬의 공식, 행렬과 연립 방정식, 행렬과 1차 변환, 고윳값과 고유 벡터, 행렬의 n제곱의 공식, 케일리-해밀턴 정리.

<함수>에서는 함수 그래프의 평행 이동 공식, 1차 함수의 그래프, 2차 함수의 그래프, 삼각 함수와 기본 공식, 삼각 함수의 덧셈 정리, 삼각 함수의 합성 공식, 지수의 확장, 지수 함수와 성질, 역함수와 성질, 로그 함수와 성질, 상용로그와 성질.

<수열>에서는 등차수열의 합의 공식, 등비수열의 합의 공식, 수열{nⁿ}의 합의 공식, 점화식 a n+1 = p a n + q의 해법, 수학적 귀납법.

<미분>에서는 미분 가능과 미분 계수, 도함수와 기본적인 함수의 도함수, 도함수의 공식, 합성 함수의 미분법, 역함수의 미분법, 음함수의 미분법, 매개 변수 표시의 미분법, 접선·분선의 공식, 함수의 증감과 오목·볼록에 관한 정리, 근사식, 매클로린의 정리, 뉴턴-랩슨법, 수직선 위의 속도·가속도, 평면 위의 속도·가속도, 편미분.

<적분>에서는 구분 구적법, 적분법,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 부정적분과 그 공식, 부분 적분법(부정적분), 치환 적분법(부정적분), 부정적분을 사용한 정적분의 계산법, 부분 적분법(정적분), 치환 적분법(정적분), 정적분과 넓이의 공식, 정적분과 부피의 공식, 정적분과 곡선의 길이 공식, 파푸스-굴단 정리, 바움쿠헨 적분, 카발리에리의 원리, 사다리꼴의 공식(근사식), 심프슨 공식(근사식).

<순열·조합>에서는 집합의 합의 법칙, 집합의 곱의 법칙, 포함-배제의 원리, 순열의 공식, 조합의 공식.

<확률·평균>에서는 확률의 정의, 확률의 덧셈 정리, 여사건의 정리, 확률의 곱셈 정리, 독립 시행의 정리, 반복 시행의 정리, 큰수의 법칙, 평균값과 분산, 중심 극한 정리, 모평균의 추정, 비율의 추정, 베이즈 정리.

우와, 수학의 공식과 정리를 이 한 권의 책으로 공부할 수 있다니.

웃음이 나온 이유는 재미 때문이 아니라 헛웃음이었습니다. 분명 눈으로 읽고 있는데 머릿속에서는 겉도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한 번 읽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서 몇 번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수학의 세계에서는 여전히 이방인이지만 이 책을 통해 한걸음 내딛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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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이유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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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셜록 홈스의 나라 영국.

<치명적 이유>는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이언 랜킨의 여섯 번째 작품입니다.

주인공 존 리버스 경위는 지독히도 페스티벌을 싫어하는데, 하필이면 한창 페스티벌이 벌어지는 에든버러에 수사팀으로 파견을 가게 됩니다.

뭔가 껄끄러운 태도의 동료들이 불편하지만 끝까지 사건을 추적해가는 리버스.

범죄소설의 매력은 누가 범인인지를 아는 것보다 사건의 전모를 밝혀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어쩌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두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해야 할 듯.

그와중에도 핑크빛 로맨스의 기류가 흐르면서 소설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사실 범죄소설을 읽으면 완전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범죄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주는 긴장감과 재미 그리고 사건 자체가 보여주는 잔혹하고 섬뜩한 감정들. 그래서 일부러 탐정인 된 것처럼 사건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기도 합니다.

암튼 이 소설은 에드버러 페스티벌과 살인 사건이라는 대조적인 상황 속에서 리버스가 묵묵히 수사해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치 근래 유럽에서 벌어졌던 테러의 공포를 재현한 듯한 소설이라서 소름끼칩니다.

리버스와 에든버러 최악의 갱스터 '빅 제르' 캐퍼티.  너무 뻔한 대결구도로 보이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법.

이 책 속에 묘사된 스코틀랜드의 종교 갈등과 파벌주의는 낯설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매우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소설인데도 너무 무겁지 않게 잘 풀어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겐  그건 리버스의 조크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콧수염 난 오징어 조크... 솔직히 조크에 박장대소할 정도로 공감할 수 없어서 무진장 아쉽지만 리버스의 인간적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진저리칠 만큼 싫은 인간들이 넘쳐나니까, 비록 소설이지만 리버스 같은 인물이 있어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습니다.  

<치명적 이유>라는 제목은 작가의 아내가 지어준 것이라고 합니다. 'mortal'이라는 단어 속에는 '악마의 음료'인 술과 어둡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것. 언어유희를 즐기는 작가에게 꼭맞는 제목인 것 같습니다. 모든 범죄사건에는 치명적 이유가 있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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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탐닉 - 미술관에서 나는 새로워질 것이다
박정원 지음 / 소라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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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첫 문장이 가슴을 콕 찔렀습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지만, 대부분 실제로 본 적 없는 동서양 미술사 속 명화들."

그렇습니다, 실제로 명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유럽여행을 꿈꾸며 여러 미술관 투어를 상상한 적은 있지만 실현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림 탐닉>은 명화 감상을 위한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작품 설명이 아닌 감상이라는 것.

저자는 명화라는 숲을 함께 거닐며 이야기해줍니다. 마음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시대에 대하여, 풍경에 대하여.

그림을 보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제 눈에도 그림 속 언어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매우 철학적인 메시지를 줍니다. 다소 기이한 설정과 구도가 만들어낸 수수께끼 같은 그림들이 신선한 자극을 줍니다. 자꾸 보게 만듭니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의 그림 속 인물들은 표정이 극대화 되어 보기만 해도 어떤 감정인지를 전달해줍니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불운한 삶을 예술로 승화한 듯 보입니다. 왠지 슬프고 마음이 짠해지는 느낌.

에드바르 뭉크가 어떤 화가인지 몰라도 그림 속에 온갖 감정들이 보입니다. 불안, 두려움, 고독, 질투의 감정들이 그림에서 툭 튀어나올 것 같은, 조금 무서운 그림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참으로 놀라운 사람입니다. 그의 생애를 몰랐다면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며 행복한 화가의 모습을 떠올렸을 겁니다. 그래서 예술의 힘은 신비로운 것 같습니다. 그는 고통의 순간조차도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표현했습니다. 그것이 예술을 모르는 사람도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20세기 미국 현대 미술작품 중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공감한다는 앤드류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정말 멋진 작품입니다. 그런데 제 눈길을 잡아 끈 건 앤드류 와이어스의 <헬가의 초상>입니다. 사진처럼 완벽하게 묘사된 여인의 모습 속에서 묘하게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아직 풀지 못한 미스터리 같은 이야기...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는 화가라서, 그의 작품들을 볼 때마다 실제로 보고 싶다는 마음뿐입니다.

저자는 오래전, 화가를 꿈꿀 때부터 폴란드계 프랑스 화가 발튀스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 눈에는 발튀스의 작품 세계가 너무나 독특해서 낯설기까지 합니다. 만약 화가의 의도가 이색적인 낯설음이라면 대성공인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바로크 회화의 거장 렘브란트의 자화상 3편은 굉장히 감동적입니다. 자신의 영혼을 담아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림 속에 인생 여정이 느껴집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그림들은 굉장히 사실적이며 아름답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모습을 그의 그림을 통해 유추하게 됩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본디 제목은 <터번을 쓴 소녀>라는데, 미지의 소녀가 보내는 눈빛에 그만 빨려들어갈 것만 같습니다.

구스타브 쿠르베, 피터르 브뤼헐, 도메니크 기를란다요, 한스 발둥 그리엔, 피에르 프란치스코 시타데니, 헤르만 스틴위크, 툴루즈 로트레크...

아마도 책을 덮고나면 수많은 화가들이 제게는 이름 모를 화가로 남겠지만 그 작품들 만큼은 제 뇌리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덕분에 명화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습니다. 그림의 언어가 마음에 잘 전달되었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추천해준 코스 (경복궁역 3,4번 출구에서 출발 -> 대림미술관 -> 갤러리 시몬 -> 갤러리 아트사이드 -> 인디프레스 -> 보안여관 -> 팔레드 서울 -> 팩토리 -> 사루비아 다방 -> 콜라보 마켓 -> 시청각 -> 갤러리 룩스)를 꼭 가보고 싶습니다. 그림 탐닉... 우선 실제로 감상할 수 있는 그림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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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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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대중이 인정한 최고의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쩜 그리도 실감나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인지 늘 감탄하곤 합니다.

그래서 소설가의 거짓말은, 고급지게 '작가적 상상력'이라고 표현합니다.

십대 시절에 우연히 <꿈꾸는 식물>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작가 이름도 모른채 읽었던 소설이라서 다 읽은 후에야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이외수(李外秀)

필명인 줄 알았더니 본명이라는.

이름 자체가 예술인 듯.

한 번 본 그 이름을 잊지 않고, 이후에 이외수 작가가 쓴 책이라면 주저없이 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 이외수 작가님이 던진 언어의 미끼를 덥썩 물어버렸나 봅니다.

요즘 세상은 소설가보다 더 기가막힌 거짓말쟁이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니, 듣고 있기가 너무나 괴롭습니다.

차라리 소설가가 된던가, 왜 소설가도 아니면서 참말처럼 거짓말을 꾸며대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근래 이외수님의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를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 이제 작가님이 소설은 안 쓰고 팩트를 쓰기로 작정하신 건가 싶어서.

최순실이 개명해서 최서원이 되었다고 해서 인간까지 바뀌진 않잖아요.

소설을 빙자하여 가명을 썼지만 우리는 그들이 누구를 뜻하는지 다 알잖아요.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은 이외수 작가님이 쓰고 정태련 작가님이 그린 그림 에세이입니다.

그간 암 투병 소식 때문에 궁금했던 근황과 소설가의 일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  작가님에게는 시간의 옆구리 같은 골방 하나가 있어서 그곳에서 명상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고.

그때는 시간도 공간도 정지하고 모든 현실이 사라져 버린다고. "내가 비정상인 것일까."라고 자문하셨는데, "아니오. 지극히 정상이에요."

오히려 우리 삶에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순간이 없는 게 비정상이지 않을까요.

벌써 바람이 서늘한 가을이 왔습니다.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말이 현실이 되어 제 머리에도 서리가 살짝 내렸습니다.

작가님도 어느새 일흔 나이를 드셨네요.

"나는 소설을 통해 인간이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보다는

인간이 이런 식으로 살아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는 쪽에 가깝다." (88p)

맞습니다, 작가님의 이번 신작소설에 썩어빠진 인간들이 등장하죠. 문제는 그 인간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것, 그러니 부끄러움도 모르는가봐요.

"감동이 없는 글은 죽은 글이다.

그러면 어떤 글이 살아 있는 글인가.

쓰는 이의 진실을 바탕으로 읽는 이의 사랑을 각성시키는 글이 살아 있는 글이다."  (116p)

작가님은 감동이 있는 글을 쓰세요, 저는 제 안의 사랑을 깨워가며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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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 신경림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최인호.김수환.법정.손석희.이해인 외 34명 지음, 신경림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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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역행사 자리에서 소설가 박완서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원래 사인회를 진행했는데 연로하신 선생님의 몸상태를 고려하여 몇 분 만에 중단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책을 들고 기쁜 마음에 줄 서 있던 저로서는 얼마나 속상하던지.  공교롭게도 제 바로 앞에서 중단된 것.

암튼 안타까운 마음으로 선생님을 지켜보다가 평소였다면 절대 못했을 행동을 했습니다.

성큼 다가가 "죄송하지만 악수라도 한 번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했던 것.

다행히 저를 향해 손을 내밀어 주셔서 제 인생 최초로 소설가님과 악수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마르고 앙상한 손의 감촉... 약간 차가웠던 그 느낌.


<뭉클>은 시인 신경림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산문들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이 책 속에서 박완서님의 글을 만났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반가움을 느낄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선생님과는 소설가와 독자라는 뻔한 관계 외에는 아무런 인연도 없지만,

오로지 악수 한 번의 추억이 제게는 뭔가 특별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침 여기에 소개된 글 <친절한 사람과의 소통>을 읽으니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서울의 아파트에 살던 작가님이 아차산 아랫자락 마을로 이사한 건 순전히 산 때문이라고.

아차산을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지만 자신이 개발한 길은 1년 내내 아무하고도 안 마주칠 정도로 사람들이 안 다니는 길이었다고.

그 산길은 약수터도 없고 암자도 없는 그냥 산길이지만 나무와 풀들, 새들과 다람쥐들 덕분에 하루도 같은 날이 없을 정도로 혼자 걷는 기쁨을 주는 길이었다고.

그러던 어느날 산길에서 집 열쇠를 잃어버렸는데 며칠 동안 발밑을 보고 걸어도 당최 찾지를 못했다고. 이후 스페어 열쇠 때문에 발밑 살피는 일을 그만 둔 어느날,

눈에 잘 띄는 나뭇가지에 자신의 열쇠가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고.

여지껏 그 산길은 자기 혼자만의 산책길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자신이 낸 길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오솔길이며 누군가 먼저 거닐며 낸 길이었던 것.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235p)

이 책을 읽는 제 마음이 어쩜 작가님이 그 열쇠를 발견했을 때와 같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냥 각각의 산문을 읽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뭉클해지는 산문들을 모아 읽으니 글에 담긴 감정들이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인생 길을 함께 거닌 것 같은, 정말 친절한 사람과의 소통을 한 것 같습니다. 따스한 악수를 나누듯 나의 사람들에게 <뭉클>를 건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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